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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엄친딸 착한딸 나쁜딸 서동주

글 강현숙 기자

입력 2020.08.03 10:30:01

톱스타 부모로 인해 가십에 얽혀 살던 서동주가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을 털어놓았다.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한결 여유로워진 그가 전하는 힐링 메시지.
미국 명문대 출신의 엄친딸 변호사, 스타 2세, 금수저…. 서동주(37)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겉으론 남부러울 것 없이 완벽해 보이던 그를 대중들은 때론 부러움의 시선으로, 때로는 시기와 질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톱스타였던 부모 서세원과 서정희의 이혼 과정이 가감 없이 노출되면서 폭력으로 얼룩졌던 가정사가 알려졌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가십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대에 미국으로 떠났던 서동주는 외로운 타지에서 울음을 삭이며 공부에 매진했다. 웰즐리 대학에 순수미술 전공으로 진학했지만 랭킹이 더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아빠의 압박이 있었고, 이에 MIT에 편입해 수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취직하고 싶었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가 되라는 아버지의 강요가 이어졌다. 결국 와튼 스쿨에 들어가 수학과 관련된 계량 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 졸업 후 유일한 탈출구로 선을 본 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하지만 결혼이 탈출구가 아님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혼 4년 만에 이혼의 아픔을 겪고, 매 맞은 엄마의 편을 든단 이유로 아버지에게 협박을 당하다 절연하는 등 상처 가득한 삶을 살던 그는 뒤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해 세계적인 로펌 ‘퍼킨스 코이(Perkins Coie)’ 변호사가 됐다. 그야말로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던 그가 얼마 전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실크로드)을 펴냈다. 아버지의 감시로 멈췄다가 19년 만에 다시 블로그에 쓰기 시작한 일기를 모아 펴낸 책으로, 출간 하루 만에 1쇄가 완판될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책 출간에 맞춰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7월 7일 입국해 자가 격리 중인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힘든 시기예요. 미국에서 어떻게 지냈나요. 

미국은 코로나19가 많이 퍼져서 5월부터 집에서 근무하고 있었어요. 사실 저희 로펌뿐 아니라 거의 모든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원래는 출퇴근에 2~3시간 정도 걸려 허리가 아팠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허리 아픈 건 나아졌어요. 

얼마 전 블로그에 썼던 일기를 엮은 에세이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을 내셨더라고요. 

2018년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 힐링도 하고 일기 쓰기를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 겸 블로그에 제 실제 일기를 업로드했어요. 막연히 ‘일기가 많이 모이면 나 혼자라도 책으로 만들어 간직해야지’ 했었지요. 마치 인생의 한 챕터를 정리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일기라는 글의 특성상 최대한 솔직한 마음을 써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올렸어요. 사실 처음엔 보는 사람이 몇 명 없어 그분들과 저만의 사적인 공간이었어요. 그러다 일기가 점점 쌓이고 관심을 받게 되면서 출판 제의가 들어와서 책으로 내게 됐답니다. 사실 살다 보면 스스로 ‘이방인’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굳이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서가 아니라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방인이라고 느껴질 수 있고, 하다못해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방인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이방인 같아서 외롭고 아픈 분들이 책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블로그에 일기를 쓰게 된 스토리도 궁금하네요. 

위에서 잠깐 말했던 것처럼 일기 쓰기는 제게 셀프 힐링을 하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워낙 의지가 약한지라 블로그에 업로드를 하면 올린 날짜와 시간이 찍히니 좀 더 정기적으로 일기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판단했어요.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점점 댓글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사를 포함해 삶의 이야기를 달아주는 걸 보면서 ‘사람 사는 게 정말 다 똑같구나, 다들 이방인처럼 살고 있구나’ 느끼게 됐답니다. 사실 그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아서 꾸준히 일기를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이 출간되기 전 ‘아버지가 살해 협박을 했다’ ‘딸의 명의로 사기 대출을 시도했다’는 등의 내용이 실릴 것이라는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있었어요. SNS에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했더라고요. 

책을 전체적으로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일기는 자극적인 내용은 없어요. 말 그대로 일기니까요. 가족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직장이나 친구 관계, 인생관 등의 이야기가 훨씬 많고요. 그래서 좀 답답했어요. 오해를 받을까 봐요. 

책을 읽으면서 ‘엄친딸’이라는 수식어가 동주 씨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엄친딸’이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이혼하면서 그런 점이 상당 부분 깨져버렸고, 지금은 또 마음의 안정도 많이 찾은 상태라 압박을 느끼거나 하진 않아요.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신력이잖아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동주 씨의 멘탈 지키는 노하우를 궁금해하더라고요.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에서도 조금 말하긴 했는데, 멘탈 지키기는 스스로와의 고독한 싸움이에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독이느냐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공부할 땐 일단 공부를 직장처럼 대해야 해요. 다른 일 다 한 뒤 마지막에 하는 취미가 아니라, 공부가 메인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정말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처럼 오늘 끝내기로 한 부분은 무조건 끝내고 자는 것이 중요해요. 오늘 할 일을 내일의 나에게 부탁하는 건 절대 없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시험 결과와 노력이 정비례하지 않을 수 있으니 결과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예요. 우리의 가치는 시험 결과로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예중에선 피아노. 대입은 미술, 편입해선 수학, 대학원에서는 마케팅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활동 중이고 이제는 작가로도 변신했어요. 앞으로 더 도전하고픈 일이 있나요. 

지금은 글 쓰는 일이 좋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지 않을까 싶어요. 제 공부법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최근에 공부법에 대해서도 조금씩 써보고 있어요. 

이혼 진행 중에는 돈이 없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학창 시절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했다고 책에서 봤어요. 경제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을 듯한데 의외였어요. 

경제적으로 항상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려웠던 시기들이 있었어요. 저는 그런 때는 스스로를 좀 ‘로보트화’시키는 것 같아요. ‘슬퍼하고 우울해하는 건 내일 해도 되니 일단 오늘은 오늘의 할 일을 하자’는 식으로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감정을 조절했어요. 

로스쿨 인턴십에도 59번 탈락했다고 들었어요. 시련이 닥쳐도 잘 이겨내는 단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수십 번 떨어지면 당연히 좌절하게 되지만 생각해보면 60번 중 단 한 번만 붙으면 되는 일이잖아요. 그까짓 거 59번 떨어져도 60번째 붙으면 나는 직장인이 되는 건데, 59번 떨어졌다고 주저앉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느꼈어요. 

첫 로스쿨 인턴십은 60번째 붙긴 했지만 사실 살면서 시험에 많이 떨어졌었어요. 그 숫자를 세어보면 남들 못지않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저절로 단단해진 부분도 있는 듯해요. 실패도 경험이라 여러 번 해본 사람이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동주 씨와 엄마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요. 

엄마는 제게 엄마이기도 하지만 딸같이 보호해주고 싶은 존재이기도 해요. 거꾸로 저는 엄마에게 딸이면서 오히려 엄마처럼 기대고 싶은 존재고요. 엄마니까 무조건 나를 이해하고 가족에게 희생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기 보다는 ‘엄마도 엄마가 처음 되어보는 것이다’라며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면 어떨까 싶어요. 나도 드라마에 나오는 완벽하고 착한 딸이 아닌데, 엄마만 완벽하길 바라는 건 맞지 않잖아요. 

가족으로 인해 힘든 시절을 겪은 만큼 가족 때문에 상처 받거나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가슴에 와 닿는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금전적, 공간적 독립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가족은 천륜이다’라는 생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족 구성원과 맞지 않는데도 억지로 맞춰가며 살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듯해요. 사회에서 만났다면 절교하고도 남았을 텐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큰 희생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할 때도 있고요. 가족으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일단은 과감히 내 마음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것이 중요해요. 마음이 충분히 건강해지면 그때 다시 가족들과 대화를 시도하면 되니까요. 

책에 소개된 반려견과 동주 씨 사진이 참 행복해 보였어요. 

유기견이었던 두 마리 반려견과 함께하고 있어요. 레아와 클로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요. 둘 다 세상에 버려졌던 아이들이라 제가 ‘구조’를 해준 셈인데, 함께 살다 보니 두 아이가 오히려 저를 구조해준 게 아닐까 느끼는 때가 많아요. 정말 고마운 존재들이랍니다. 

든든한 짝에 대한 생각도 있지 않나요. 

결혼은 하게 되면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프러포즈를 받는다거나 그런 일이 있어봐야 제 진심을 알게 될 것 같아요(웃음). 본성이 착하고 거짓말 안 하고 혼자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적당한 직장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둘이 함께 꽁냥꽁냥 사귀면 좋을 듯해요.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라토너 같은 삶

서동주는 유기견이었던 
레아(왼쪽), 클로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반려견들이 오히려 자신을 구조해준 게 
아닐까 느껴질 만큼 정말 고마운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서동주는 유기견이었던 레아(왼쪽), 클로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반려견들이 오히려 자신을 구조해준 게 아닐까 느껴질 만큼 정말 고마운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책에 쓰인 ‘타인의 기쁨에 내 슬픔이 다치지 않게’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인생의 굴곡을 딛고 지금의 동주 씨를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살면서 일어나는 나쁜 일들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그 일들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제 자신에게 달렸다고 생각해요. 절망해서 주저앉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잖아요. 저는 어찌 됐든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가슴 아픈 일을 당해도 항상 꿈을 꾸는 쪽을 택하고요. 인생이 마음대로 제어되지 않더라도 꿈꾸며 살아가는 삶은 온전히 나의 것이기 때문이지요. 

동주 씨 삶에 큰 영향을 줬던 인생의 롤 모델이 있나요. 

특별히 한 명의 롤 모델이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제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특히 로스쿨 변호사 선배와 그 가족들이 저를 딸처럼 챙겨주며 힘을 북돋아주세요. 늘 “너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준답니다. 제 생일에는 셸 실버스타인의 ‘The Missing Piece’라는 동화책을 선물해주셨는데, 그게 큰 위로가 돼서 스스로 작아지고 초라한 기분이 들 때면 꺼내보곤 해요. 

요즘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이 있나요. 

‘어떻게 하면 선한 영향력을 좀 더 체계적으로 끼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해요. 워낙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모르는 사람들이 다이렉트 메시지(DM)로 고민 상담을 해오면 최대한 열심히 답하는 편이거든요. 공부, 직장, 가정불화, 이혼, 금전적인 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이 있더라고요. 힘겨운 사람들에게 제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열심히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끔 상황이 되면 방송이나 작가 활동도 하고 싶어요.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대형 로펌 변호사면 엄청 바쁠 텐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거예요. 이를 위해 저는 잠을 많이 안 자요. 한국에 나오면 미국 시간에 맞춰서 매일 새벽 1시부터 오전 10시 정도까지 회사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방송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잠깐 잠을 잔답니다. 앞으로도 전속력으로 마라톤 하는 느낌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요. 벌써 지치기엔 인생이 너무 아까워요(웃음).

사진제공 박찬목 서동주



여성동아 2020년 8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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