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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tar

솔직하고 담백한 사랑을 꿈꾸다 한지민

글 강현숙 기자

입력 2020.12.11 11:07:20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멜로 퀸’ 한지민이 가공되지 않은 민낯 같은 느낌의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가 전하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고찰.
청초한 분위기와 맑은 눈빛을 지닌 한지민(39)은 믿고 보는 멜로 퀸으로 인정받고 있는 배우다. 특히 지성과 호흡을 맞췄던 드라마 ‘아는 와이프’(2018), 남주혁과 부부로 출연한 ‘눈이 부시게’(2019), 정해인과 함께한 ‘봄밤’(2019) 등 근래 들어 출연한 세 작품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멜로드라마의 여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청순, 러블리의 대명사’라는 별명처럼 매 작품마다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전하며 캐릭터에 꼭 맞는 연기를 선보여 찬사를 받아왔다. 

중학생 시절 CF로 연예계에 데뷔한 한지민은 2003년 드라마 ‘올인’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TV 드라마에 처음 얼굴을 비쳤다. 그 후 드라마 ‘부활’(2005), ‘경성스캔들’(2007), ‘이산’(2007~2008), ‘옥탑방 왕세자’(2012), ‘하이드 지킬, 나’(2015), 영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역린’(2014), ‘밀정’(2016) 등에 출연하며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섬세한 감정 연기가 매력적인 한지민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단연 영화 ‘미쓰백’(2018)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을 지키려다 전과자가 됐지만 세상에 홀로 내몰린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백상아’ 역할을 맡았다. 이 작품을 통해 러블리한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파격적으로 보일 만큼 거칠고 어두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으며, 백상예술대상·청룡영화상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배우로서도 재평가를 받았다. 

‘미쓰백’ 이후 한지민은 잔잔하면서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조제’(12월 10일 개봉)를 선택하며 그의 전매특허인 멜로 연기로 돌아왔다. ‘멜로의 바이블’로 꼽히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선천적인 다리 장애를 갖고 할머니와 단둘이 지내는 집에서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조제(한지민)와 그녀에게 솔직한 감정으로 다가가는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았다. 한지민은 처음 경험하는 사랑의 감정에 설렘과 불안을 함께 느끼는 조제의 내면을 섬세한 눈빛으로 표현하고, 특유의 감성을 더해 조제만의 낯설지만 특별한 매력을 완성해냈다. ‘눈이 부시게’ 이후 연인으로 다시 만난 남주혁과의 케미도 한층 돋보인다.


한지민은 앞으로 사랑을 한다면 후회 없을 만큼 사랑하되, 이별에 있어서도 조금은 담백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지민은 앞으로 사랑을 한다면 후회 없을 만큼 사랑하되, 이별에 있어서도 조금은 담백하고 싶다고 말한다.

리메이크작인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과거 그 시절의 제가 봤을 때 좋은 멜로 영화였어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잖아요. 작품을 제안받기 전이었는데, 이 영화가 리메이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지금 시대에 한국적인 색채가 입혀지면 어떻게 표현될까라는 설렘이 있었어요. 감각적인 영상과 섬세한 연출력을 가진 김종관 감독님이 연출한다니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었고요.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심플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감독님과 조제의 조화가 궁금했고, 시나리오 안에 담겨진 조제를 표현한다면 어떤 지점의 색을 입힐 수 있을지 기대감과 설렘이 컸어요, 그렇다보니 원작에 대한 부담을 고민하진 않았고요. 개봉을 앞두고 오히려 원작을 다시 찾아서 봤는데,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떻던가요. 

지금까지 3번 봤는데 그때마다 감정이 변했어요. 그만큼 보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여운이 달라지는 영화라고 생각됐습니다. 조제는 자신의 감정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런 점이 연기하면서 어렵고 불안했는데,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시고 확신을 줬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처럼 영화의 공간과 소리, 음악 등 여러 가지로 조제라는 캐릭터를 다 채워주셨구나 느껴졌어요.

원작과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원작에는 두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 있어요. 이와 비교해 ‘조제’는 사랑하는 과정을 더 집중해서 담으려고 했어요. 이별 과정에서도 무엇 때문에,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아요. 그 지점이 원작과 가장 큰 차이지요. 감독님과 ‘연인간의 인연을 끝맺을 때 한 가지 이유만일 수는 없겠다, 이별에 있어서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솔직할까’라는 대화들을 자주 나눴어요. 그러면서 두 주인공이 헤어진 이유를 전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주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둘이 성장하고 변하는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기존의 상업영화와는 달리 호흡이 느린 작품이었어요.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요즘 세상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급박하게 바뀌잖아요. 촬영하면서 느리고 잔잔한 매력이 있었어요. 이 영화 자체가 가공되지 않은 민낯 같은 느낌의 사랑 이야기라 끌리기도 했고요. 극중 조제의 세계는 굉장히 독특해 보이고, 표현이나 언어로 감정선을 명확하게 표출하지 않아요. 그래서 어렵고 힘들었지만 배우에게 숙제가 주어지는 건 고통스럽고 괴롭더라도 그 지점이 좋아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요. 조제는 그야말로 매 신마다 물음표가 생겼던 캐릭터이자 저에게 또 다른 모험처럼 느껴졌어요. 화가 나거나 쓸쓸하거나 외롭다거나 이런 감정들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눈빛 등을 통해 잔잔하게 담아내야 해 어려웠지요. 장면 장면을 촬영하면서 감독님에게 끊임없이 물어봤어요. 제게 또 한 번의 성장통을 겪게 해준 영화에요.

‘조제’ 이외에 성장통을 겪게 했던 다른 작품이 있었나요. 성장통을 겪으며 배우로서 어떤 전환점을 겪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조제’를 찍으면서 사람 한지민의 성장통도 함께 맞물려서 왔어요. 캐릭터에 큰 변화를 줘야했던 ‘미쓰백’은 오히려 그런 점을 표현하는 일에 집중했었어요. 사실 ‘조제’ 이전에 사람 자체의 성장통을 겪게 한 작품이 있긴 해요. 그런 힘든 과정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고, 연기나 제 삶에서 받아들이고 경험해봤으니 나아질 것을 알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늘 어려운 숙제에 맞닥뜨리는 것 같아요. 특히 ‘조제’는 매 신마다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겪었던 성장통이 더 깊이 고민하고 나란 사람 그리고 연기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답니다.

조제는 하반신을 쓸 수 없고 집에 갇혀 지내면서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웠잖아요. 이런 독특한 배경의 조제를 표현할 때 어떤 점에 집중했나요. 

연기를 하면서 조제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노력했어요. 조제의 세계는 무척 독특한데 그 안에서 표현하는 조제의 언어들은 때로는 추상적으로, 때로는 영화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런 점 덕분에 관객들은 좀 더 몰입감 있게 영화를 볼 수 있기도 하고요. 제가 파악한 조제는 낯설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로, 갇혀진 공간 안에 살고 있지만 먼 세상까지 갈 수 있다고 상상하며 사는 인물이에요.

영화 초반에 영석에게 ‘밥 먹고 가라’는 말을 많이 해요. 조제에게 ‘밥’이 전하는 의미는 뭘까요. 

영석이의 따뜻한 배려로 인해 둘의 관계가 시작돼요. 그 따뜻함에 대한 보답, 고마움에 대한 표현이 밥이었던 것 같아요. 조제는 갇혀진 세계에 살다보니 인간관계가 서툰 인물이에요. 영석에게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휠체어를 약간 돌리면서 뒷모습에 대고 ‘밥 먹고 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고’라고 말하지요. 또한 조제의 공간 중 책이 가득한 방 외에 요리하는 곳이 놀이터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으로 밥을 해주지 않았나 생각돼요.


잔잔한 사랑 이야기, 영화 ‘조제’ 스틸컷.

잔잔한 사랑 이야기, 영화 ‘조제’ 스틸컷.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나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포함해 경험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소박하면서 잔잔하게 담아낸 작품이에요. 영화의 호흡이 조금은 느리지만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제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지 찬찬히 느껴봤으면 해요. 또 하나 바람은 사랑 이야기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기억들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떠올리면 어떨까요. 앞으로 다가올 사랑에 대해서도 그 감정들에 솔직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인물인데 연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부분은요. 

조제의 세계에 들어가고, 조제의 언어를 제 것으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 와중에 발 빠르게 했던 작업은 신체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지점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거였어요. 감독님께서 많은 영상을 보내주셨고, 관련 영상을 탐독하고 집에서 재현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움직임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집에 휠체어를 두고 자주 타면서 익숙해지려 연습했고요. 가장 어려웠던 건 다리의 힘을 빼는 거였어요. 저도 모르게 돌아눕는 상황에서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몸을 끄는 연기를 할 때는 힘들다고 표현하긴 조심스럽지만 골반이나 뼈가 아프기도 했고요.

남주혁 배우와 ‘눈이 부시게’ 이후 두 번째 만남이에요. 함께 붙는 신이 대부분이던데 호흡은 어땠나요. 

‘눈이 부시게’ 때는 제가 주혁 씨에게 용기를 줬어요. 워낙 선배님과 선생님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고 주혁 씨가 대선배들과 붙는 신이 많다보니 겁을 내고 긴장하더라고요. ‘잘하고 있다’고 계속 이야기하며 응원해 줬어요. ‘조제’ 작업 때는 주혁 씨가 초반 촬영을 먼저 해 현장에 적응한 상태였어요. 가장 가까이에서 조제의 눈을 보며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도 주혁 씨가 맡은 영석이었고요. 연기할 때마다 많은 대화를 했는데, 솔직하게 대답해줬어요. 주혁 씨는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함이 있고 박학다식해요. 아는 게 진짜 많지요.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기도 하면서 점점 더 가까워지고 편하게 의지하며 촬영했어요.

멜로 연기를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 

잘하고 싶어요(웃음). 멜로 연기를 하는 데 있어 그 캐릭터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사랑과 이별에 대해 배워요. 감독님을 포함해 여러 도움을 받는데, 뻔한 대답 같지만 특히 멜로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 거기서 에너지를 받고 서로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조화로움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지민 배우가 꿈꾸는 실제 사랑의 모습도 궁금하네요. 

저는 연인이나 친구 사이, 강아지와의 관계 등 이별 앞에서 담담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 과정과 시간, 비워내기까지도 오래 걸리는 편이고요. 앞으로 사랑을 한다면 후회 없을 만큼 사랑하되, 이별에 있어서도 조금은 담백하고 싶어요. 저나 상대방이나 모두 솔직한 게 좋은 것 같고요. 평소 다툼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로 인해 속내를 다 표현하지 않을 때가 있었어요. 이제는 사랑한다면 저만의 화법으로 솔직하고 싶어요.

영화 속 조제는 결핍이 많은 존재지만, 한지민 배우는 솔직히 부족함이 전혀 없어 보여요. 본인에게 채워 넣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어떻게 없겠어요. 가장 어려운 게 제 자신인 것 같아요.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주는 관계에 있어서의 감정 소모도 크지만, 가장 큰 결핍은 제가 저에게 주는 스트레스에요. ‘나는 이래야해, 이렇게 보이고 싶어’ 등 깊게 들여다보면 내가 이런 지점을 바라고 있고 인정받지 못해 괴로운 것 같아요. 저를 알아가는 일도 참 어려운 듯해요. 작품 속 캐릭터나 광고 속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팬들이 많지만 저 역시 결핍이 많고 늘 고민하고 힘들어한답니다(웃음).

조제는 남들에게 버려진 물건들을 모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요. 혹시 수집하는 물건이 있나요. 

예전에는 모으는 걸 즐겼는데, 점점 비우는 일이 좋아요. 지금은 웬만하면 방에 아무것도 두지 않으려고 해요. 모아봤자 영화티켓 정도랄까요. 지금은 마음도, 공간도 모두 비워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이나 인생에 대한 관점이나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을까요. 

담담하게 무덤덤하게 이별 인사를 전하는 조제를 보면서 저도 아픔보다는 좋았던 기억들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즐거웠던 시간들에 대한 향기와 추억이 가득한데 마지막 장면으로 그 인연과의 끝맺음을 아프게 오래 가져가곤 하잖아요. 행복했던 기억으로 이별의 시간을 단축하고 싶어요. 또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거나 타협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여성동아 2021년 1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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