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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인연으로 결혼까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인생 여정

글 이현준 기자

2021. 01. 15

환경부 새로운 수장으로 3선의 한정애 의원이 낙점됐다. 노동운동을 하다 정치에 입문한 한 후보자는 열렬한 노사모 출신이기도 하다. 한 후보자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인생 스토리를 소개한다.

수소차를 타고 와 텀블러, 에코백을 손에 든 채 출근하는 한 후보자.

수소차를 타고 와 텀블러, 에코백을 손에 든 채 출근하는 한 후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2차 개각을 통해 한정애(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을 앓는 등 환경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탓에 환경부를 이끌 새로운 수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정애 후보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3선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으며 당내 ‘정책통’으로 평가된다. 또 노동 전문가지만 19대, 20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에 몸담았고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해 환경 정책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발탁 사유로 꼽힌다. 

충북 단양 출신인 한정애 후보자는 부산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공채 입사했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 2003년 노팅엄대에서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2005년부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조위원장으로 노동계에 입문해 2006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공공연맹 부위원장, 2011년 대외협력본부장을 역임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고 서울 강서구병에서 20, 21대 의원에 당선됐다.


자서전 ‘하얀 봉투’를 통해 살펴본 삶의 족적

한 후보자는 2013년 자서전 ‘하얀 봉투’를 출간했다. 책에는 출생부터 2012년 국회 입성 및 18대 대선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용이 꽤 상세히 기술돼 있어 이를 통해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는 1973년 부친을 여의고 단양에서 부산으로 이사한다. 중학교 3학년 땐 신장염에 걸려 2년간 투병 생활을 하고 자신보다 어린 동급생들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서클, 모임, 사회운동 등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그 당시를 “병을 앓고 난 이후 모든 걸 단순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며 “사람과 진지한 인연을 맺고 서로의 인생에 간섭한다는 게 어렵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학생운동에 대해서도 그런 시각으로 바라봤다”고 기록했다. 



그가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89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한 이후다. 그는 입사 2년 차부터 산업 현장에 나가 안전보건점검 업무를 맡게 되는데, 부산 남구 문현동의 영세한 공장을 점검하러 갔다가 공장장이 ‘하얀 봉투’를 내미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에 한 후보자는 “죽어라 일만 해도 간신히 먹고살까 말까 한 이런 사람들이 점검이라는 이름 하에 나온 이에게 봉투를 내밀어야 하는 이 현실에 미안했다”고 회고한다. 책의 제목이 ‘하얀 봉투’인 까닭이다. 이 사건 이후 사회에 눈을 뜬 그는 다수의 현장을 누비며 산업 현장과 여러 공정, 환경들이 작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을 꿈꾸게 된다. 1996년 모친의 사망으로 생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그는 같은 해 한국통신공사 전화 교환원들의 근골격계 질환 산업재해 인정 문제를 보며 마음을 굳혔고 1999년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노동운동 하다 정치 입문, 열렬한 ‘노사모’ 출신

4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한 후보자는 2005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조위원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노동계에 몸담게 된다. 2006년 한국노총 공공연맹 부위원장으로 당선됐고 2011년엔 대외협력본부장을 맡는다. 2011년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의 연대로 민주통합당이 출범하자 한국노총 조합원으로서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후보로 지원했으며 비례대표 11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한 후보자의 정치적 족적을 살필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한 후보자는 ‘하얀 봉투’에서 스스로를 열렬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표현했다. 한 후보자는 1988년 제5공화국 청문회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을 주목하게 됐는데, 1989년 노 전 대통령이 한 후보자가 일하던 공단 부산산업안전기술지도원에 국정감사차 방문한 적이 있어 그에게 더욱 관심이 갔다고 회고한다. 한 후보자는 이후에도 노 전 대통령을 지켜봤고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당시 한 후보자는 영국 유학 중이었으나 해외 노사모로서 후원금을 모아 한국으로 송금하며 노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 이런 활동 중에 남편 강동완 씨와 연이 닿았다. 해외 노사모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논쟁을 벌이다 당시 일본에 있었던 남편과 메일을 주고받게 된 것. 남편 역시 열렬한 노사모였는데, 2002년 5월부터 6월까지 전자 편지가 오간 지 약 한 달 만에 남편은 “결혼하자”고 말했고 이에 한 후보자가 “얼굴도 한번 안 보고 무슨 결혼을 하느냐”고 묻자 남편은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얼굴 따위는 볼 필요도 없다. 노무현을 좋아한다는 게 곧 보증 수표다”라고 답한 일화가 책에 담겨 있다. 이후 만남을 갖고 인연을 이어간 두 사람은 2006년 12월 결혼식을 올린다. 한 후보자는 “장거리 연애를 꽤 오래 했다”면서도 “노무현에 대한 지지와 세상에 대한 비전 등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항상 함께하는 기분이었다”며 “노사모가 맺어준 인연”이라고 기록했다. 

이러한 한 후보자의 ‘노무현 사랑’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이어졌다. 한 후보자는 2012년 문 대통령이 18대 대선 후보 시절 동행 유세단의 일원이 돼 인연을 쌓게 된다. 한 후보자는 ‘하얀 봉투’에서 당시의 문 대통령에 대해 “정세를 보는 식견, 겸손함, 절제, 그리고 수많은 민생의 현장에서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을 대하는 진실한 태도 등 문재인 후보를 알면 알수록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굳어졌다”고 회고했다. 이후 한 후보자는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지원, 당선에 기여했다. 

‘하얀 봉투’ 이후 한 후보자의 족적은 그가 발의한 법안으로 살필 수 있다. 노동계 인사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한 후보자는 8년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위원으로서 환경 관련 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해왔다. 19대 국회에선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일부개정안’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일부개정안’ ‘화학물질관리법 일부개정안’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7월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9월 본회의에서 채택돼 한국이 세계 16번째로 국가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선언하는 데 기여했다. 해당 결의안은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을 선언하는 데 영향을 줬다. 청와대가 “당면 현안인 기후위기에 대응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통합 물 관리체계 구축, 미세먼지 저감, 폐기물의 효율적 처리·재활용 등 주요 정책 과제 이행에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 후보자를 환경부 장관 적임자로 낙점한 까닭이다.

“환경 현안과 정책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해나갈 것”

이에 한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자들에게 “남은 1년 동안 실질적이고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탄소중립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어느 때보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화되는 등 다양한 환경 관련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 어깨를 무겁게 한다. 또 한 후보자가 지난해 11월 26일 환경 파괴를 부추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던 점,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문제(인천시가 2025년부터 서울, 경기 지역의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등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한 후보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까. 1월 20일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주목된다. 1월 4일 한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 마련된 임시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2050 탄소중립 이행 방안 마련과 그린뉴딜 추진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히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소신이나 환경 정책 등은 청문회 등에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인천 쓰레기 매립지 문제나 가덕도 신공항 등에 대해선 별도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1월 13일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의 정선화 환경부 대변인 또한 “1월 4일 한 후보자가 밝힌 바와 같이 환경 현안 해결방안과 추진할 정책 관련 사항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동아DB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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