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은 ‘우산’의 옛말로, 궁궐의 거센 풍파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려 애쓰는 궁중 엄마들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슈룹’엔 자신이 낳은 왕자를 무한 조력하는 대비·중전·후궁 등을 포함해 궁궐 안 여러 엄마들이 등장한다. 특급 재료로 만든 고급 공진단을 챙겨주거나 소금 푼 세숫물에 아침마다 숨 참기를 단련시키는 등 드라마 곳곳에 숨어 있는 조선 엄마들의 ‘상위 1% 영재 교육법’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10월 7일 ‘슈룹’ 제작발표회에서 김형식 감독은 “조선시대 왕실 교육 중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면서 “사극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함께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시 만난 ‘도둑들’
김혜수와 김해숙 모두 오랜만의 사극이다. 특히 김혜수는 드라마 ‘장희빈’ 이후 19년 만에 드라마에서 조선시대 옷을 입었다. 잠시 사극과 멀어져 있던 김혜수가 ‘중전 임화령’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혜수는 제작발표회에서 “’슈룹’은 모든 게 신선했다”며 “대본이 너무 재밌었고,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었다. (이 작품을) 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중전 임화령은 외양은 기품 있지만 실상은 좌충우돌 다섯 아들을 뒷수습하기 위해 몸이 2개여도 모자라다. 내명부의 수장으로 아들들 앞에선 “문제가 생겨도 엄마가 알아서 해”라고 강하게 말하지만 가끔은 숨어서 울고, 필요에 따라 자존심도 버리는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김해숙은 중전의 대척점에 선 시어머니 대비 역을 맡았다. 그는 귀인의 품계(종1품)로 서자였던 아들을 왕위에 올렸다. 아들이 조선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권력욕은 여전하다. 왕세자의 건강이 나빠지자 틈을 노려 태세를 바꿀 정도. 중전에게 “이 궁궐은 내가 만들었다” “한 번 해봤는데 두 번은 못 하겠냐”고 대놓고 경고할 만큼 내명부 실세다. 김해숙은 “센 역할을 많이 맡았지만 ‘슈룹’ 대비가 가장 강력한 역할”이라며 “아들을 지키려는 사랑에서 시작된 권력욕이 결국은 아들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내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비가 권력을 손에 쥐기까지의 전사 역시 ‘슈룹’의 관람 포인트다.
‘팹시’와 ‘씹던껌’의 환상 케미
대비 역을 맡은 48년차 배우 김해숙(왼). 드라마 ‘장희빈’, 영화 ‘관상’에 이어 세 번째 사극 연기를 펼치는 김혜수.
김혜수는 “(김해숙 선생님은) 제게 매우 특별하고 어마어마한 배우이자,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듯한 자극을 준다”며 “이 조우에 가장 열광한 건 저 자신”이라고 답했다. 그는 “영화 ‘도둑들’ 때도 그랬듯 좋은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건 큰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김해숙도 김혜수와의 재회를 반겼다. 그는 “‘도둑들’에서의 호흡에 짜릿함을 느꼈다”면서 “(김혜수 씨와) 대립 장면을 끝내면 카타르시스나 희열이 느껴지는데, 배우로서 오랜만에 드는 감정”이라고 극찬했다.
김혜수는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으로 지켜내고 그 사랑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자식 사랑과 숨 막히는 궁중 분위기 사이에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하는 두 여인의 재회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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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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