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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세자 교육법’ 저자 김문식씨가 일러주는 진정한‘리더’로 키우는 교육법

‘태교부터 생활태도·인성·감성·지식 교육까지 엘리트 만드는 법’

■ 기획· 최숙영 기자 ■ 글·이주영 ■ 사진·김형우 기자

2003. 10. 07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비싼 학원에 보낸다고, 명문 학교에 보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식과 인품을 갖춘 진정한 리더로 키우고 싶다면 ‘제왕 교육법’에 관심을 가져보자.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조선의 왕세자 교육법’의 저자 김문식씨를 만나 진정한 엘리트로 키우는 교육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조선의 왕세자 교육법’ 저자 김문식씨가 일러주는 진정한‘리더’로 키우는 교육법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엘리트를 위한 교육법을 실시하고 있었고, 그것이 조선의 왕세자 교육법이라고 김문식씨는 말한다.


요즘 조기교육붐이 일면서 영재교육, 엘리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 사립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관련 서적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을 보면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엘리트를 위한 교육법이 외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제왕 교육’이라 불리는 왕세자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조선의 왕세자 교육법’이란 책을 써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저자 김문식씨(서울대학교 규장각 학예연구사,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를 만나 조선의 왕세자 교육의 핵심과 요즘 영재교육에 대한 허심탄회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조선시대의 왕은 왕자로 태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왕으로 길러지기 때문에 왕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왕자로 태어났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소양을 갖추지 못하면 중도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그만큼 까다롭고 힘든 과정이 제왕 수업이죠.”
그 옛날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왕세자 교육법이란 게 그림의 떡이겠지만 현대는 가문이나 출신보다는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가능성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왕세자 교육법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리더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만큼 리더십이 강조된 교육법이기도 하지요.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흔히 명문가라고 알려진 집안에서는 이런 왕세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키기도 했어요.”
그가 말하는 왕세자 교육의 기본은 간단하다. 인성과 감성, 그리고 지식을 함께 갖추는 교육인데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조선시대 왕세자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훌륭한 본보기를 보고 자라게 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예의 바르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고 자란다면 굳이 말로 가르치지 않아도 그 사람을 따라 하게 마련이거든요. 공부 역시 마찬가지예요. 늘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왕세자가 책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조선의 왕세자 교육법은 특히 학문보다는 생활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을 의미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김씨는 말한다. 어릴 때부터 떠받들어 키우다 보면 생활태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너무 ‘오냐 오냐’ 하며 받아주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조선시대 그 귀하다는 왕세자도 그렇게 버릇없이 키우지는 않았어요. 비만은 바보를 만든다고 해서 과식이나 편식을 하지 못하게 했고, 아침을 거르거나 늦잠을 자는 등 흐트러진 생활을 할 수 없게 했지요. 어린 시절부터 바른 생활 습관을 들여야만 왕이 되어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니까요.”
당시 생활태도만큼이나 강조한 것은 인성교육이다. 나중에 절대 권력을 갖게 될 임금이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추지 못할 경우 생기는 불상사가 크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현실에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는 게 김씨의 지적이다.
“요즘 시대라고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어요. 인품 있는 대통령이 있어야 하고 또 제대로 된 기업가와 정치인이 있어야 해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인격을 갖춘 부모가 있어야 반듯하게 자식을 키울 수 있어요.”
공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우선해야 진정한 엘리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의 왕세자 교육법’ 저자 김문식씨가 일러주는 진정한‘리더’로 키우는 교육법

왕세자 교육의 기본은 인성과 감성, 지식을 함께 갖추는 교육이라고 한다.


환경을 중시하는 교육왕세자 교육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 태교에서부터 시작된다. 임신을 하면 태아를 위해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왕비는 매일 성현의 말씀을 외우거나 들어야 했다. 색깔이 고운 옥과 수정을 바라보았으며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왕자가 태어나면 나라에서 형벌의 집행이나 짐승의 도살을 금지하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했다고 한다. 또 왕자를 가까이서 돌볼 유모와 내관(내시), 사부들을 선발할 때도 후덕하고 건실한 성품을 최우선으로 했다. 왕자의 성품과 생활습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덕성교육환경을 중요시하는 교육은 자연스럽게 덕을 쌓는 교육으로 이어진다. 왕자의 주변에는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만 배치되었고 왕자는 이들의 행동을 따라 배우면서 덕성을 길러 나갈 수 있었다. 그야말로 주변 환경에 의해 인성이 길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왕자는 스승 앞에서 옷차림을 갖추고 자세를 바로 한다든지, 아침에 일어나 왕실의 어른들에게 문안을 드리고 밤에 잠자리를 보살펴 드린다든지, 평소 식사를 살피고 병환 중에는 약을 먼저 맛보고 올린다든지 하는 기본적인 예절교육을 받았다. 나중에 왕이 되면 국가의 리더로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신하를 공경하고 백성들의 고통을 보살필 줄 아는 덕성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법를 중시하는 교육왕세자와 관련된 행사에는 반드시 일정한 예법이 필요했다. 가령 어린 왕자가 스승을 처음 만나는 날이면 ‘상견례’를 해야 했고, 강의를 시작할 때면 ‘개강례’를 했다. 또 성인이 되는 의미의 ‘관례’나 왕세자로 책봉되는 ‘책봉례’, 성균관에 가서 사부에게 교육받는 ‘입학례’, 세자빈을 맞아들이는 ‘가례’ 등의 다양한 예법도 익혀야 했다.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예법을 중시했던 이유는 왕이 되어서는 여러가지 국가 행사를 주관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식을 중시하는 교육왕세자의 하루 일과는 공부하는 게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빡빡한 학습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했다. 때문에 특별히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조건 책을 통한 공부만을 강조했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을 먼저 한 후 지식을 배우는 식이었다. 주자가 ‘마음을 깨끗하게 쓸고 닦은 후에 책을 읽으라’고 한 것도 먼저 인성교육을 한 후 지식을 익혀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조선의 최고 리더인 국왕은 신하가 올리는 문서를 읽고 처리할 능력이 있어야 했고, 또 유교 경전을 인용해 자신의 정치이념을 밝히거나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지식을 갖추어야만 했다.
체육과 예술교육왕세자는 대부분 궁궐 안에서 생활해야 했지만 여가 시간을 위한 교육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선 어린 시절에는 건강을 위한 체조를 했고, 성장하면서부턴 점차 활쏘기와 말타기를 익혔다. 특히 활쏘기와 말타기는 국왕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었다. 예술교육 또한 소홀하지 않았는데, 왕세자는 가장 먼저 시를 짓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국가에 경사가 있을 때마다 국왕과 신하들이 어울려 시를 짓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서예나 그림, 음악에 대한 소양도 갖추어야 했다. 문무를 겸비하는 것과 함께 학문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것이 조선시대 왕실교육의 최종 목표였기 때문이다.

조선의 왕세자 교육법을 응용한 엘리트 교육법

아이가 자라는 환경을 살핀다태교의 중요성은 현대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산모가 마음과 몸을 정갈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태교가 된다. 또 아이를 키우는 주변 환경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엄마와 아빠의 생활태도가 바른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아는 사람이냐가 아니라 어떤 품성을 가진 사람이냐다.
부모 스스로 본보기를 보인다엄마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잔소리밖에는 안된다. 또 아빠가 밤늦게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주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새 아이도 그런 모습에 익숙해진다. 그만큼 주변에서 어떤 사람을 보고 자랐는가에 따라 아이의 인성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백마디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명심하자.

‘조선의 왕세자 교육법’ 저자 김문식씨가 일러주는 진정한‘리더’로 키우는 교육법

요즘 시대에는 가문이나 출신보다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김문식씨는 조언한다.


예절교육부터 시작한다요즘은 허례허식이란 말로 모든 의식과 절차를 간단하게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유치원 입학식이나 졸업식, 선생님과의 첫 대면식 등의 의미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일러주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마음을 갖고 참여하지 않으면 커서도 진지한 태도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영어와 글자를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꼭 필요한 조기교육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예절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예절을 잘 가르쳐야만 나중에 ‘매너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느끼게 한다아이에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깨닫게 되면 스스로 동기 유발된 학습을 할 수 있다. 아이가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 살핀 후에 그에 맞는 공부를 하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성적보다 감성을 위한 예체능 교육에 더 중점을 둔다요즘에는 예체능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부모가 늘고 있다. 좋은 현상이기는 하지만 음악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피아노를 가르치고 미술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그림 그리기를 가르치는 것은 진정한 예체능 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심미안과 여유로움을 가르치기 위해 예체능 교육을 시킨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아무리 미술학원을 오래 다닌다고 해도 미술관에서 그림 한점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공부의 기본을 잡아주는 주자식 독서법

유학자로 유명한 주자는 아동용 교재인 ‘소학’을 편찬할 만큼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왕세자 역시 ‘소학’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그의 학습법에 따라 책 읽기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자식 독서법’이란 어떤 것일까.
반복해서 읽어라책 속의 구절을 거의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는 것이 좋다. 그 다음 문장에 담긴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한다. 여러가지 책을 무작정 많이 읽는 것보다는 읽는 분량이 적더라도 집중력을 가지고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다.
이해하기 쉬운 글부터 읽어라무조건 어려운 책을 읽어야 독서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쉬운 책부터 시작해 차츰 단계를 높여 읽도록 한다. 부모가 아이의 연령에 맞는 책을 골라주기보다는 아이가 흥미 있어하고 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을 골라주는 것이 좋다.
바른 자세로 책을 읽어라책을 읽기 전 마음을 안정시킨 후에 반듯이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좋다. 텔레비전은 끄고 주변을 조용히 정리한 다음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인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잠깐이라도 ‘반듯한 책 읽기’를 하다 보면 서서히 적응이 된다.
주석보다 경전을 즐겨라옛날에는 경전을 해석해놓은 주석이 있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참고서나 해설서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자는 주석의 해석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도 ‘기본’이라는 게 있다. 공부를 할 때 참고서나 학원강사의 해설에만 의존해서는 절대 학습 능력을 높일 수 없다. 교과서를 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만이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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