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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꼭 잡고 사찰 동행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글 이현준 기자

2021. 12. 0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11월 초 해인사와 통도사를 연이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화제를 모은 삼성가 모자의 사찰 방문 배경을 살폈다.

11월 2일 통도사를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11월 2일 통도사를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두 사람이 두른 명주 목도리는 성파 대종사가 선물한 것이다.

두 사람이 두른 명주 목도리는 성파 대종사가 선물한 것이다.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76)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11월 1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를 찾았다. 이들의 방문은 이날 해인사를 방문한 시민들이 인스타그램에 목격담과 함께 사진을 게시하며 알려졌다. 사진엔 이 부회장과 홍 전 관장이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올린 시민은 다소 놀란 듯 “TV에서만 보던 재벌 총수를 경남 산골짜기에서 보다니”라며 “(이 부회장이) 어머니 손 꼭 잡고 해인사에 오셨다”고 적었다. 또 다른 목격담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홍 전 관장은 팰리세이드를 타고 아주 단출하게 사찰을 찾았으며 여느 모자와 다름없이 다정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목격한 사람들로부터 “왜 저리 말랐나”라는 말을 들을 만큼 퍽 야윈 모습이었다고. 이 부회장은 수감 생활중이던 올해 3월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고 구치소로 복귀했는데, 대장 일부를 절제한 탓에 체중이 7kg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관장과 이 부회장은 해인사 방장 원각 대종사를 만나 퇴설당에서 차담을 나눴다. 원각 대종사는 지난해 12월 해인사에서 있었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49재 때 분향과 헌다(獻茶, 차를 올리는 것)를 봉행한 바 있다. 홍 전 관장은 이날 해인사에 ‘디지털 반야심경’을 선물했다. ‘디지털 반야심경’은 추사 김정희가 직접 쓴 ‘반야심경’을 고화질로 촬영해 책자로 만든 것이다. 원본은 보물 제547호 ‘심경첩’으로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전체를 반듯한 해서체로 쓴 작품이다. ‘디지털 반야심경’은 원본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 전해진다.

홍 전 관장은 선물을 전달하며 ‘메타버스’ 개념을 언급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상·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홍 전 관장은 ‘디지털 반야심경’을 선물하면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서 학예사들이 좋은 전시를 준비하면 얼마든지 이렇게 될 수 있다”며 “이제 가상 공간이 생기면 (장치를) 꽂기만 해도 리움 컬렉션을 다 볼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내 것 네 것이 없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원각 대종사도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환경과 내가 둘이 아닌 동체대비(同體大悲) 정신을 나타낸다. 앞으로 과학이 현대식으로 공유되는 시대가 온다”는 말로 화답했다.

이 부회장과 홍 전 관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생가가 있는 경남 의령에서 1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인 2일엔 경남 양산의 통도사에 방문해 통도사 방장 성파 대종사를 만나 담소를 나누고 서운암과 장경각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성파 대종사는 홍 전 관장과 이 부회장에게 직접 염색한 명주 목도리를 선물하며 격려의 말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느 모자와 다름없이 다정한 모습, 불교계와 각별한 인연

11월 1일 해인사를 방문한 시민에게 포착된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손을 맞잡고 해인사 층계를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11월 1일 해인사를 방문한 시민에게 포착된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손을 맞잡고 해인사 층계를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홍 전 관장과 이 부회장의 사찰 방문이 화제를 모으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삼성가(家)와 불교계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살아생전 국외로 유출됐던 고려 불화를 찾아오고 ‘고려대장경’ 전산화에 5억원을 지원하는 등 불교계에 공헌한 바 있다. 또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릴 만큼 수많은 문화재를 수집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불교와 관련된 작품이다. 올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의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 전시됐던 미술품 45점 중 20점이 불교 관련 문화재였다. 주요 작품으로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 134호), ‘불공견삭신변진언경’(국보 210호), ‘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235호),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 등이 있으며 미술사적 가치와 예술성이 높고 보존 상태가 훌륭해 호평받았다.



홍 전 관장 또한 불교계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재계의 여성 불자 모임인 ‘불이회’를 이끌고 불교 활성화에 기여한 출·재가자들을 지원해왔다. 2010년 법정 스님 입적 당시 밀린 병원비 6천여만원을 대납하기도 했다. 평소에도 종종 사찰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2017년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정사를 찾아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을 위한 수륙재(水陸齋, 불교에서 물과 육지에 있는 영혼을 위로하고자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종교의식)를 지내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해인사 방문도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해인사 관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의 49재를 서울에서는 진관사, 지방에서는 해인사에서 지냈다. 홍 전 관장의 이번 방문은 이러한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면서 “홍 전 관장이 원불교 신자이긴 하지만 불교계와도 연이 깊다. 이 부회장과의 방문 이전에도 이곳을 몇 번 찾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도사를 방문한 까닭으로 미술에 관심이 많은 홍 전 관장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파 대종사가 천연 염색, 옻칠, 한지공예 등 불교 미술 영역에서 예술가로 이름이 높기 때문. 이에 통도사 관계자는 “그랬을 가능성은 있지만 두 분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당사자 외엔 알 수 없다”며 “홍 전 관장과 이 부회장은 통도사에 방문해 경내를 참배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돌아갔다. 통도사 방문은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 알고 있다. 통도사는 원래 근방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절”이라고 밝혔다.

올해 4월 조계종 26개 교구 주지들이 이 부회장 수감 당시 선처를 탄원했던 것도 이유로 거론된다. 당시 탄원서를 제출한 교구본사 주지협의회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앞으로 낸 탄원서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때 해인사와 통도사의 주지 역시 이름을 올렸는데, 홍 전 관장과 이 부회장이 이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사찰을 찾았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 별세 1주기를 기리고 아들의 수감 생활로 마음고생을 한 홍 전 관장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로하기 위해 사찰을 방문한 것이 정설”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10월 25일은 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었고, 이 부회장과 홍 전 관장이 해인사를 찾은 11월 1일은 삼성전자 창립 52주년 기념일이었다.

사진제공 조계종 총무원 뉴스1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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