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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ouple

완벽한 부부를 만났다 황혜영 김경록

EDITOR 이나래

2020. 01. 09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안, 연인은 부부가 되고 때론 전우가 되기도 한다. 높은 파도를 헤치고 배를 띄웠고, 지금은 누구보다 즐거운 항해를 하고 있는 황혜영·김경록 부부의 스토리.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아빠본색’을 통해 쌍둥이 아들(7)과의 단란한 모습을 공개해왔던 황혜영(47)·김경록(47) 부부. 6개월간의 방송을 마치고 다시 카메라가 꺼진 일상으로 복귀한 이들이 조금은 홀가분하고 조금은 섭섭한 마음으로 ‘여성동아’의 카메라 앞에 섰다. 촬영장에서 만난 부부는 TV 속 모습 그대로였다. 

“이리 좀 더 가까이 와봐~ 자기가 그쪽에 있으니까 내가 포즈를 취하기가 어렵잖아~”(김경록) 

“아니 자기가 이렇게 몸을 조금 돌려서 서는 게 맞다니까~”(황혜영) 

누가 봐도 장난기가 다분한 옥신각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살뜰히 남편의 옷깃을 만지는 아내와, 아내의 컨디션을 걱정하는 남편이 남았다. 2011년 결혼한 두 사람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멋진 한 팀이다. 

그룹 투투 출신의 황혜영은 은퇴 후 쇼핑몰 사업가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김경록 씨는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정계에 입문해 국회의원 보좌관과 당 대변인 등을 지내는 한편 틈틈이 강단에 서기도 했다. 현재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회사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She says

이들 부부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황혜영이 당대 최고의 아이돌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승승장구하던 30대 후반 예상치 못한 뇌종양 판정을 받은 것은 그야말로 위기였지만 일찍 발견한 덕분에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낸 연인과 백년가약을 맺었고, 늦은 결혼으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자연 임신에 성공하며 기쁨을 누리던 차에 조기 진통으로 입원해 출산 때까지 병원 신세를 졌다. 어느 하나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 모든 일이 지금 그녀의 충만한 인생을 완성한 요소였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두 아들과, 그녀 곁에서 그 웃음을 지켜주는 남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상이다.

방송에서도 그렇고, 촬영 때도 그렇고 정말 행복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어요. 

2013년 12월, 그러니까 제 나이 마흔 12월에 쌍둥이를 품에 안았어요. 그 전까지는 나이도 있고 경험도 많아 철이 꽤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그야말로 인생이 달라지더라고요. 다른 인생으로 들어가는 문을 연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두 아이가 주는 안정감과 행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어요. 어느 엄마라도 그렇겠지만, 못 할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다는 기분이에요. 아이들 뒤통수만 보고 있어도 몽글몽글한 기분이 든달까요?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진심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은 오로지 아이들 앞에서만 나오는 것 같다고요. 미치게 힘들지만, ‘너무 예뻐서 환장하겠다’로 진심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네요. 

바빠도 되도록 저녁 시간은 아이들을 위해 빼놓는다고 들었어요. 

워킹맘이니까, 일을 할 시간과 아이들을 키울 시간이 모두 필요한데 항상 시간이 부족해요. 전 정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120% 노력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도 늘 마음이 급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집에 가면 회사에서 못다 한 일이 생각나고, 회사에 가면 두고 온 아이들이 밟히고요. 아이들은 순식간에 자라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처음 말한 날도, 아이가 처음 걸은 날이나 뛴 날도 내가 직접 본 게 아니라 누군가를 통해 전해 들으니 개인적으로는 속상하고 아이에게는 미안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1년 정도 쉬면서 육아에만 집중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되레 아이들과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찾은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일을 하는 시간을 육아의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나를 생각하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아이들을 만나면 그만큼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그 시간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만혼과 노산, 난임이 시대적인 키워드예요. 황혜영 씨도 모두 겪은 상황이죠. 

네. 만혼이었던 터라 결혼 날짜를 잡는 동시에 임신을 하기 위해 산전 관리에 치과 치료까지 철저히 준비했어요. 그런데 마음이 조급했던 탓인지 1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시험관 시술을 받으려고 상담을 했는데,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성공 확률이 낮다는 답을 듣기까지 했어요. 많이 낙담하고 울기도 했죠. 오히려 남편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안 생기면 둘이 살자고 말해줬어요. 마음을 내려놓고 3~4개월이 지났을까, 놀랍게도 임신에 성공했어요. 그래서 저는 임신을 하지 못해 걱정하는 엄마들을 보면 일단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이더라고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를 낳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인생이 늘 우리가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좀 더 건강한 상태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부부 모두 몸을 관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임신 기간이 유독 어려웠다고 들었는데요. 

5주 차에 임신 사실을 알았는데 6주 차부터 입덧을 시작했어요. 위액이 다 올라오고 피까지 토할 정도라 물조차 마시지 못하는 심한 입덧이었죠. 16주까지 10주 동안을 3일에 한 번씩 수액을 맞으면서 버텼어요. 그러다 22주 차부터는 자궁 수축이 시작됐어요. 자궁수축억제제를 맞으면 5분 만에 몸이 강제로 이완되는데 문제는 근육이 풀리면서 사지가 덜덜 떨린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이를 조산하면 안 되니까 주사를 맞으면서 버텼죠. 나중에는 구토와 어지럼증에 폐부종까지 와서 입에는 산소호흡기를, 배에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달고 꼬박 누워 있었죠. 출산을 하고 보니 둘째는 너무 작아서 분유도 못 먹을 정도였어요. 둘째는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직행하고, 저와 큰아이는 산후조리원으로 가야 했죠. 남편이 이리저리 오가면서 셋을 돌봤어요.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해서 참 다행이네요. 

출산을 하고 나니 몸이 만신창이였어요. 모든 관절과 온몸 구석구석이 다 아팠어요. 오죽하면 피부가 너무 얇아져서, 피부를 잡아당기고 뒤쪽에 휴대전화를 대보면 불빛이 비칠 정도였죠. 몸이 그러니 아이들이 울어도 안을 수가 없었죠. 남편이 육아를 전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육아는 정말 체력전이에요. 가정마다 환경이 다 다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육아는 남편이 1순위로 임해줘야 한다고 봐요. 가끔 예비 엄마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남편의 말과 행동이 아내에게 심리적, 육체적으로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늘 언급하고 남편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어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서, 이것만큼은 꼭 생겼으면 좋겠다는 복지나 정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아이가 아프면 비상에 걸려요. 스케줄을 조절해야 하니까요. 저희 집도 저나 남편 할 것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아이들을 키웠어요. 심지어 아이가 아팠을 때 휴가를 쓰기 어려운 분위기의 회사나, 대체 근무자가 없는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겠어요. 가능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병원과 연계된 시스템을 만들어 아이가 아플 때 즉시 이송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출산 관련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벤트성 혜택보다는 실제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보육과 교육에 정책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낳겠다는 의지를 가진 난임 부부들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He says

김경록 씨는 누가 봐도 멋있는 남편이다. 훈훈한 마스크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해도, 슬림한 체형으로 완성한 옷태나 신뢰감이 돋보이는 분위기는 본인의 노력으로 일군 것이 분명하다. 더 놀라운 점은 아내의 ‘비서’를 자처하는 데 한 치의 망설임이 없는, 그의 열린 마음이다. ‘록줌마’ ‘김비서’라는 장난 섞인 별명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식단 조절부터 쇼핑몰 계약서 검토까지 가리지 않는다.

좋은 남편이라고 칭찬이 자자해요. 

처음 ‘아빠본색’에 출연했을 때 친구들이 “평소처럼 해~”라고 농담했지만, 실제로 제 생활이 그래요. 아내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제 인생의 첫 번째 원칙이거든요. 그래야 아이들도 잘 성장한다고 믿고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아빠가 육아에 신경 쓰면 가족이 행복해져요. 그리고 이 시기의 행복은 수십 년 지속할 가정의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출생할 때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이 될 무렵까지, 10년을 육아에 투자하면 50년간 가족의 행복이 보장된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내가 임신 기간 내내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요. 워낙 작고 마른 사람인데 아이는 쌍둥이인 터라, 입덧도 심하고 거동도 어려웠죠. 입원을 수차례 반복했고 임신 22주 이후에는 자궁 수축으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누워 있었으니까요. 아내를 돌봐야 해서 출산 휴직을 신청했어요. 출산 후에 몸이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니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마음은 굴뚝같지만 시간이 없다고 주장하는 아빠들도 많은데요. 

바쁘다고 해도 아이와 교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교감을 늦추지 않아야 애착 관계도 잘 형성되거든요. 무엇보다 꾸준히 육아에 참여해야 하고요. 저도 아이들이 서너 살이 된 후 약 2년간, 일 때문에 정말 바쁜 시기가 있었어요. 독박 육아를 하게 된 아내가 힘들어한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전과는 달리 짜증과 투정이 눈에 띄게 늘어나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바쁜 일을 마무리하고 가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상태가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저 역시 아빠는 처음이라서 잘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요. 제 방법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육아를 아내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알고 있어요. 육아가 회사 일보다 훨씬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아빠들이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회사 일은 어른들과 하지만, 육아는 아이와 하는 거잖아요. 아이는 늘 보살피고 케어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아빠가 육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지죠. 

직접 경험해본 아빠로서, 이것만큼은 아빠가 맡아야 한다는 육아가 있다면요. 

몸으로 놀아주는 활동은 아빠가 적극적으로 맡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서너 살 즈음, 아이들이 한창 많이 움직이는 시기에는 아빠의 활약이 필요해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정말 에너자이저 같아요. 조금 놀아주고 돌아서면 주저앉을 만큼 힘이 들거든요. 엄마는 아무래도 체력이 더 떨어지죠. 이런 면에서 육아는 꼼꼼하고 섬세한 일이기보다는 체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내가 임신과 출산을 맡는 만큼, 아빠가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가정에서 생기는 갈등이 줄어들 거예요. 

쌍둥이를 키우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보통 쌍둥이에게는 같은 옷을 입히고, 같은 유치원에 보내는 등 비슷하게 키우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 둘 중 큰아들 대정이가 좀 더 센서티브한 편이거든요. 생후 22개월 즈음 되었을 때 친한 의사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쌍둥이라도 똑같이 키우는 것은 금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그저 같이 태어났을 뿐이니 다르게 키우는 것이 맞다 싶더라고요. 물론 쌍둥이라서 좋은 점도 많아요. 평생 함께할 든든한 자기 편이 생겼고, 둘이 함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도 발달하거든요. 

직접 육아를 전담한 아빠이자 전직 정치인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책이 있다면요. 

태아의 건강을 위한 의료비는 아낌없이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경우는 아내가 임신 22주 정도에 자궁 수축이 왔어요. 조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자궁수축억제제로 출산을 최대한 늦춰야 했죠. 저렴한 약과 비싼 약이 있었는데, 저렴한 약을 오래 맞았더니 폐에 물이 차는 부작용이 생기더라고요. 그 때부터는 비싼 약을 쓸 수밖에 없어요. 이틀에 한 세트를 맞아야 하는데 처음 1회만 보험이 적용되어 50만원이고, 이후부터는 이틀에 약값만 80만원이 나가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조산하게 되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또 병원비를 비롯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겠죠. 이 모든 상황에서 산모는 선택권이 없고, 특히 저소득층 산모는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최대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어요.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의료비 부담은 계속되는데, 다행히 영유아 예방접종에 대한 부분은 제가 국회에 있을 당시 발의를 통해 급여화시켰어요. 굉장히 보람을 느꼈죠.

연애 1년, 결혼 9년. 총 10년의 세월을 함께 헤치고 나오면서 부부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 물 흐르는 것 같은 패스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원활한 공수 교대와 적절한 교체 타이밍 포착으로 누구보다 훌륭한 팀을 구성한 덕분에 육아는 물론 일과 사랑까지, 이 팀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퍼펙트 게임이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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