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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살기 위해

이경은 기자

2023. 02. 13

1년 동안 꾸준히 다니던 요가를 그만둔 지 9개월째, 생존을 위해 찾은 요가원 체험기.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영상을 따라 집에서 요가를 즐겨보자.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영상을 따라 집에서 요가를 즐겨보자.

천지에 로봇이 깔려 최소한으로 움직이게 된 미래 인류가 나일까.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역 ‘C’ 자형 경추는 점점 굽어 담이 들기 일쑤고, 원래도 태업을 일삼던 내 장기들도 파업을 선언했다. 그 덕에 동전 파스와 소화제는 파우치 필수템이 되었다.

기자는 이제 평균 수명의 30%를 갓 넘긴 20대 중반이지만 이대로는 남은 7할이 비참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힐링인지 생존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9개월 만에 요가원을 다시 찾았다. 요가는 인도 고유의 수행법 중 하나로 균형감각, 집중력, 소화 개선, 혈액순환 등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운동이다.

“회원님, 꼭 일주일에 세 번씩 나오세요.”

2023년 새해를 이틀 앞두고, 호기롭게 6개월 한정 65회권을 끊었다. 회당 8000원꼴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많은 횟수를 얻어 기분은 좋았지만 빠르게 셈을 해보니 일주일에 세 번은 가야 본전을 뽑을 수 있었다. 거액을 쾌척하고 요가원을 나서는 길, 앞으로의 요가 생활을 응원하는 원장님 목소리가 메아리쳤지만 속으론 자기 불신이 가득했다. 횟수권이 시작되는 첫 주부터 그 불신은 현실이 됐다. 의지박약이라 생각하면 오해다. 목에 또 담이 왔기 때문이다. 한동안 고개가 돌아가지도, 뒤로 젖혀지지도 않았다.

등록 2주 차가 돼서야 드디어 첫 요가 수업을 예약했다. 요즘 요가원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수업을 예약한다. 다음 달 시간표가 이달 말에 미리 정해져 시간·난도 모두 본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요가는 종류에 따라 강도가 천차만별이다. 기자는 초보 중의 초보 단계라는 ‘힐링 요가’를 골랐다.

힐링은 킬링이 되고

‘하… 이거 힐링 맞아?’



힐링 요가는 가벼운 동작과 호흡으로 육체적·심리적 문제를 치유하는 균형 회복 요가다. 분명 쉽고 간단한 루틴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힐링 요가를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자 다른 수업에 잘못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신체 대칭이 망가져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따랐다. 한계를 만난 건 하체를 강화해준다는 비튼 삼각자세, 정식 명칭은 ‘파리브르타 트리코나아사나’다. 양다리를 삼각형 모양으로 넓게 벌린 상태에서 한 손은 한쪽 발 옆에 두고, 천장을 가리켜 쭉 뻗은 다른 손을 보는 동작이다. 선생님을 따라 옆구리를 길게 늘여 5초간 버티다 보니 “어흑” 하는 곡소리와 함께 숨이 가빠졌다. 스트레칭만으로 숨이 차다니. 힐링 요가는 거뜬하던 과거의 나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힐링 요가에서 힐링을 맛보지 못한 나의 두 번째 선택은 ‘밸런스 요가’. 밸런스 요가는 전신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면서 코어근육을 강화해 다이어트를 돕는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유산소 운동도 겸하기에 힐링 요가보단 난도가 있는 편이다. 한 번 했다고 근육이 정신을 차린 걸까. 이전보다 나아진 운동 감각으로 요가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밸런스 요가가 쉬운 건 결코 아니다. 다리 한쪽은 앞에 두고 다른 다리는 뒤로 뻗어 깊은 런지 자세로 앉아 골반을 열어내는 ‘아쉬와 산찰라나아사나’를 반복하니 하체 근육이 덜덜 떨렸다.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에게 좋다는데, 게을렀던 만큼 고통이 찾아오나 보다.

두 번째 수업은 평일 오전 시간을 택했기 때문인지 ‘은둔 고수’도 여럿 보였다. 다리를 하늘로 올렸다가 뒤로 넘겼다가, 다리 사이에 머리를 넣었다가 뺐다가…. 고무처럼 몸을 굽히고 펴는 수강생들을 보니 TV 프로그램 ‘기인열전’이 떠올랐다. 나의 앞선 의욕에 선생님은 “옆 사람이 한다고 똑같이 할 필요 없어요. 힘들면 아기자세~”라고 말했다. 아기자세는 태아가 엄마의 자궁에서 쉬는 모습을 형상화한 자세로 휴식을 취할 때 쓰인다. 역시 단숨에 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는 없다.

단절이 주는 위안

하체 근육 스트레칭에 좋다는 파리브르타 트리코나아사나 자세.

하체 근육 스트레칭에 좋다는 파리브르타 트리코나아사나 자세.

그래도 과정을 따라가기 급급했던 첫 수업 시간과 달리 두 번째 수업에서는 짧게라도 요가의 순기능을 체감했다. 눈을 감고 코로 들어온 호흡을 사지 근육으로 보내며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 온전히 신체와 마주할 수 있었다. 세상에 나의 정신과 육신만 있는 상태, 요가가 주는 단절이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한 몸처럼 스마트폰과 붙어 있는 기자에게 하루 1시간의 단절은 삶의 루틴 속 이완을 줬다. 요가실 안 나긋하게 흘러나오는 인도풍 음악과 따뜻한 바닥도 한몫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조금씩 내 몸은 달라졌다. 요가를 쉰 기간 동안 얼마나 운동과 스트레칭에 소홀했던 걸까. 몇 차례의 요가 수업으로 아침마다 내 발목을 잡던 피로감, 소화불량, 부기 모두 나아졌고 조금이라도 힘이 붙은 코어 덕에 자세도 좋아지고 있다. 동적인 운동이 힘들거나,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를 함께하고 싶다면 요가를 추천한다.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영상을 따라 다양한 요가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알려진 요가 유튜브 채널로는 ‘요가소년’ ‘요가테라스’ ‘파이트마스터 요가(Fightmaster Yoga)’ 등이 있다. 특히 요가소년의 수업은 30분·1시간 등 재생 시간별로 구성돼 있고 호흡이 빠르지 않아 초보자들도 시도하기 좋다.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요가는 수업 전까지 신청하고 당일 취소가 어려운 예약제로 운영된다. 쉽게 운동할 의지가 무너지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퇴근 후 침대에 누우려 집에 달려갔지만 요가원에 등록한 뒤로는 예약 내역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요가원을 꼭 들른다. 나와의 약속이라기보다 수업 예약 앱과의 약속이다. 돈을 길바닥에 버리지 않겠다는 자본주의적 생각도 깃들었다. 타의건 자의건 그게 뭐가 중요한가. 복잡한 성분의 영양제나 클렌즈 주스에 의존하는 일상이 지겹다면 산뜻한 내일을 위해 하루 한 번의 아사나(Asana·요가의 다양한 자세)를 시도해보자.

#요가 #운동 #마음비우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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