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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column

MZ세대 쇼핑 트렌드와 백화점의 미래

#The Future of Department Store

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2021. 08. 05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 더현대 서울 내부.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 더현대 서울 내부.

지난 6월 온라인 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그룹이 승리했다.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온 시점부터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인수 의사를 내비쳤고, 특히 백화점을 운영하는 오프라인 쇼핑의 강자 롯데와 신세계가 가장 큰 관심을 표명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한국 이커머스 최강자인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인수 과정 막바지에 네이버가 참여 의사를 철회하면서 신세계그룹 단독 인수로 최종 결론이 났다. 신세계그룹은 3조4천억원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확보, 네이버에 이어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서게 됐다. 기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플랫폼 SSG의 시장 점유율 3%에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12%를 더하면 총 15%의 점유율로 쿠팡(13%)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신세계를 비롯한 전통적인 오프라인의 유통 강자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사활을 거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유통의 큰 흐름이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배경에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쇼핑을 마트나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축으로 등장한 것이다.

MZ세대 이전의 세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쇼핑이 주(主)고 온라인을 통한 쇼핑은 부(副)였지만, MZ세대에게는 온라인 쇼핑이 기본이고 오프라인 쇼핑은 옵션이다. 그들에게 시장이나 백화점은 여가 생활을 즐기는 장소 혹은 상품을 직접 보거나 체험해보기 위한 쇼룸의 역할 정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언택트가 일상이 되면서 직접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떠오르게 된 것. 하지만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유명 백화점이 자사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성공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백화점 기업들이 자신들의 명성을 믿고 온라인 구축을 등한시한 사이 오프라인 매장 없이도 두꺼운 소비자층을 확보한 온라인 스토어들이 다수 약진했다. 급기야 백화점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한 온라인 스토어까지 생겨났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 유인 요소 중 하나인 명품 브랜드들마저도 큰 비용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 진출보다 자사 온라인 스토어 강화나 온라인 플랫폼 개발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백화점의 장래가 밝지만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보복 소비의 영향으로 올 1분기 백화점 4사의 매출이 20% 성장, 아직 위기라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백화점의 나라’라 불리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백화점은 온라인 기반의 스토어에 밀려 사양 산업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백화점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모두 성공을 거둘 순 없는 걸까.

백화점들이 그간 성공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누릴 수 있는 베니핏을 제공할 수 있다면 약진의 기회는 충분히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백화점은 수많은 영역의 제품들을 다루는 사업이기에 온라인 스토어의 구성도 방대한 경향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속해 살펴보기엔 범위가 너무 넓다. 온라인 쇼핑의 주체인 MZ세대는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즐기는 편이다. 온라인 스토어의 규모가 너무 크면 오히려 금세 싫증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콘텐츠가 잘 선별돼 있어 접근성이 높고 결제 과정이 간편한 것을 선호한다. 때문에 백화점들은 카테고리 별로 특화된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이라는 이름 아래 패션과 뷰티, 잡화, 생활용품 등 모든 제품군을 한꺼번에 하나의 사이트에서 판매를 하기보다는 패션만 따로, 뷰티 제품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스토어를 전략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영국 해러즈 백화점 뷰티 매장 리뉴얼,
더현대 서울에서 찾는 가능성

백화점 리뉴얼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영국 해러즈 백화점 뷰티 매장.

백화점 리뉴얼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영국 해러즈 백화점 뷰티 매장.

백화점이 미래에 생존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안은 유럽과 일본 백화점들의 행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선 불가능한, 백화점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항시 고민하고 전개해 백화점을 점점 디파트먼트 스토어(Department Store)가 아닌 어뮤즈먼트 스토어(Amusement Store), 즉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시켰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의 해러즈 백화점은 뷰티 매장 면적을 2배 이상 확장하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또 각각의 브랜드들이 부스 형태로 운영하던 매장을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여러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리뉴얼 이전보다 방문객이 30% 이상 늘었다. 또한 해러즈 백화점은 뷰티 매장을 다른 매장과 확연히 구분되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꾸며 같은 백화점 안이라도 소비자들이 다른 곳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는데, 이 전략 역시 주효했다. 해러즈 백화점의 사례는 백화점 리뉴얼의 모범적인 예로 회자되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어간다고 해도, 코로나19가 세상을 뒤덮어 언택트가 기본 개념으로 변해간다고 해도 아직 자신이 직접 찾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백화점을 최고의 쇼핑 장소로 꼽는 소비자들이 많다. 밖으로 한 발짝 나가지 않고도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간단히 쇼핑이 가능한 시대이긴 하지만 집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백화점으로 불러 즐겁게 만들어줄 수만 있다면 백화점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다. 올해 초 문을 연 ‘더현대 서울’도 쇼핑 환경만큼이나 소비자들이 매장 내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에 공을 들였다. 롯데백화점의 신규 매장인 동탄점 또한 면적의 절반은 쇼핑 공간, 나머지 반은 체험 및 휴식 공간에 할애했다. 신세계그룹이 복합 쇼핑 공간 ‘스타필드’를 계속 론칭하는 이유는 미래의 백화점이 소비자들에게 쇼핑 기회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사진 동아DB 
사진제공 현대백화점 Harr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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