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신기초등학교 6학년 조승희양(12)은 최근 ‘제1회 전국 초등학생 독서감상문 및 작문대회’에서 최고상인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다. 전국에서 응모한 7만6천여 명의 학생 가운데 1등을 차지한 그의 독후감은 “초등학생답지 않은 논리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성력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이에 대해 조양의 엄마 임혜경씨(44)는 “승희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온 게 글쓰기 실력을 키운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승희는 글씨를 배우기 전부터 책과 함께 놀았어요. 그림 카드를 묶어 책처럼 만들어주면 장난감과 함께 갖고 놀았거든요. 아기 때부터 듣든 말든 옆에 앉아 책을 읽어주기도 했죠. 그 과정에서 승희가 자연스럽게 책을 친근하게 느낀 것 같아요.”
조양이 좀 자란 뒤엔 거실 TV를 없애고 그 자리에 책장을 놓아 집 안에 도서관을 꾸며줬다. 이 역시 아이가 책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런 노력 덕분인지 조양은 글을 익힌 뒤부터 책읽기에 빠져들었고, 각종 독서대회에 입상해 책장을 가득 채울 만큼의 책을 부상으로 받아오곤 했다고 한다.
“승희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사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데, 대회가 있을 때마다 좋은 책을 한 아름씩 선물로 받아오니 신이 나죠(웃음). 승희가 책을 많이 읽게 된 건 환경적인 영향도 있어요. 승희 아빠가 전근이 잦아 이사를 많이 다녔거든요. 어린 나이에 마음을 나누며 사귀던 친구들과 이별하는 아픔을 여러 번 겪어서인지 승희가 또래보다 좀 조숙한 편이에요. 평소에는 명랑하고 적극적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면도 갖고 있죠.”
책 읽고 나면 내용과 자신의 느낌 정리하는 습관 가져야
이런 조양의 성격은 책 읽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쳐 한 번 책을 잡으면 집중해서 읽고,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한 달에 3~4권 정도의 책을 완벽하게 정독하는 독서 스타일을 갖게 됐다고 한다. 책을 읽은 뒤엔 반드시 독서기록장을 작성하는데, 전반적인 줄거리를 적고 주인공의 성격 및 작가의 의도 분석, 독자의 입장에서 느낀 감상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고. 임씨는 “승희가 또래보다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면서 논리적인 글을 쓰는 건 책을 읽을 때마다 반드시 내용과 자신의 느낌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승희는 학교에 제출하는 독서기록장과 함께 자신만의 독서기록장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쓰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책 내용을 분석해서 꼼꼼히 정리해요. 저와 함께 수시로 책 내용에 대한 토론도 하고요.”
책을 꼼꼼하게 읽는 과정에서 체득한 논리력과 사고력 덕분에 전국 초등생 독서감상문 및 작문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받은 조승희양.
임씨는 조양이 읽는 책을 대부분 직접 골라주는데, 서점에서 미리 읽어보고 글의 내용과 표현, 아이에게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조양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넌지시 책에 대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다고.
“저는 평소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제 느낌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해요. ‘나는 거기서 그 주인공이 이렇게 한 게 마음에 들더라’ 하고 말을 꺼내는 거죠. ‘엄마는 그 상황이면 이렇게밖에 못 했을 것 같은데, 너는 어때?’ 하면 승희도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거든요. 승희가 책을 읽기 시작한 날부터 조금씩 조금씩 질문을 이어가면 아이는 제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 좀 더 꼼꼼히 책을 읽기 때문에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 주의할 것은 아이가 이 대화를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끼면 안 된다는 점. 엄마가 책 읽기에 대해 검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대화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임씨는 “이런 토론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편안한 시간에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양은 학업 성적도 우수한 편이라고 한다. 영어학원만 다닐 뿐, 다른 과목은 혼자 공부하는데도 전 과목 성적이 고루 좋다고.
조양의 장래 희망은 중학교 교사가 되는 것.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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