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웹소설 쓰면 얼마나 벌어요?”

김민정 채널A CD

2023. 02. 17

‘재벌집 막내아들’ 히트로 다시 한번 가능성을 각인시킨 웹소설. 쟁쟁한 콘텐츠들 사이에서 웹소설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14편의 작품을 출간하고 여러 히트작을 집필한 김민정 채널A CD가 내부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흥행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웹소설 장르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흥행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웹소설 장르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에이~ 괜찮아요. 선배 나중에 순양 그룹 차리실 거잖아요.”

며칠 전 회사에서 누군가 장난처럼 내뱉은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순양’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를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짧은 시간 안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재벌 기업을 나타내는 단어를 ‘삼성’이 아닌 ‘순양’으로 대체시킬 만큼 뜨겁게 달아올랐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웹소설 IP 원작을 기반으로 기획, 개발된 작품이다. 웹소설 기반 드라마는 이미 ‘사내맞선’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 흥행한 기록이 있다. 이제 더 이상 웹소설 기반의 드라마는 새롭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 웹소설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웹소설의 영상화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2023년 계묘년은 웹소설이 10대의 반열로 도약하는 해다. 고작 10년 사이에 웹소설은 연령과 성별을 아우르는 콘텐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러한 웹소설이 있기까지의 10년은 어떠했을까. 이 글을 통해 딱 10년 전 웹소설 연재를 시작하며 바라본 웹소설의 정의와 흐름 변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관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인터넷소설이 웹소설 되기까지

웹소설이란 말 그대로 ‘웹에서 연재되는 소설’이다. 광의적 의미로 웹에서 유통되는 순수문학 작품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겠으나, 흔히 웹에서 ‘선’연재되는 장르 문학을 칭한다. 물론 웹소설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웹에는 소설이 존재했다. 폐쇄성이 짙었지만 1990년대에도 ‘퇴마록’ ‘드래곤 라자’라는 히트작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를 쓴 귀여니 작가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인터넷소설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의 웹소설이 탄생한 데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역할이 주요했다. 네이버는 2013년 큰 인기를 끌던 ‘네이버 웹툰’을 컴퓨터 화면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탈바꿈시킨다. 스마트폰의 도래로 웹 콘텐츠의 형태에 필연적으로 변화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와 동시에 네이버는 웹소설 탭을 신설했다. 앞서 언급한 인터넷소설과 웹소설의 차이는, 인터넷소설이 인터넷에서 무료로 연재된 뒤 종이책 출간으로 이어진다면 웹소설은 온라인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가독성 높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었다. 가령 지문에 비해 대사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거나, 대사마다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배치되는 독특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 덕에 2013년 웹소설이라는 단어는 곧 ‘네이버 웹소설’, 즉 고유명사에 가까워졌다.
이에 뒤질세라 카카오도 2013년 4월 ‘카카오페이지’라는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오픈했다. 출시 직후에는 반응이 크지 않았지만 이후 ‘달빛조각사’가 큰 성공을 거두며 카카오페이지는 공룡 웹소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후 이용자 수가 많은 웹소설 플랫폼이 여럿 등장하며 웹소설은 플랫폼에 유통되는 장르문학을 일컫는 일반명사로 자리 잡게 됐다.

웹소설의 성공 공식과 수익 구조

웹소설을 소비하는 이들 가운데 주로 모바일 이용률이 높은 독자층은 10~30대이며 현재 40~60대까지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웹소설 업계에서 통용되는 ‘성공하는 웹소설’의 공식은 이동 중에도 모바일에서 손쉽게 읽힌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추상적이거나 심각한 주제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 매 회차 말미에 다음 회차를 읽고 싶게 만드는 장치를 심어놓는다. 시공간적 묘사보다는 대화체를 더 선호한다. 서사를 부각하며 빠른 전개로 가독성을 높인다. 독자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지속해서 몰입할 수 있도록 한 회의 분량은 짧고 연재 주기 또한 짧게 잡는 게 특징이다.

웹소설의 수익은 인세로부터 발생한다. 즉, 작품마다 작가와 출판사 간 계약조건에 따라 수익비율이 달라진다. 직접적인 수익은 웹소설이 출간된 각 플랫폼에서 발생한다. 정산은 출판사에 따라 익월 혹은 익익월로 처리된다.

수익은 일반적으로 소설을 유통하는 플랫폼이 30~45%를 가져간다. 나머지 수익은 작가와 표지·교정·교열·계약 등을 작업하는 출판사가 7 대 3으로 나눈다. 물론 수익 분배는 작가의 인지도, 전작 성적 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웹소설 IP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흥행하며 업계 내 IP 선점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제 웹소설, 웹툰 중에는 완결되기도 전에 2차 저작물 판권 계약이 성사되기도 한다. 특히 전작에서 성과를 보였던 작가의 경우 차기작 돌입 이전부터 영상화, 게임화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웹소설 장르는 다양하다. 국내 최대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를 기준으로 판타지, 현대 판타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무협, 판타지 드라마, BL(Boy Love)로 나뉜다. 웹소설의 장르는 독자층에 따라 크게 여성향과 남성향으로 구분한다. 남성향에 비해 여성향의 수요가 많으며 간혹 남성향과 여성향 사이에 걸쳐 있는 작품도 존재하는데, 이 둘의 경계는 분명하다.

대체로 웹소설은 클리셰가 확립되어있고, 타깃층을 확보하기 위한 인기 소재가 정해져 있다. 작가는 이를 집필 단계 이전부터 고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을 여성향과 남성향, 둘로 나누는 이유 또한 시장을 세분화해 타깃층을 명확히 했을 때 수익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이다.

웹소설의 플랫폼은 연재본 플랫폼(카카오페이지)과 단행본 플랫폼(리디북스, 알라딘) 그리고 연재본과 단행본을 모두 출간하는 플랫폼으로 나뉜다. 연재본 플랫폼에서는 보통 5000자 분량의 글이 한 회로 묶여 출간되며, 단행본 플랫폼은 25~30회차를 책으로 엮어 유통한다. 일반적으로 연재본 플랫폼에 소설을 먼저 선보이고, 단행본은 연재본에서 공개되지 않은 외전 등이 추가된다. 또한 웹소설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자유 연재 플랫폼(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 네이버 챌린지리그)도 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연재가 가능하다.

필자는 영상 업계에 발을 들이며 ‘N잡러’가 됐다. 14개 작품의 출간 경력이 있는 웹소설 작가이자 영상을 기획하는 CD가 되면서다. IP 판매 논의를 위해 미팅에 나가면 “앞으로 웹소설은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요?”란 질문을 자주 받는다. 처음엔 모호하게 답하곤 했다. “유행은 돌고 도니 다시 종이책이 유행하지 않을까요” 또는 “메타버스 세상에 적용되지 않을까요”라 답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 속 시원히 답하자면 나도 정말 모르겠다.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웹소설의 다음 형태가 도대체 왜 중요한가요?”라고 되묻고 싶다. 콘텐츠는 기술 발전에 발맞춰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김은숙 작가는 여태 써왔던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복수극 ‘더 글로리’를 출시해 또다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김은숙 작가의 도전 배경에는 보다 다양한 장르물이 성공할 수 있는 OTT 시장의 성장이 있다. 그가 앞으로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지금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창작자는 새롭게 등장하는 트렌드에 맞춰 적용시킬 수만 있으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포맷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찾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으로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포맷 중 하나가 바로 웹소설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웹소설 #재벌집막내아들 #빅노아작가 #여성동아



김민정(필명 빅노아)
웹소설 작가이자 채널A 영상 제작 CD, N잡러의 꿈을 실현한 갓생 사는 콘텐츠 제작자. 대표작으로는 ‘악역 공작 영애의 특별한 쌀 재배법’ ‘사모님의 야릇한 침실’ ‘악마의 육아일기’ 등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JHS BOOK JTBC 네이버 리디북스 알라딘 카카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