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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람 정치계 입문 진짜 이유는?

오홍석 기자

2022. 06. 17

‘인생 2막을 시작했다’는 말은 흔히 오랜 커리어를 매듭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쓰인다. 포켓볼 선수에서 스리쿠션 선수로, 스타트업 창업가로, 두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이제는 정치인으로. 당구 선수로서의 삶은 끝났지만 이미 수차례 새로운 문을 열어젖힌 차유람을 설명하기에 이 말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사를 쓸 때 인터뷰이의 이름 뒤에는 직함이 따라붙는다. 그를 전 선수라고 해야 할지, 국민의힘 특보로 쓸지, ‘이겨내컴퍼니’ 대표로 불러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차유람(35) 이겨내컴퍼니 대표 이야기다. 그는 지난 5월 13일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화제를 모았다. 연이어 들린 선수 은퇴 소식은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과연 정상급 당구 선수로서의 이력을 접고 그가 정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6월 8일 인천 송도 BT센터 이겨내컴퍼니 사무실에서 차 대표를 만났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선거유세에 바쁘다”는 이유로 만남이 미뤄졌다. 은퇴하고 당구를 한 번밖에 못 칠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는 차 대표. 지방선거 관련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원래 보수”

선거 기간 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니 당에서 문화체육특보라는 직책을 주셨습니다. 2주 동안 직책에 걸맞게 열심히 유세 지원을 다녔어요. 주로 수도권 지역에 있었고, 강원도에 유세 지원을 가기도 했어요. 특히 접전 지역이었던 인천 계양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궐선거에 출마한 지역구)에 여러 차례 갔죠. 전국을 돌면서 정신없는 2주를 보냈습니다.

시민들이 차 대표님을 알아보던가요.

입당식 뉴스를 보셨는지 많은 분들이 반겨주셨어요. 지원 유세를 가면 후보 지지자분들이 오시잖아요. 후보를 보러 오셨다 저를 보고 덩달아 환영해주셨죠.

선거가 끝났는데 문화체육특보 직책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웃음). 일단은 소중히 간직하려고 합니다.



유세 활동을 하시면서 경험한 정치는 어떻던가요.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나요.

그동안 살면서 저는 유세 현장을 TV로만 봤지 직접 가본 건 처음이었어요. 옆에서 보기만 해도 긴장되는데 후보님들이 제게 발언권을 주시더라고요. 부담되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유권자분들과 소통하고 직접 현장을 느낄 수 있어서 제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단상에 올라서는 유권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나요.

유세 초창기에는 민주당의 성 비위 사건들에 대해 여자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생각을 얘기했어요. 후반부에는 실내 체육 산업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나가면서 잊히고 있지만 이번 정부 들어 실내 체육 산업이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여전히 고통 속에 계신 분들도 있고 폐업하신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저도 당구장을 운영해서 그분들의 고통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죠. 그분들을 대표해 발언했습니다.

여러 정당 중에 국민의힘을 택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시더라고요. 사실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고, 프로 당구 선수로 살아야 했기에 평소 제 생각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는 없었어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많이 조심스럽고 예민한 부분이잖아요. 사실 저는 티를 안 낸 것뿐이지 오래전부터 사상이나 이념이 보수와 맞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꾸준히 보수정당을 지지하기도 했죠. ‘샤이 보수’였던 셈이에요. 저는 달라진 게 없는데 많은 분들은 좀 다르게 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왜 하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를 시작했는지도 궁금해요.

올해 3월까지가 시즌이었는데 올해 초 국민의힘에서 남편(이지성 작가)을 통해 영입 제안을 해왔어요. 시즌 중이어서 시즌이 마무리되면 생각해보겠다고 말하고 즉답을 피했죠. 시즌이 끝나고 고민하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어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걸 보면서 용기를 얻기도 했고요.

이준석 대표와는 2013년 예능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기도 했고 친분이 있으시잖아요.

그 이야기가 많던데, 이 대표님은 1화에 탈락하셔서…(웃음). 프로그램에서 잠깐 마주치고 그 이후에는 서로 바쁘다 보니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이 대표님이 공개적으로 하는 발언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요.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함께한 입당식에서는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한데요.

국민의힘에 젊은 여성, 엄마의 목소리가 적다 보니 제가 이런 부분을 채워주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문화체육특보라는 직책을 주신 게 아닌가 싶네요.

고민이 많았을 텐데 결국 정치에 입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개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예요. 운동선수로 살 때는 정치는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저와 상관없는 일들이라 생각했어요.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한국 사회에 대한 걱정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죠. 또 사회적인 이슈에 꾸준히 소신 발언을 이어온 남편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체육인들을 대표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건의하실 건가요.

지난 정부 들어 불필요한 기업 유착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엄청난 숫자의 기업 지원이 끊겼어요. 그러다 보니 불의의 피해자들이 곳곳에서 생겨났죠.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데는 기업 후원이 필요한데, 이로 인해 후배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지난 5년은 문화체육인들이 생존까지 위협받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한 명의 실내 체육 시설 관계자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지원 정책을 건의하려고 합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하셨는데 선거 이후에도 직업 정치인으로 나설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냥 순수하게 지방선거를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입당하다 보니 선거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어요. 보시다시피 현재 운영하는 회사가 있기에 당분간은 대표로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쁠 것 같아요. 그래도 정치에 대한 공부는 개인적으로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스리쿠션 전향 이후 줄곧 은퇴 고민해

어떤 직함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차 대표는 “이겨내컴퍼니 대표로 불러달라”고 답했다. 이겨내컴퍼니는 2019년 차 대표가 설립한 원큐스튜디오의 새 이름이다. 처음엔 유튜브 채널 ‘차유람TV’ 제작을 위해 만든 작은 회사였는데 이후 여러 스포츠 인플루언서들이 합류하면서 규모가 커져 올해 3월 이름을 바꿨다.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는 국가대표로도 활동한 축구선수 이동국이다. 이겨내컴퍼니의 사명도 이동국 선수의 유행어인 “이겨내, 이겨내”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차 대표는 “그간 소홀했던 회사 경영에 가장 공들일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목표를 드러내 보였다.

이겨내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스타트업이에요. 스포츠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곧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해, 실시간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고 영상을 보면서 스포츠용품도 구매할 수 있는 스포츠 커머스 시장에 도전할 예정이에요.

이동국 선수와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진 건가요.

저희가 송도에 두 번째 당구장을 개업했는데 얼마 뒤 이동국 선수가 바로 옆자리에 축구교실과 골프장을 열었어요. 운동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이동국 선수와 자연스럽게 교류가 많아졌죠. 그러다 같이 일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하게 됐어요. 현재 이겨내컴퍼니는 이동국 선수뿐만 아니라 딸 재시의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어요.

차유람 대표는 5월 28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선수 생활 마무리 소식을 알렸다. 2001년 포켓볼 선수로 데뷔한 이후 20년 넘는 선수 생활. ‘당구 요정’으로 이름을 알린 뒤 정상급 포켓볼 선수로 커리어를 이어가다 결혼을 계기로 은퇴, 그리고 다시 스리쿠션 선수로 복귀하는 등 파란만장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그 끝은 매끄럽지 않았다. 프로당구협회(PBA)와 소속팀 웰컴저축은행 웰뱅피닉스는 차 선수의 갑작스러운 정치 행보에 당혹감을 나타냈고, 많은 당구 팬들도 그의 결정에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내린 결정에 대한 이유를 자세히 물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갑자기 당구 선수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됐는데 미련이 남지는 않나요.

굉장히 많이 남죠. 비판하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무조건 싫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또 그 안에는 더 이상 당구 치는 차유람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조금 화가 나서 댓글을 다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고 저 역시도 많이 아쉬워요.

하지만 은퇴는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에요. 포켓볼을 그만두고 스리쿠션으로 종목을 변경할 때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였어요. 시작하고 보니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새로운 종목을 익히려면 훈련과 경험을 쌓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어요.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죠. 제 성격이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너무 답답하고 가정에 점점 소홀해지더라고요. 성적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이 계속됐죠. 고백하자면 스리쿠션을 시작할 때부터 은퇴를 고민했어요.

종목 변경 이후 오랜 시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군요.

티를 내진 않았지만 혼자서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수없이 했어요. 팬들은 제가 나가서 잘하는 걸 보고 싶어 하고 성장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데 그런 부분을 만족시켜드릴 수 없어 내적 갈등이 굉장히 심했죠. 제가 이번에 은퇴를 하게 된 것은 갑작스럽게 정치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버티다가 내린 결정이에요. 이 부분은 제가 계속해서 많은 분들께 이해를 시켜드려야 할 것 같네요.

“스리쿠션 개인전 우승 못 해 아쉬워”

아이들을 키우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군요.

네. 제가 바보처럼 무모했던 것 같아요. 2019년 PBA가 출범할 때 하셨던 합류 제의를 거절했어야 하는데, 제가 함께하면 흥행에 도움이 될 거란 말에 설득됐죠. 그래도 막상 지나고 돌아보니 좋은 경험이었어요. 덕분에 훌륭한 동료들을 만났고 친구가 많이 생겼거든요. 다음 주에도 웰뱅피닉스 멤버들과 모이기로 했어요.

갑작스러운 정계 진출에 협회와 소속 팀에서 난처함을 표하기도 했는데요.

네. 입당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제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사실 개인전에서 우승을 꼭 하고 그만두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아요. 왕중왕전 때도 아쉽게 3등에서 머물렀죠(차 대표는 3월 마지막 개인 대회였던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 2022’ 4강에서 오랜 라이벌 김가영을 만나 석패했다). 그래도 팀 리그에서 웰컴저축은행 웰뱅피닉스 원년 멤버로 지난 2년간 같이 활동한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첫 시즌 때는 리그에서 통합 우승을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준우승을 했고, 두 번째 시즌에는 우승했거든요. 그때 ‘아 이거면 됐다’라는 만족감이 들었어요. 아마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는데, 성적에 대한 압박은 어떻게 이겨냈나요.

돌이켜보면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아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사실 스리쿠션을 시작할 때 굳게 다짐했어요. ‘포켓볼 할 때처럼 시달리면서 하지 말자. 즐기면서 하자. 처음 하는 거고 새로운 것인데 못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욕심이 계속 나더라고요. 정치라는 분야도 새로운 세계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려운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저라는 사람은 당구를 했던 성실함과 인내를 그대로 가져갈 것이기에 흔들릴 것 같지는 않아요.

선수 은퇴 후에도 여러 일을 동시에 하고 있잖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선수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아무래도 회사에 많이 소홀했어요. 그러다 보니 솔직히 회사 성장이 조금 더뎠죠. 지난해 비대면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에 아쉬워요. 현재는, 우선 회사가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어요. 앱 출시까지 원활하게 마무리하고 잘 관리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에요. 또 개인적으로는 국민의힘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정치 공부를 계속할 거고요. 여성으로서, 또 체육인으로서 목소리를 끊임없이 낼 예정입니다.

#차유람 #이겨내컴퍼니 #국민의힘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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