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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terior | My Favorite

대 이어 물려주고 싶은 나의 애장품

2009. 01. 13

다른 이에게는 보잘것없는 물건이라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애정을 쏟으면 ‘보물’이 된다. 여기 명사 3인의 애정을 듬뿍 받는, 소박하면서도 가치를 지닌 물건이 있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다는 그들의 완소 애장품과 스토리 공개!

대 이어 물려주고 싶은 나의 애장품


▼패션디자이너 장광효
담백한 핸드메이드 의자에 매료되다

국내 최초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장광효 카루소’를 운영하고 있고,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디자이너 장쌤’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패션디자이너 장광효(48). 그는 손때 묻은 앤티크한 의자부터 종이나 유리로 만들어진 트렌디한 의자까지 각종 의자를 사 모으는 의자 마니아다. 가장 아끼는 것은 20여 년 전 뉴욕의 한 앤티크 숍에서 구입한 나무 의자. 앤티크 숍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단박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이 의자는 미국의 가구장인 구스타프 스티클리(Gustav Stickley)가 1800년대 후반 아트앤크래프트 운동(Art & Craft Movement, 산업혁명으로 생활용품이 대량생산되자, 이에 반발해 기계나 전기의 도움 없이 수작업으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자는 자연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아 만든 것이다. 가공하지 않은 오크나무를 일일이 손으로 재단하고 마감해 장인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고, 세월이 흐를수록 중후한 멋이 더해진다는 것이 그가 이 의자를 좋아하는 이유다.
“별다른 가공 없이 수작업해 수수하고 담백한 느낌을 주는 것이 우리나라의 백자와 닮은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이기심이 생길 때면 이 의자에 앉아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데, 욕심을 버리게 되면서 복잡했던 마음이 싹 정리된답니다.”
기획 한정은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대 이어 물려주고 싶은 나의 애장품

▼인테리어디자이너 신경옥
딸과 추억 공유하고 싶은 앤티크 재봉틀

인테리어디자이너 신경옥(54)의 작업실에는 골동품처럼 예스러운 느낌의 소품들이 가득하다. 그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런 아이템을 활용해 작업실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꾸며놓았다.
인심 좋기로 소문난 그는 지인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선물하고 베풀기를 좋아해 물건에 대해서 특별히 집착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유달리 애착을 갖고 있는 물건은 오래된 전집과 앤티크 재봉틀. 그 중 10년 전, 앤티크 숍을 지나다 우연히 구입한 재봉틀은 딸 한나(22)에게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아낀다고. 자신이 태어난 해에 만들어져 왠지 모르게 애착이 가고, 대를 물려 사용해도 좋을 만큼 튼튼해 세월이 훌쩍 지난 후에도 무용지물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여자라면 한번쯤 재봉틀질을 해보고 싶잖아요. 저도 예전에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 패브릭을 활용한 아이템을 만들면서 재봉틀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던 중 이 재봉틀을 발견했고요. 수동이어서 사용이 불편했는데 모터를 자동식으로 바꾼 뒤에는 더욱 쓸모 있어졌답니다. 나중에 딸에게 물려주면 엄마와 함께한 추억, 엄마의 취미도 함께 물려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획 김진경 | 사진 문형일 기자

대 이어 물려주고 싶은 나의 애장품

▼가구컬렉터 김명한
홍대 거리에 남기고 싶은 치프테인체어

디자이너 가구 컬렉터로 유명한 ‘aA 디자인 뮤지엄’의 김명한(56) 사장은 그동안 수백 개가 넘는 가구를 수집했다. 그중 가장 보물로 여기는 것은 덴마크 디자이너 핀율(Finn Juhl)의 치프테인체어와 테이블. 건축가 겸 디자이너로 활동한 핀율의 디자인은 심플하면서 세련된 스타일이 특징으로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스칸디나비아 가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사랑받고 있다. 그가 1949년 디자인한 치프테인체어는 우리나라에 단 2개만 있을 정도로 희소성이 높은 작품으로 김 사장이 몇 년 동안 고생한 끝에 4년 전 어렵게 손에 넣은 것이라고. 미국 인디언에게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이 의자는 굵은 선에서 강한 남성미가, 의자 전체를 감싸고 있는 가죽에서는 섬세함이 느껴진다.
그가 가구 중 유난히 의자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의자는 어떤 디자인이든 사람 엉덩이보다 낮은 위치에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이너의 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멋이 깊어지고, 사용할수록 편안함이 더해진다고.
“가구는 사람의 손때가 묻어야 그 가치를 더해요. 고가의 디자이너 가구라고 모셔두고 보기만 하면 그 가구의 수명은 다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햇살 좋은 날이면 창가에 치프테인체어를 두고 앉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답니다. 치프테인체어를 포함해 제가 자식처럼 아끼는 가구들은 앞으로 고향과도 같은 홍대 거리에 남겨 다양한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기획 한여진 기자 | 사진 현일수 기자 |
장소협찬 aA 디자인 뮤지엄(02-3143-7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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