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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폐방화복의 놀라운 선순환 이승우 119레오 대표

글 강현숙 기자

입력 2021.07.28 10:30:01

지난 5월 말 열렸던 ‘새활용 의류전’에서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수명이 다된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한 가방을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그 제품을 만든 ‘119레오’의 이승우 대표를 직접 만나보았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관심과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버려지는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이 패션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브랜드는 ‘119레오(REO)’다. 소방관의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로, 그들이 사용했던 폐방화복과 소방 호스로 가방과 카드 지갑 등을 만들며 영업 이익의 절반은 공상 불승인(공무상 상해 인정을 받지 못한) 암 투병 소방관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에는 ‘2021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s 2030,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로 경복궁에서 열렸던 ‘새활용 의류전’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19레오의 가방을 구입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당시 김 여사는 함께 전시회를 관람한 페루 대사 자녀들에게 이 가방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레오는 건국대 건축학도인 이승우(28) 대표가 주축이 돼 시작됐다. 2016년 건국대 인액터스(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실험하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대학 연합 단체)에 몸담고 있던 이 대표는 우리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이 어떤 환경에 있는지 궁금증을 갖게 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그들을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2014년 “병에 걸려 죽은 아빠가 아니라 소방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 채 혈관육종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김범석 소방관의 유족은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 중이었는데,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이 119레오의 시발점이 되었다. 119레오에서 레오(REO)는 ‘Rescue Each Other’의 줄임말로, ‘소방관이 우리를 구하듯 우리도 함께 서로가 서로를 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팀 이름을 정한 뒤 소방관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이미 그 일을 잘해주고 있는 방화복이 눈에 들어왔고, 매년 70억 톤에 달하는 폐방화복이 법적 내구연한으로 인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면 선순환이 되면서 다시 소방관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대표는 친구들과 함께 2016년 건국대 인액터스 119레오 프로젝트를 론칭한 후 폐방화복을 활용한 가방과 팔찌를 선보였고, 나날이 성장을 거듭해 2018년 8월 119레오 주식회사를 창업하고 대표를 맡게 됐다. 2019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소방청장 표창, 올해 7월에는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폐방화복을 리사이클링하고, 소방관의 권리 보장을 위해 힘쓰는 브랜드라는 점이 인상 깊어요. 소방관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금도 전달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처음에 시작할 땐 1년 프로젝트로 생각했고, 실제로 1년이 되는 날에 기부금 전달도 마쳤어요. 막상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시점이 되니 초심(初心)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암 투병 소방관의 권리 보장과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심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처음 수익금 전액은 김범석 소방관님 유족에게 전달하려고 했는데, 유족들께서 자신들보다 더 열악한 다른 암 투병 소방관들을 지원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하며 받질 않으셨어요. 현재까지 총 10명의 암 투병 소방관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했습니다. 이 외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지원, 은퇴 구조견 지원 등을 위해 적은 액수지만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어요. 총누적 기부 금액은 5천만원 정도입니다.


지난 5월 31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경북궁에서 열렸던 ‘새활용 의류전’에서 김정숙 여사가 119레오의 가방을 구입해 함께 전시회를 관람한 페루 대사 자녀들에게 선물했다.

지난 5월 31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경북궁에서 열렸던 ‘새활용 의류전’에서 김정숙 여사가 119레오의 가방을 구입해 함께 전시회를 관람한 페루 대사 자녀들에게 선물했다.

얼마 전 김정숙 여사가 119레오의 가방을 구입해 화제가 됐어요.

영부인께서 구입하신 제품은 백팩인 REO1181과 슬링백인 REO714예요. 당시 환경부에서 전시회장 길목에 119레오와 더불어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들의 제품을 배치해놨는데, 그곳을 지나가다 동행하던 국빈의 자녀에게 선물하셨다고 해요. 아쉽게도 저는 현장에 없었고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지요.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관심이 감사했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포부를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가 됐어요.
폐방화복과 소방 호스를 재활용하고 있잖아요. 버려지는 자재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가방 등의 아이템으로 완성되는지 궁금하네요.



방화복은 아라미드 소재로 제작되는데 방염·발수·방검 성능을 지녀 튼튼하고, 무게도 가벼워 재활용하기 좋아요. 우선 소방서로부터 내구연한이 지난 방화복과 소방 호스 등 소방 안전 장비를 무상으로 수거합니다. 그 후 지역 자활센터 내 세탁 작업장으로 전달해 2중 세탁을 진행하고, 임가공 작업장으로 보내 분해 과정을 거쳐 원단으로 만듭니다. 이 원단을 각 제품 생산 공장에 전달해 가방과 카드 지갑, 액세서리 등으로 업사이클링하지요. 보통은 무상으로 폐방화복 등을 받다 보니 제품 제작비가 적게 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새 원단을 사는 것보다 폐방화복을 재가공하는 비용이 10배 정도 비싸요.

각 지역의 자활센터와 세탁 및 임가공 과정을 함께하는 이유가 있나요.

방화복 등을 수거하러 직접 소방서를 방문하는데, 소방관님들께서 “소방관 외에도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세요. 아무래도 안전에 취약한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이런 조언을 하시는 듯해요. 그런 영향 덕분인지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할 때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고민하게 됐어요. 특히나 소방 장비는 지역의 세금으로 마련되고 있으니 최대한 지역사회와 연계하면 좋겠다고 판단됐고요. 그러던 차에 저소득 주민의 자활, 자립을 지원하는 지역 자활센터를 알게 됐는데, 대부분 세탁 작업장과 임가공 작업장을 갖고 있더라고요. 저희와 자원을 가공하는 부분을 함께 나눌 수 있겠다 생각됐고, 2019년부터 같이해오고 있어요.

방화복 가방과 소방 호스 카드 지갑 등을 선보이는데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요.

119레오의 주 고객층은 소방관에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소방 호스 카드 지갑과 REO926 백팩입니다.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던 소방 호스로 만든 카드 지갑은 질감이 독특하고 고리가 있어 어디든 가볍게 걸어서 사용할 수 있어요. 폐방화복으로 만든 백팩은 견고하면서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소방 현장에서 실제 사용됐던 만큼 생명을 구한 흔적도 남아 있는 특별한 아이템입니다. 제품은 온라인의 경우 자사 몰과 다양한 입점 채널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오프라인에서는 백화점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을 순회하며 팝업 스토어를 전개하고 있는데, 7월 30일~8월 30일은 롯데백화점 광복점, 8월 20일부터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세련된 디자인의 119레오 제품들. 코코몽 캐릭터와  협업한 미니 토트백도 인기로, 양면으로 사용가능하다.

세련된 디자인의 119레오 제품들. 코코몽 캐릭터와 협업한 미니 토트백도 인기로, 양면으로 사용가능하다.

최근에는 윤리적 소비의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들을 위한 팝업 스토어 ‘민지맨션’에 입점해 관심을 모았어요. 폐방화복을 활용한 119레오처럼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는데, 이런 사회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을 듯해요.

우리 스스로 환경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다 보니 더욱 관심이 많아지는 듯해요. 저 역시 2019년 미국 LA로 출장 갔을 때, 지난해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떠났을 때 바다에서 많은 쓰레기를 마주하면서부터 친환경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됐어요. 119레오 역시 소방 안전 장비 업사이클링을 통해 안전에 기여한 제품들이 다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2016년 폐방화복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소방 호스, 2020년에는 기동복, 올해에는 리사이클링 원단까지 범주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폐방열복도 업사이클링할 예정입니다.

119레오가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나요.

119레오가 ‘서로를 구한다’는 문장의 대명사가 되면 좋겠어요. 누군가 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듯 나도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서로가 서로를 구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선한 건축학도,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전문가가 되다

119레오는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사회적 기업이잖아요.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대학에 진학할 때 건축학과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공간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대학 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건축뿐 아니라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러 방법이 있다는 사실도 체득하게 됐고요. 그리고 119레오를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아 실행에 옮겼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제 좌우명은 ‘우공이산(愚公移山)’입니다. 묵묵히 소임을 다해 세상의 작은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패션과 건축의 연결고리가 궁금합니다.

패션이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건축에서는 건축주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삶이 표현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보는 과정을 거듭하지요. 이런 점에서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건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서로를 구한다’는 가치를 119레오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가 되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요.

화재와 구조 현장을 누비다 혈관육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사망한 고 김범석 소방관님의 승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유족들이 지방법원에서 소송을 시작할 때 처음 만났고 재판이 있을 때마다 자주 참석했어요. ‘암 투병 소방관의 권리 보장’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정말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지요. 소방관이 일하는 활동 범주가 너무 넓다보니 표본을 만들기도 어려웠거든요. 1심 패소 후 2심 재판 결과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게 됐고, 승소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암 투병 소방관과 관련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소방관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더 열심히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일은 무엇인가요.

안전 폐기물의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지금은 제가 직접 전국 방방곡곡 소방서를 찾아다니며 폐방화복을 수거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버려지는 폐방화복을 체계적으로 수거해서 제품화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19레오의 미래도 더욱 기대됩니다.

서로를 구한다는 가치를 표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제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존 캐주얼 위주의 디자인에서 클래식, 스포츠, 레저 디자인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고,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길 꿈꿔요.

사실 새 방화복을 입을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고, 개발도상국 일부에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폐방화복을 입기도 해요. 우리나라 역시 2003년부터 소방관들이 방화복을 입을 수 있었고, 그 전에는 우비를 입고 불을 끄러 현장에 출동했지요. 소방관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119레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역할이 완료되면 해외로 눈을 돌려 방화복을 입지 못하는 나라에 이를 공급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면 다른 나라의 폐방화복까지 모두 업사이클링해서 제품 판매가 전 세계적으로 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웃음).

사진 홍중식 기자 뉴시스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을 지향합니다.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을 지향합니다.



여성동아 2021년 8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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