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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보석을 닮았다. 정보석 아들, 몸짱 정우주

EDITOR 두경아

2020. 01. 26

아버지 정보석과 사랑하는 아내와 딸, 그리고 노력한 만큼 아름다워지는 몸. 머슬마니아계의 대세, 정우주라는 우주를 이루는 것들에 관하여.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완벽한 몸매와 뚜렷한 이목구비, 무대 위 화려한 퍼포먼스…. 최근 피트니스 분야에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가 있다. 정우주(29)는 지난해 9월 열린 머슬마니아 국내 대회에서 스포츠 모델 종목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와 신설된 아트노믹스 갤러리K 특별상인 다비드상을 동시에 받았다. 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머슬마니아 세계 대회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스포츠 모델 종목 3위에 오르는 쾌거도 이뤄냈다. 지난 1월에는 피트니스 잡지 ‘맥스큐’의 한미 동시 표지 모델로 낙점돼 다비드 같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그가 또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배우 정보석의 둘째 아들이란 사실이 알려진 덕분이다. 이 소식이 수상에 이어 한발 늦게 화제가 된 건, 그가 ‘정보석의 아들’이라는 것만으로 화제가 되는 걸 우려해서였다. 


내 이름을 걸고, 최고로 인정받고 싶어

정우주는 아버지 정보석과 마찬가지로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어린 시절부터 볼링, 당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겨 했던 그는 대학 시절 취미로 시작한 피트니스에서 적성을 찾게 됐다. 2016년 졸업 후 바로 트레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2018년부터 피트니스 대회 출전을 준비했다.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아버지께서 정말 뿌듯해하셨어요. 아버지는 평소 큰 꿈을 꾸라고 말씀하시고, 제가 하는 걸 믿고 지켜봐주시는 스타일이에요. 연극학과에 진학할 때도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곧 지지해주셨죠.” 

실제로 정보석은 아들의 완벽한 몸을 보고 “액션 배우를 하면 크게 성공할 것 같다”며 극찬했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그는 “지금은 피트니스 모델로서 나를 완성시키고 싶다. 연기는 그다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간다면 기회를 잡기도 편하고 지금보다는 훨씬 높은 인지도를 얻겠지요. 그래도 배우로 인정받기는 훨씬 더 어려울 것 같아요. 먼저 제 영역을 구축하고, 이 길(피트니스 선수)에서 정점을 찍고 싶습니다. 그다음엔 누아르 장르에서 수컷 냄새 폴폴 나는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습니다.” 



그가 말하는 정점이란 머슬마니아 세계 대회 스포츠 모델 분야 챔피언이다. 

“3년 안에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운동은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 분야예요. 그에 상응하는 상을 받을 때면 정말 보람됩니다.” 

체지방이라곤 1도 없을 것 같은 탄탄한 근육질의 몸은 그에게 노력의 훈장과도 같다. 정우주는 지난해 대회를 준비하던 때를 떠올리며 “스스로와의 싸움을 즐기는 편”이라고 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대회가 두 달 남짓 남았을 때부터는 닭가슴살, 고구마, 아몬드 세 가지만 먹었어요. 다이어트 속도가 좀 빠르다 싶을 때 쌀밥을 조금 먹는 걸 제외하고는요. 오히려 1년 내내 대회가 있어서 편했던 것 같아요. 유지만 하면 되니까요. 그때는 초콜릿이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대회가 끝나고 맘껏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오니까 잘 안 먹게 되는 거 있죠(웃음).” 

그는 국내 대회에서 완벽한 근육에 슈트를 걸치고 신사의 정석을 보여주거나, 한 손에는 라켓을 들고 테니스 선수로 변신해 무대를 누볐다. 퍼포먼스 하나하나가 연극과 같았다. 

“몸을 만들어나가는 대회라 모두 몸은 좋다고 보면 돼요. 대신 저는 퍼포먼스에 중점을 뒀어요. 문워크도 했죠. 연극을 전공한 덕분에 대학 시절 무대에 서봤고 관객과 소통해본 경험도 있어서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덜 떨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마지막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를 앞두고는 어려움이 많았다.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도 원하는 몸이 되지 않았다. 대회 참가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으나, 이미 라스베이거스행 항공권은 예약된 상태였다. 

“막바지 국제 대회를 앞두고 다이어트도 안 되고 근육량도 안 올라서 마음고생을 좀 했어요. 수상은 거의 포기한 상태로 비행기를 탔죠. 미국에 도착해서는 마지막으로 수분 조절을 했어요. 물을 극도로 적게 마시는 거죠. 다행히 생각보다 효과가 있어서 근육이 괜찮게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나름 기대했는데, 아쉽게 3등을 했어요.” 

그는 세계 대회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선수들을 만나 또 한 번 자극을 받았다. 비율적으로 우월한 서양인들은 유리한 점들이 많았다. 

“서양인들은 우선 두상 자체가 작고 팔다리가 길어서 비율 면에서 압승이에요. 대신 서양인들은 그만큼 근육을 채울 부분이 많아서 더 노력해야 하죠. 스포츠 모델의 경우 국내 대회에서는 근 선명도(definition)나 다이어트 상태를 많이 보지만, 외국에서는 근육 사이즈를 좀 더 많이 보죠. 선수들마다 특화된 부분이 있는데, 일단 두 가지를 모두 지향하면서 준비하고 있죠.” 


‘손녀바보’ 할아버지, ‘딸바보’ 아빠… 추억 쌓은 가족여행

정우주의 아버지는 ‘꽃중년 배우’ 정보석이다

정우주의 아버지는 ‘꽃중년 배우’ 정보석이다

정우주가 이렇듯 대회에 집중할 수 있는 건 늘 따뜻하게 응원해주는 아내가 있어서다. 그는 일찌감치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는 아내와 결혼해 28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 

“대회 준비를 같이하는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힘들게 식단 조절을 했어요. 다이어트도 힘든데, 매일 도시락을 챙겨야 하니까요. 요즘은 인스턴트식품으로 냉동 고구마나 닭가슴살도 나와 있어서 그나마 낫지만, 아내는 매일 일찍 일어나서 직접 도시락을 챙겨줬어요. 피자나 치킨 같은 것도 제가 없거나 잠든 다음에 먹었고요. 배려를 많이 해줬죠.” 

두 사람은 3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20대 후반으로 결혼하기 이른 나이일 수 있으나, 그가 대형 피트니스센터에서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다 보니 데이트할 시간조차 없었단다. 그는 “결혼하지 않으면 헤어져야 할 것 같아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저는 일찍 결혼해서 좋은 점을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요. ‘자녀 생각이 없다면 굳이 일찍 결혼할 필요가 없는데, 아이를 낳을 거라면 빨리 해라.’ 자녀가 있으면 (부부 사이) 시너지가 엄청 크거든요. 지인들은 제게 ‘딸바보 그 이상’이라고 해요. 딸을 너무 예뻐하다 보니 아내와 트러블이 생기는 부분도 육아 문제예요. 저는 평소 늦게 퇴근해서 아이와 제대로 놀아줄 시간이 주말밖에 없으니 딸이 해달라고 하는 건 다 해주거든요. 그러니 아이가 엄마와 있을 때도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아빠를 찾아요(웃음).” 

딸바보 아빠가 있다면 손녀바보 할아버지도 있다. 바로 정보석이다. 이른 나이에 할아버지가 된 그는 손녀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 

“친가는 저희 형제와 사촌들을 합하면 10남 1녀예요. 제 아이는 30년 만에 저희 집안에 찾아온 첫딸이에요. 그러니 얼마나 예쁘겠어요. 아버지는 딸아이를 땅에 내려놓지 않으실 정도로 엄청나게 예뻐하세요.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어요.” 

부모가 되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했던가. 정우주는 “아이를 키워보니, 감사한 마음이 커진다”면서,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한은 그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손녀에게 사랑을 쏟는 정보석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들어서 아버지는 저희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하세요. 아버지는 5남매 중 3남인데,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를 하느라 일찍 집을 떠나 고모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부모 사랑을 못 받아봐서 너희에게 잘못한 것 같다’고 하세요. ‘너희는 (자녀에게) 그러지 마라’고 하시면서요. 감정이 풍부한 편이시죠.”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코믹 연기부터 드라마 ‘자이언트’에서의 악역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 정보석은 실제 방송가에서 반듯하고 젠틀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아버지로는 어떤 모습일까. 

“집에서는 정말 엄하셨어요. 제가 여섯 살 때 형과 게임을 하느라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지 못해, 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어요. 오히려 저희 형제가 성인이 된 뒤에는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저희 결정에 거의 반대하지 않으셨고 믿어주셨죠. 지나고 나니 모두 저희 형제의 교육을 위해서 그러신 것 같아요.” 

최근 정우주 가족은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과 형 내외, 정우주의 가족까지 모두 7명이 떠난 대가족 여행이었다. 

“가족 모두 함께 여행을 다녀온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올해 아버지 환갑과, 같은 날짜인 어머니와 아내의 생일(12월 20일)을 기념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죠.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 그런지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등 글씨가 가슴에 새겨져 있는 ‘가족 티’를 다 함께 입었으니까요. 민망하다며 다들 반대했는데, 아버지가 정말 원하셔서 입게 됐어요. 모두 속에 입어서 티가 안 나던데, 저만 열이 많아서 티 나게 입고 다녔네요(웃음).” 

그는 “어릴 때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아버지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면서 “실제로는 고모할머니를 닮았다”며 웃었다. 외모에는 이견이 있지만, 성격은 아버지를 빼닮았다. 무대를 휘어잡는 모습을 보면 더 그렇다. 정우주가 액션 배우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그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정우주 장소협찬 호텔 카푸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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