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선상 파티, 1881, 캔버스에 유채, 129.5×172.7cm, 워싱턴 필립스 컬렉션
“르누아르는 아마도 우울한 그림은 한 번도 그려 본 적이 없는 유일하고 위대한 화가일 겁니다.” 미술평론가 미르보가 한 말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기 마련인데, 르누아르는 이런 경험이나 감정을 한 번도 그림으로 표현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오로지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것만 그렸습니다.
‘선상 파티’는 르누아르의 그런 낙천적인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뱃놀이 나온 일행이 즐겁게 먹고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날씨는 맑고 강가의 식탁에는 여유와 한가로움이 넘쳐흐릅니다. 이왕 야외에 놀러 나왔으니 온갖 근심 걱정일랑 다 잊고 그저 유쾌하게 웃어나 보자는 속삭임이 그림으로부터 울려나옵니다.
르누아르 특유의 빠른 붓질과 밝고 화사한 색채가 이를 더욱 부채질합니다. 물론 빨리, 즐겁게 그렸다고 대충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남자들의 모자가 제 각각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르누아르가 얼마나 꼼꼼한 관찰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맨 왼쪽에 강아지를 데리고 노는 여인의 표정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알린 샤리고입니다. 르누아르 그림에 자주 모델을 섰던 여인으로, 이 그림이 완성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르누아르의 아내가 됩니다. 사랑하는 자신의 연인마저 어울려 있으니 화가는 이 젊은 날의 순간을 끝없는 행복으로 채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림 속의 사람들과 어울려 마음껏 웃고 떠들며 놀고 싶습니다. 이렇게 매사에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어서일까요? 르누아르는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화가의 한 사람이 됐습니다. 우리도 르누아르처럼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태도로 살면 우리의 삶을 르누아르의 그림 못지않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튜브 물감은 언제부터 사용됐을까요? 미국 화가 존 란드가 1841년에 발명해 1850년대부터 상용화됐습니다. 그 이전에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은 돼지 방광에 물감을 집어넣어 사용했는데, 부피도 크고 물감을 짜느라 송곳으로 찌르면 잘 터져 사용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튜브 물감이 나오고 나서는 누구나 쉽게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르누아르는 “튜브 물감이 없었다면 우리 같은 인상파 화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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