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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쇼윈도:여왕의 집’ 송윤아·이성재·전소민·황찬성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사랑은요…”

글 윤혜진

2021. 12. 03

화려한 캐스팅과 불륜에 관한 파격적인 내용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채널A 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이 베일을 벗었다. 드라마의 네 주인공 송윤아, 이성재, 전소민, 황찬성이 직접 들려준 일과 사랑에 대한 단상.

막장 보다 더한 세상, 믿을 건 가족의 힘
송윤아&이성재

11월 29일 방영을 시작한 채널A 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이하 ‘쇼윈도’)이 상류층을 배경으로 어른들의 사랑과 인생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얻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이성재(51)와 송윤아(48)는 1997년 드라마 ‘지평선 너머’에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1995년 같은 해 데뷔해 26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온 관록만큼이나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쇼윈도’는 남편의 여자인 줄 모르고 불륜을 응원한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미스터리 치정 멜로 드라마로 송윤아(한선주 역)와 이성재(신명섭 역)가 부부로 출연한다. 패션그룹 라헨의 장녀이자 사회복지재단 혜솔의 이사장인 한선주는 자신을 여왕으로 부르는 남편과 모범생인 딸, 엄마바보인 아들까지 다 가진 인물이다. 윤미라(전소민 분)와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 신명섭은 그런 완벽한 가정과 사랑을 동시에 이루려는 욕망을 품고 산다.

송윤아 “제목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어요. 처음에는 여왕처럼 하고 있어야 하나 생각했다가 현실성을 잃으면 안 되니까 적정선을 잡고 한선주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사실 한선주와 송윤아는 정말 다른 인물이에요. 다음에는 좀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아이를 키우느라 연기 활동을 자미 중단했다가 복귀한 작품이 ‘마마’(2014년)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감정을 쏟아내는 역할을 계속하다 보니 제가 너무 지쳐요. 그래서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이 촬영 시간 외에는 일부러 더 밝게 있는 건데, 하도 이번 현장에서 업되어 있으니까 강솔 감독님이 좀 자중해 달라고 부탁하셨어요(웃음).”

이성재 “저는 순전히 송윤아 씨가 한다고 해서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연기해오며 한번 호흡을 맞춘 상대 여배우와 그 이후 다른 작품에서 다시 못 만났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서로를 잘 알고 친한 상태에서 연기하는 게 훨씬 더 시너지가 좋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시 만나는 여배우가 누가 될지 항상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만 ‘지평선 너머’에서도 완성되지 못한 사랑으로 안 좋게 끝났는데 이번에도 역시 해피엔딩이 아니라 그게 좀 아쉬워요. 다음에 송윤아 씨를 또 만나게 되면 구박 받는 오빠, 억척스러운 동생 같은 남매 사이면 좋겠어요.”

이성재의 말처럼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킨 ‘쇼윈도’는 해피엔딩을 맞을 수 없다.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의 심리전과 송윤아·전소민의 워맨스로 매콤한 맛을 중화시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륜, 복수, 욕망이 버무려진 ‘마라맛’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인기리에 종영한 SBS ‘펜트하우스’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과 비교되며 ‘막장’ 드라마로 묶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성재와 송윤아는 개의치 않다고 했다.

이성재 “‘막장’이라는 단어에는 작품을 폄하시키는 뉘앙스가 묻어나는데요. 사실 우리네 인생이 막장 아닌가요? 뉴스에도 밝고 건강한 기사보다는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나오잖아요. 드라마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인데 그거에 비하면 우리 드라마는 준수하죠.”



송윤아 “저는 주변에서 이번에는 어떤 드라마냐고 물으면 제가 먼저 막장 드라마라고 얘기를 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재미있겠다’ 그래요. 이성재 씨 말대로 정말 우리 사회에 드라마보다 더한 사연들이 많잖아요. 저는 촬영하면서 우리 드라마는 판타지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의 딱 중간을 다루는 작품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손해 봐도 손해 보는 느낌이 없는 진짜 사랑

“불륜, 삼각관계가 나아가서는 사랑이란 한 범주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성재에게 이 드라마는 막장이 아닌 멜로물이다. ‘내가 하면 멜로, 남이 하면 불륜’이라더니 딱 그 상황이다. 사랑 이야기가 나온 김에 중년인 두 사람에게는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이성재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게 저는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자기를 비우고 희생하는 게 사랑이죠. 드라마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단이 터진 거고요. 신명섭이 한선주도, 윤미라도 사랑하지만 그보다는 나를 더 사랑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런 일들을 벌였기 때문에 명섭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 같아요. 자기를 버리는 게 사랑이죠. 손해를 보면서도 손해 보는 느낌이 없는 상태, 그게 사랑이 아닐까요? 지금 말한 거 좀 괜찮은데?(웃음)”

송윤아 “저도 그 말에 공감해요. 만약 그냥 희생하는 게 사랑이라고 그쳤으면 ‘제 생각은 다릅니다’라고 얘기할텐데 저 역시 그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자식, 남편, 부모님, 주변 사람 등을 대하는 여러 마음이 있잖아요.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뭔가를 결정하고 베풀어야 할 때 ‘이걸 내가 해주면 이 사람은 나한테 뭘 해줄까, 뭐라고 생각할까’ 안 따져볼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남편이라든가 자식, 부모님한테는 무조건적이잖아요. 살아보니 그게 아마도 사랑에서 나오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듣던 이성재는 “(송윤아 씨가)그런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라 나한테 건강식품과 사과를 보내주는가 보다. 동료애도 사랑이지”라며 웃었다. 나보다 사랑하는 이를 더 생각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은 2022년 새해 목표마저도 비슷하다. 바로 일과 가정,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촬영을 마치면 연예계 대표 기러기 아빠인 이성재는 가족을 만나러 캐나다로, 2021년부터 제주도살이 중인 송윤아는 다시 제주도로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재 “코로나19 때문에 2년 동안 캐나다에 있는 가족들을 못 만났어요. 둘째 손녀는 얼굴도 못 봤는걸요. 그래서 ‘쇼윈도’ 촬영이 끝나면 가족을 보러 갈 예정이에요. (기자가 손녀라는 말이 어색하다는 말을 하자) 저도 할아버지는 너무 늙은 느낌이라서 할아버지와 아빠의 가운데 의미로 ‘할빠’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어요. ‘할빠’라고 해요.”

송윤아 “우리 일이라는 게 작품을 하는 동안은 개인적인 일상이 멈추는 거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있다 보니 작품을 결정하고 들어가기가 솔직히 쉽지 않아요. 특히 아이가 2021년부터 제주도에서 지내는데요. 몇 개월간 제가 같이 있다가 이 드라마 때문에 6월 말에 올라와 지금까지 못 가고 있어요. 이제 촬영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엄마로 살아야죠.”


지금은 고민보단 도전할 때
전소민&황찬성

도전은 늘 설렘반 걱정반의 영역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불나방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전소민(35)과 원조 짐승돌 ‘2PM’의 황찬성(31)이 불륜 소재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맡은 캐릭터도 두 사람의 예전 작품에서 보지 못한 역할이다. 전소민은 극중 가정이 있는 신명섭을 사랑하며 그의 아내와 친구가 되는 불륜녀 윤미라 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황찬성이 연기하는 한정원도 본인이 직접 불륜을 저지르진 않지만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한 아픔을 갖고 있다. 한정원은 한선주의 아버지가 첫 불륜 후 데려온 이복동생으로,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여왕’ 한선주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잘못된 사랑으로 인해 상처 입고 또 상처를 주기도 하는 다소 무거운 이번 작품을 통해 두 사람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전소민 “많은 분들이 내연녀라고 하면 굉장히 섹시하고 화려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감독님과 작가님은 다른 이미지를 원하셨던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제안을 받고서 ‘과연 나랑 매칭이 될까,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거든요. 그런데 미라는 평범하면서도 독한 면이 있어요. 강한 모습을 보일 때는 나의 어떤 결핍을 감추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느낌이 강하죠. 이 역할을 잘 해낸다면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다채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해보고 싶었어요.”

황찬성 “올 1월 군대 전역하고 첫 작품이에요. 사실 이 드라마의 장르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잠깐 했어요. 스토리를 얘기해줬더니 2PM 멤버들도 다들 토끼 눈이 되더라고요. 리액션이 다채로웠어요. 하지만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 ‘황찬성이 못 보던 모습을 보여주네’라고 말해주실 것 같았어요. 걱정보단 기대가 됐죠. 무엇보다 이성재 선배님이랑 송윤아 선배님이 함께 하잖아요. 무조건 해야죠.”

전소민 “실제로 황찬성 씨가 이번 캐릭터랑 정말 잘 어울려요. 제가 옆에서 봤을 때 원래는 찬성 씨 안에 이런 정적인 이미지가 가득 차 있는데 무대에서 퍼포먼스하는 남성적인 모습들이 강렬해서 그쪽이 더 부각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알고 보면 퓨어한 사람이에요(웃음).”

황찬성 “전소민 씨야말로 매력이 어마어마하죠. 평소에는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인데 집중해야할 타이밍에 들어서면 사람이 싹 바뀌는 느낌이에요.”

주거니 받거니 이어가던 전소민과 황찬성의 칭찬 경쟁은 이내 이성재와 송윤아에 대한 미담을 누가 더 많이 하나로 옮겨갔다. 2004년 MBC 시트콤 ‘미라클’로 데뷔한 전소민과 2006년 역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가수보다 연기자로 먼저 데뷔한 황찬성 둘 다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전소민과 황찬성은 “선배 이성재, 송윤아와 함께 연기를 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촬영 현장에서 자꾸 선배님들의 연기를 넋 놓고 구경하게 되어 큰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소민 “이 드라마를 하면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 그거예요. 다른 배우들이 열연할 때 저도 함께 호흡하며 같이 흐름을 타야 하는데 너무 잘하시니까 제가 캐릭터에서 빠져나와 연기를 관전하고 있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만큼 흡입력이 있어요. 이번에 많이 배워가려고요.”

“따뜻하고 안정적인 사랑이 좋아요”

20대가 세상에 나가기 위해 거친 파도와 싸울 때라면 몇 차례 풍파를 지나온 30대인 전소민과 황찬성은 일과 사랑, 삶의 맛을 조금은 알 때다. 지난 해 사랑에 관한 에세이 ‘술 먹고 전화해도 되는데’를 펴낸 바 있는 전소민은 “사랑은 제일 좋아하는 대화 주제”라고 농을 건넸다. 반면 2008년 2PM으로 데뷔해 여전히 현역 아이돌로 활동 중인 황찬성은 고르고 고른 말의 행간에서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전소민 “미라는 사랑 때문에 싸우고 명예도 돈도 다 필요 없어요. 오로지 내 사람 하나면 돼요. 저라면 그렇게 미라처럼 사랑할 수는 없어요. 사랑은 밸런스가 맞아야 해요. 저는 안정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절대로 남한테 상처 주면서까지 사랑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좀 미라를 이해하기 힘들기도 해요. 미라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어떤 환경에 처했었고, 저는 다행히 그런 환경이 아니라 이렇게 바르게 자랐겠죠? 하하.”

황찬성 “사랑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정원은 자라온 배경 때문에 가정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예요. 그래서 이성간의 사랑에 대해 사치라고 생각하고 ‘난 이대로도 괜찮아. 누나와 매형, 조카들이 있고 이 사람들이 행복하면 난 만족해’ 이런 식의 삶이었다고 봐요. 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은요. 음…….

황찬성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자 전소민이 “그동안 사랑을 잊고 살았느냐. 바쁘면 그럴 수 있다”며 끼어들었다. 그 말에 “그렇게 무채색 삶을 살진 않았다”는 황찬성은 고민 끝에 다시 말을 이어갔다.

황찬성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평온함 같아요. 기댈 수 있고 그 감정 안에 있을 때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 찾고 싶어요.”

사랑의 정의를 두고 희생을 떠올린 송윤아, 이성재와 달리 미혼인 전소민과 황찬성은 안정감을 주는 사랑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 평소 사랑관과 정반대인 아슬아슬한 사랑을 작품 속에서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는 전소민은 “연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본다. 그래서 이 직업이 좋다”며 웃음 지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황찬성은 한술 더 떠 “경험만 해도 좋은데 심지어 잘하면 칭찬까지 받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말을 보탰다. 사랑으로 시작한 대화가 일로 종착할 만큼 도전에 푹 빠진 두 사람은 아직 목이 마르다.

전소민 “‘런닝맨’ 오빠들은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네가 잘못된 사랑을 하는 역할을 연기한다고? 믿지 않아’ 그러세요. 많이 웃으시죠. 시청자들도 제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보여드리는 모습에 대해 온도차를 느끼실 텐데요. 저는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맡으면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은 해도 시청자가 보시기에 어색할까봐 걱정할 여유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살면서 성공할 거란 확신을 가져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요. 그냥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로 최대한 많이 놀라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게 연기자로서의 성공 아닐까요.”

황찬성 “저도 할 땐 집중해서 딱 하고 끝낼 때도 빨리 털어버리는 타입이에요.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찾아나가려고 해요. 그런데 아직까지 데뷔작 ‘거침없이 하이킥’을 잘 봤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요. 그때 당시 시청률 20%를 넘기고 화제성이 어마어마했죠. 지금까지 반응 오는 게 좋고 감사하지만 ‘쇼윈도:여왕의 집’이 잘 되어 제 대표작 라인업에 추가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는 들어오는 캐릭터를 마다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해보고 싶은 역할은 있어요. 스릴러 액션물에서 몸 쓰는 것도 좋고, 웃는 얼굴인데 굉장히 나쁜 사람 있잖아요. 그런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사진제공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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