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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괴이’ 구교환의 신념 “내가 재밌지 않으면 연기 못 해”

문영훈 기자

입력 2022.05.20 10:30:01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며 괴상하다. ‘괴이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몇 해 사이에 일약 스타가 된 구교환에게도 썩 어울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와의 대화.
“‘월간괴담’ 구독자와의 즐거운 소통 시간, 환영합니다.”

구교환(40) 배우는 5월 2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의 포문을 농담으로 열었다. ‘월간괴담’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서 그가 분한 ‘기훈’이 발간하는 잡지 이름이다. 극 중에서 동명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

‘괴이’는 땅에 묻혀 있는 귀불(鬼佛)이 발견된 후 한 마을에서 발생하는 혼란상을 그린다. 고고학자 기훈은 저주받은 불상의 비밀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부산행’ ‘반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각본에 참여했고,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이름을 알린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키노라이츠가 발표한 ‘OTT 통합 주간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오컬트 장르의 문법을 답습하고 극 후반에 이를수록 신파적 요소가 짙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구교환이 연기한 기훈은 고고학자이자 불의의 사건으로 떨어져 지내는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 딸을 추억하는 아버지다. 전형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괴이’ 이곳저곳에는 ‘믿고 보는 배우’ 구교환의 인장이 살아 있다.

752번 버스를 기다리는 고고학자

구교환은 영화 ‘꿈의 제인’(2016)에서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맡으며 독립영화계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 ‘메기’(2019)로 두꺼운 팬층을 쌓은 데 이어 영화 ‘반도’(2020)와 ‘모가디슈’(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021) 등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쉽게 잊히지 않는 중성적인 목소리와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특유의 유머가 그의 매력이다. ‘반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조커’로 202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구교환을 비견하기도 했다.

‘디테일에 강한 연기자’로 알려진 비결이 뭐냐고 묻자 구교환은 쑥스러워했다. 그는 “농담처럼 즐겁게 캐릭터에 다가가는 걸 좋아한다”면서도 “캐릭터의 사적인 부분까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 ‘괴이’에서는 주인공 기훈이 좋아하는 음식, 노래뿐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등을 대략 정해두고 연기에 임했다. 상대 배우인 수진(신현빈)과의 첫 만남과 연애, 데이트가 어땠을지도 상상했다.



“(기훈이) 고고학자라서 특별하게 여기지는 않았어요. 우리 주변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롯데월드에서 바이킹을 기다리고 있는 정기훈 씨, ‘정기훈’이라는 아이디로 쿠팡 리뷰를 쓰는 정기훈 씨, 752번 버스를 기다리는 한 남자. 가까이 있는 사람이 고고학자라면,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D.P.’ 속 역할)라면, 참사관(‘모가디슈’ 속 역할)이라면 어떨까. 그렇게 캐릭터에 다가가는 편이에요.”

다양한 배역 안에서 구교환이 잃지 않는 게 있다면 유머다. 귀불의 저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괴이’의 설정 속에서 그의 농은 극의 긴장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웃음을 준다. 전작을 함께한 동료 배우들도 그의 애드리브 때문에 배꼽을 잡은 적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유머는 공기”라는 구교환은 이렇게 부연했다.

“누구나 위기 혹은 행운을 맞이했을 때 그 감정에만 머물러 있지 않잖아요. 가령 기훈은 (귀불로 벌어지는 심각한 일을 설명하는) 스님과 통화할 때 ‘파이팅’이라고 대꾸해요. 이건 스스로 무서우니까 자신에게 주문을 넣는 거죠. 보는 사람들은 이를 유머러스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평소에도 어떤 일을 겪은 당사자와 이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잖아요. 희극과 비극이 한 끗 차이라는 말도 있고요.”

“특정 반응 의도하고 연기하지 않아”

한국영화 신에서 가장 ‘핫’한 배우가 된 구교환은 이를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배우로서 얻고자 하는 수식어를 묻자 “수식어나 반응은 의도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고, 이를 얻고자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두고 나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가 연기를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되는 것은 동료다.

“(등장인물 각각의 개인적인 서사가 두드러지는) ‘괴이’를 이어달리기에 비유하고 싶어요. 저보다 잘 뛰시는, 그러니까 연기를 더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죠. 함께 호흡을 맞춘 김지영, 신현빈 배우와도 십년지기처럼 지내며 즐겁게 연기했어요.”

그는 현장에서 만난 배우를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으로 데려오기도 한다. 서울예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구교환은 연인인 이옥섭 감독과 함께 유튜브 채널 ‘[2x9HD]구교환X이옥섭’을 운영한다. 그리고 그는 직접 연출·출연한 단편영화를 꾸준히 업로드한다. ‘메기’에서 연인으로 등장한 이주영 배우, ‘모가디슈’에서 함께 연기한 김재화 배우 등도 그의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그분들에 대한 매력과 호감을 가지고 출연을 제안드리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기 보다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를 물어봐요. 연출자로서는 배우를 많이 믿는 편입니다.”

반대로 구교환 역시 배우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다. 2021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제훈 배우는 “구교환 배우님과 꼭 함께 연기하고 싶다”며 공개 러브 콜을 보냈다. 둘의 만남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탈주’에서 성사됐다. 이뿐 아니라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 웹툰을 실사화한 영화 ‘신인류 전쟁: 부활남’에도 출연했다. 바쁜 스케줄이 힘들지는 않냐고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물리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재밌으니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하지 못할 것 같아요.”

#구교환 #괴이 #여성동아

사진제공 티빙



여성동아 2022년 6월 7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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