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Interior open house

테리 머피·엘렌 김 부부의 갤러리 하우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

기획·오영제 / 사진·박해윤 기자

2006. 02. 09

모토로라 한국 지사장을 지낸 테리 머피씨와 ‘엘렌 킴 머피 갤러리’를 운영하는 엘렌 김씨가 살고 있는 양평 집에는 어느 갤러리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을 전시하고 있다. 복잡한 서울을 떠나 자연을 마주하고 사는 부부의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집을 찾았다.

테리 머피·엘렌 김 부부의 갤러리 하우스

천장부터 바닥까지 모두 화이트 컬러에 최소한의 가구를 두어 심플하게 꾸민 집은 곳곳에 놓인 그림이 포인트 역할을 한다. 쪽빛 하늘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을 달리하는 나무들, 시원한 강바람이 창을 통해 담기면 자연은 또 하나의 그림이 된다.


한남동 UN 빌리지 내에 위치했던 ‘엘렌 킴 머피 갤러리’는 서울에서도 전망이 좋기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한강을 중심으로 남과 북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그곳은 와인, 시가, 재즈 등 재미있는 테마의 파티가 끊이지 않아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3년 전 갤러리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양평으로 자리를 옮겨 새 둥지를 틀었다. 강원도로 봉사활동을 다니던 엘렌 김씨는 동해 가는 길이면 늘 들르게 되는 양평의 풍광에 반해 그곳을 마음에 담아두었다는데 지금의 집을 보고 이사할 결심을 하게 됐다고. 그는 자연과 마주해 사는 덕에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항상 시끌시끌한 곳에서 많은 사람과 있다보니 왠지 모르게 남에게 끌려다니는 기분이 들었어요. 자신과 대화하고 마주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양평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죠. 그래서 내려오게 됐어요.”
테리 머피·엘렌 김 부부의 갤러리 하우스
테리 머피·엘렌 김 부부의 갤러리 하우스

01 집은 갤러리의 연장이다. 거실의 한 벽면에는 모두 유연희 작가의 그림을 걸었고 테이블 위에는 자개를 입혀 만든 조각가 신현중씨의 작품을 놓아두었다. 거친 질감의 서랍장 위에 놓인 백자는 화이트 컬러가 주조를 이루는 거실 분위기와 멋지게 어울린다.
02 현관에 들어서면 화이트 벽면과 대비를 이루는 빨간색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 작가 마르코의 작품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그의 그림에는 항상 따뜻함이 묻어난다고. 그림 아래에는 키가 작은 통나무 테이블과 촛대를 놓아 오리엔탈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꾸몄다.

테리 머피·엘렌 김 부부의 갤러리 하우스

부부의 리빙룸이나 다름없는 2층 카페. 좋아하는 재즈를 듣고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다. 카페 구석진 방에 놓인 광목 소파는 20년이 훌쩍 넘은 것으로 낡고 허름해진 것을 엘렌 김씨가 핸드 프린팅으로 다시 장식했다.


테리 머피·엘렌 김 부부의 갤러리 하우스

테리 머피와 엘렌 김 부부. 모토로라 한국 지사장을 역임했던 테리 머피씨는 여느 한국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 사랑이 남다르다고 한다.


건축가 류춘수씨가 설계해 지은 집은 철제 구조물로 이루어진 외벽, 화이트 컬러 내벽과 시원스레 난 통유리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창은 모두 그가 반했다는 양평의 아름다운 산과 강을 향한다. 1층은 갤러리로, 2층은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3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부부에게는 이런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1층은 좋아하는 그림을 걸어두고 실컷 보는 장소이고 2층 카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음악을 들으며 자연을 감상하는 놀이터로 부부가 함께 담소를 나누거나 업무를 보면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한다.
3층은 높은 천장과 탁 트인 유리창 덕에 보는 이의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낮에는 호수에 반사돼 은빛으로 부서진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고 밤에는 총총한 별빛이 고스란히 담겨 집에는 또 하나의 작품이 들어찬다.
부부가 집을 꾸밀 때 가장 신경을 쓴 점은 역시 ‘그림을 편하게 거는 것’. 집안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통 화이트 컬러로 통일해 벽면을 메운 그림들이 더욱 돋보이도록 했다. 부인 엘렌 김씨는 건축가가 지어놓은 비싼 집을 일부러 뜯어 망가뜨렸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애써 만들어놓은 벽을 뜯고 나무 판막이와 석고 보드를 대서 그림을 걸기 편하게 했어요. 그림은 시시때때로 기분에 맞춰 걸기도 하고 좋은 작가는 기억했다가 그 사람 작품을 꺼내어 걸기도 하죠. 하지만 계절마다 필요로 하는 색이 있어서 그 자리, 그 시절에 맞게 그림을 거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갤러리 내에 1천여 점의 작품들을 바꿔 걸다보면 일주일이 멀다하고 그림이 바뀐다고. 보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보고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더욱 다채로운 작품을 선사하는 자연과 마주하고 살아가는 것이 즐겁다는 부부에게는 양평에서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기만 하다.
테리 머피·엘렌 김 부부의 갤러리 하우스
테리 머피·엘렌 김 부부의 갤러리 하우스

01 침실로 통하는 공간에도 어김없이 그림이 걸려있다. 긴 통로에 그림과 조각을 놓아두어 마치갤러리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02 매트리스 위에 블랙 컬러의 침구를 덮어 꾸민 침실. 침대머리밑에 강렬한 그림이 더해져 개성 있는 공간으로 태어났다. 빨강 사과 그림은 요리사 출신으로 과일 그림을 많이 그린다는 화가 소르티노의 작품. 사과의 섹시하고 풍성한 느낌이 침실에 맞는 것 같아 걸어두었다고 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