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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홍진경 18년 차 ‘찐’ 부부의 세계

글 두경아

2020. 07. 27

위기 부부를 위한 앞담화 토크쇼를 표방하는 애로부부 녹화 현장에서 만난 홍진경은 결혼 생활의 달고 쓴맛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현실 친구 같았다. 

그간 홍진경(43)은 시트콤 못지않은 연애와 결혼의 주인공이었다. 평소 그의 결혼 에피소드 역시 엉뚱 발랄한 캐릭터에 딱 맞는 개그 소재이기도 했다. “결혼 전 시댁의 반대가 있었고, 결혼할 당사자의 반대도 있었다”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면 반드시 연애·결혼 생활의 에피소드가 등장하곤 했다. 이런 그가 채널A와 sky채널이 공동 제작하는 ‘애로 사항’만 남은 부부들을 위한 앞담화 토크쇼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이하 ‘애로부부’)의 MC를 맡아 화제다. 

1993년 제2회 슈퍼 엘리트모델 대회에서 베스트 포즈상을 받으며 데뷔한 홍진경은 ‘기쁜 우리 토요일’ 속 인기 코너 ‘영자의 전성시대’의 버스 안내양 캐릭터를 시작으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라디오에서 활약해왔다. 사업가로도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데, 김치 생산·판매로 시작한 식품 사업 ‘홍진경 더김치’가 벌써 15년째다. 

지난 2003년 다섯 살 연상의 사업가 김정우 씨와 6년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그는 2010년 딸 라엘을 낳았다. 홍진경과 남편의 첫 만남은 무척 특별했다. 남편을 보고 첫눈에 반한 그는 첫 만남에 키스를 했으나 남편이 도망갔던 것. 이후 3개월간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퍼부으며 남편을 당황케 했다고 한다. 연애 당시에는 남편을 너무 좋아해 불안한 나머지 남편의 살을 찌웠고, 몸무게 70kg이었던 남편은 급기야 100kg까지 나갔었다. 


쇼윈도 부부? 윈도 부부!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의 MC 5인방. 이상아, 홍진경, 최화정, 이용진. 양재진(왼쪽부터).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의 MC 5인방. 이상아, 홍진경, 최화정, 이용진. 양재진(왼쪽부터).

하지만 이 부부의 일상이 항상 핑크빛만은 아니었다. 시댁의 반대로 연애만 6년을 했고, 결혼 후 7년간은 난임으로 고생했다. 특히 임신을 위해 그야말로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을 정도였다. 남편이 5대 독자라 그 부담은 더욱 컸을 터. 이제는 완치됐지만 2013년 난소암을 선고받고 치료하면서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시간도 있었다. 

시트콤 같은 부부 생활을 개그 소재로 삼았던 홍진경은 이제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즘 남편과 사이가 안 좋다”며 “다른 가정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한 사람과 오래 산다는 건 불합리한 일”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전하기도 한다. 



“그동안 예능에서 어린 시절 남편을 쫓아다녔다는 이야기를 재밌게 해왔어요. 20년 가까이 된 결혼 생활이나 ‘엄마 홍진경’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았고요. 가족 프로그램에 출연해본 적도 없어요. 솔직히 말해서 요즘 저희는 ‘쇼윈도 부부’까지는 아니고 ‘윈도 부부’예요.” 

뜨거운 ‘에로’는 사라지고 ‘웬수’와 사는 ‘애로’만 남은 부부들을 위한 토크쇼 ‘애로부부’에 그는 방송인 최화정·배우 이상아·개그맨 이용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과 함께 MC로 출연한다. 위기를 겪는 부부들의 사연을 담은 VCR 두 편을 보고 MC들이 각자 자신이 느낀 점을 말하고, 남편과 아내 중 누구 편을 들지 투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솔직히 방송 내용은 놀라움과 충격의 연속이에요. 저도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부가 저 지경까지 갈 수 있구나’ 하고 놀랐어요. 그러면서 ‘저렇게 사는 분들도 있구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네’ 위로받기도 하고요. 프로그램을 통해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부의 세계, 갈등과 다툼을 구분해야

그렇다면 홍진경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뜻밖에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남편에게 늘 말해요. ‘대문은 열려 있다.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요. 결혼과 동시에 대문이 닫힌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의무만 남게 되고 답답해져요. ‘결혼했으니까, 내가 아이 엄마니까 이혼하면 안 돼’라기보다는 ‘얼마든지 저 문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껏 살아왔어요. 다만 문제가 생겨도 지금 당장 뛰쳐나가기보다는 열린 문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하려고 노력했고요.” 

홍진경은 부부 생활을 원만히 해나갈 수 있는 비결로 다툼과 갈등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다 큰 성인인데 뭐 그렇게 싸울 일이 있고, 서로에게 잘못하겠어요. 갈등과 다툼을 싸움으로 ‘퉁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정들이 디테일하게 나눠져야 해요. 저희 부부는 서로에게 크게 잘못해서 싸움이 난 적은 없어요. 그저 매 순간 차이에서 오는 감정이 있는 거죠. 나와 맞지 않는 점으로 인해 실망감과 섭섭함을 느낄 뿐이에요. 그걸 싸움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는 없다고 봐요. 매 순간 차이를 느끼고 그 차이에 대해 포기하거나 받아들이면서 지금까지 계속 서로 알아오고 있어요.” 

“부부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홍진경은 이렇게 답했다. 

“부부란 사회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조합이에요. 좋아하면 같이 살면 되니, 굳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흔히 기혼자들은 결혼의 이유로 ‘정서적 안정’을 꼽는데, 그건 부부 관계가 아니라도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이야기를 듣던 최화정이 옆에서 “너 혜택 받잖아. 네 남편 부자잖아”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혼 당시 홍진경의 남편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스키 숍을 운영했고, 그의 부모도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바 있다.

‘애로부부’ MC들에게 듣는 ‘현실 속 부부의 세계’

미혼이지만 프로 연애상담러
방송인 최화정

“바람피우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애로부부’ 속 사연은 좀 놀라워요. 이 정도인데 이혼하지 않고 고민만 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고요. ‘결혼 안 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더 놀라운 건 기혼자들의 ‘저건 약과’라는 반응이었어요. 제가 비록 미혼이지만, 부부 생활도 인간관계라고 생각해요. 연인이나 부부에게 사랑, 배신, 질투는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혼자가 부러운 건 다정한 노부부를 봤을 때예요. 노부부가 함께 골프를 치거나 벤치에 앉은 모습을 보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그건 둘만의 히스토리를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아요.”

결혼 2년 차 풋풋한 신혼!
개그맨 이용진

“‘애로부부’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서 ‘저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가르침을 받고 있어요. 저희 부부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싸워도 하루를 안 넘겨요. 누가 잘못했건 간에 푸는 거죠. 일단 무조건 말을 걸어요. 그러다 보면 별 상황이 아닌데도 웃게 되죠. 고마운 건, 아내는 제게 뭘 잘못했는지 묻지 않아요. 부부란 라이벌인 것 같아요. 라이벌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잖아요. 부부도 ‘결혼 생활, 너보다 잘할 거야’ 하고 서로 싸웠으면 좋겠어요. ‘행복 겨루기’, 얼마나 좋아요.”

결혼·이혼 두루 거친 인생 선배
배우 이상아

“실제 사연을 받아 재연한 내용이다 보니, 아무래도 한마디 한마디 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저는 평화주의자고, 경험자 입장에서 지극히 평범한 조언을 할 것 같아요(웃음). 부부란 룸메이트라고 생각해요. 상대에게 집요하게 집착을 가지면 상처를 주고 싸움도 생기더라고요. 마음을 내려놓고 부부를 ‘동반자’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제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시 결혼 계획은 없지만, 나이가 있으니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안정적으로 편안한 부부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부부 심리를 꿰뚫는 전문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부부란 애정을 담보한 계약관계 라고 생각해요. 애정이라는 담보가 사라지면 관계도 끝날 수 있죠. 갈등이 생기면 참고 그냥 살거나 헤어지는 거죠. 모두 선택의 결과물이에요. 제가 결혼하지 않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일 수 있어요(웃음). 아직 미혼이지만, 직업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보니 수많은 상담을 통해 간접 경험을 많이 했고 조언도 해왔어요. 그런 경험들이 ‘애로부부’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출연하게 됐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 배우자 탓을 하는데 그 갈등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 프로그램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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