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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지금, 권상우가 참 반갑다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07. 20

변함없이 솔직한 모습으로 기자까지도 무장 해제시키는 매력을 지닌 권상우. 최근 드라마 <추리의 여왕>을 끝낸 그가 자칭 ‘왕따’ 배우, 남편이자 아빠, 아들 권상우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렇게 좋은 기억만 남은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과의 관계도 너무 좋았고, 현장의 돌발 상황에 애드리브나 연기적인 케미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과정도 재미있었어요. 최강희 씨와 함께한 모든 작업이 즐거웠죠. 최강희 씨만 좋다면 시즌2도 같이 하고 싶어요(웃음).”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추리의 귀재 유설옥(최강희)과 함께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 베테랑 형사 하완승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권상우(41)의 종영 소감이다. 5월 말 드라마가 끝난 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그는 극 중 하완승처럼 껄렁한 듯하면서도 속 깊고, 특유의 유머 코드로 상대를 무장 해제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거침없고 솔직한 매력이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 얘기를 할 때마다 행복감을 숨기지 않았다. 2008년 동료 배우 손태영(37)과 결혼한 그는 아들 룩희(9), 딸 리호(3)를 슬하에 두고 있다. 이들 가족의 단란하고 화목한 일상은 그동안 SNS를 통해 공개돼 많은 주부들의 부러움을 샀다.

가정적인 남편이라는 소문이 자자해요.
결혼한 지 9년 됐는데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아요. 아내는 늘 봐도 새로워요. 예뻐 보일 때도 많고요. 제 앞에서 여성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도, 일보다 아이들과 가족을 1순위에 두는 마음가짐도 너무 예뻐요. 자기가 잘한 걸 저한테 자랑하기보다 뒤로 듣게 하는 것도 그렇고요.

결혼을 좀 일찍 했나 싶진 않나요.
일반적으로 보면 일찍한 것도 아니에요. 보편적으로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전 솔직히 총각 친구들이 부럽지 않아요. 쟤들은 언제 결혼하나 싶어요. 저는 집이 좋아요. 일이 없을 땐 거의 집에만 있어요.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집에서 노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되니까 그게 제일 편해요.

손태영 씨도 드라마에 출연 중인데, 평소 아내의 작품을 챙겨 보는 편인가요.   
아내가 나오는 작품을 잘 안 봐요. 모니터링을 안 하죠. 이러쿵저러쿵 참견하고 싶지 않아서요. 아내가 굉장히 발랄한 성격인데 사람들은 아내에 대해 다른 선입견을 갖고 있더라고요. 원래 성격에 맞는 발랄한 역할이 들어오면 정말 잘할 것 같은데 안 들어와서 아쉬워요.



재테크를 잘하는 스타 리스트에 꼭 오르더라고요.
어머니의 영향이 커요.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셔서 무척 검소하세요. 어려서부터 저에게 검소하게 살라는 말을 자주 하셨고요. 그런 얘기를 듣고 자라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제가 사업 체질은 아니에요. 예전에 화장품 사업을 해봤는데 저는 연기에 열중해야겠더라고요(웃음).

어머니와 지금도 같이 살고 있나요.
결혼해서도 어머니랑 계속 같이 살다가 분가한 지 3~4년 됐어요. 가까운 데 사시지만 매일 두세 통씩 안부 전화를 해요. 어머니가 마음 편히 남은 인생을 즐기실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고요. 근데도 예전처럼 자주 못 뵈니까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자식으로서는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40대가 되니 30대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나이 듦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어딜 가든 제 나이를 당당하게 밝혀요. 예전부터 나이를 50세까지 빨리 먹고 싶었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살면 50대부터는 삶의 여유가 생기고 정신적으로도 편안할 거 같아요. 그때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자주 다니며 아이들에게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빨리 크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서도 홀어머니가 나이 드시는 걸 생각하면 시간이 좀 더디 가길 바라게 되더라고요. 결혼하고 그런 걸 많이 생각하게 돼요. 가족 덕분에 생긴 다양한 감정이 연기할 때도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아이들 이름이 독특해요.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몰라서 고민했더니 처형(피아니스트 이루마의 부인인 1999년 미스코리아 손혜임)이 도와줬어요. 아들 이름은 태명을 살려 한글로 ‘룩희’로 하고, 딸 이름 ‘리호’는 처형이 직접 지어줬어요.

아이들이 엄마, 아빠 성격을 닮았나요.
룩희한테 고마운 게 어릴 때부터 우는 소리를 한 적이 없어요. 얌전한 편이고 여동생과도 잘 놀아줘요. 또 가끔 놀라게 할 때가 있어요. 엄마가 아프면 새벽에 일어나 수건에 물 묻혀서 이마에 얹어주고 손잡아주고 그러거든요. 장남다워요. 나보다 훨씬 나은 거 같아서 고마워요. 잘 키워준 아내에게도 고맙고요. 요즘은 딸 때문에 재미있어요. 잘 안기고 말도 잘하고 뭐든 빠르더라고요. 그런 애들만 보고 있어도 즐거워요.




요즘 10대들은 최근 종영한 〈추리의 여왕〉과 정준하 씨와 함께한 예능 프로그램 〈사십춘기〉로 권상우 씨를 알더라고요. 〈천국의 계단〉의 권상우 씨는 모르고요.
10대들이 알아주길 기대하지 않지만 그 친구들이 저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네요. 스타는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인기 욕심을 내려놓은 지 오래됐어요. 예전부터 톱스타랍시고 허세 부린 적 없고요. 저는 매 순간이 위기고 낭떠러지라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해요. 어떻게 제 역할을 잘 소화할지만 생각하죠. 

그동안 주로 껄렁하면서도 정의로운 인물을 맡았던 것 같아요. 〈추리의 여왕〉의 하완승처럼요.
평소 저도 불의를 보면 욱하는 성격이지만 공인이고 아빠이기에 많이 참는 거예요. 부족한 면도 많은 사람이고요. 그래서 뭔가 결핍되고 빈틈이 있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요. 본래의 저답게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맡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캐릭터는 제가 맡으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저보다 잘할 사람이 많으니까요.

〈추리의 여왕〉에서 액션 신을 직접 다 소화했다고 들었어요.
가장 자신 있는 게 액션 연기거든요. 액션 연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기 위해 항상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촬영하다 다칠 때가 있어요. 이번에도 부상 후유증으로 발목에 물이 차서 물을 세 번 뺐는데 지금도 상태가 좋지는 않아요. 4.5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신을 찍고 오케이가 났는데 카메라 문제 때문에 다시 찍다 발목을 접질렸죠. 그 장면이 TV에 풀 샷으로 안 나와서 서운했어요.

작품을 할 때 SNS 댓글을 자주 본다고 들었어요.
멘탈이 강한 편인 것 같아요. 하하. 스트레스도 금방 풀어요. 될 수 있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든요, 제 생활신조가 ‘부지런히 살자’예요. 잘난 게 없으니 부지런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지금껏 한 번도 매니저를 기다리게 한 적이 없어요. 촬영장에도 항상 먼저 가 있어요. 늦으면 제가 더 안절부절못해요. 제가 부지런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됐고요.  

지금도 ‘몸짱’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작품 때문에 일부러 식사량을 조절해서 몸을 만든 적은 없어요. 다 운동 덕분이에요. 20년 동안 운동을 꾸준히 해왔어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하러 가요. 운동을 해야 뭔가 했구나 하는 성취감이 들어요.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하는데, 현재 준비 중인 영화 〈탐정2〉를 찍을 때는 복싱도 다시 하려고 해요.  

시즌제로 가면 전작 〈탐정:더 비기닝〉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지 않나요.
흥행 스코어 면에선 부담이 되지 않아요. 전편인 〈탐정:더 비기닝〉을 보기 위해 극장에 든 관객이 2백70만 명이었어요. 첫날 5만 명이 들어 망할 줄 알았는데 잘 버틴 거죠. 그런데 그 영화를 극장에서 안 본 사람이 많더라고요. 내용이 별로일 줄 알았는데 IPTV로 보니 재미있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탐정2〉가 나올 수 있는 거고요. 〈탐정2〉는 전작의 스코어를 가뿐히 넘길 걸로 예상해요(웃음).

배우로서 감을 유지하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나요.    
최강희 씨가 저에게 뭔 관심이 그렇게 많으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컴퓨터를 잘 다루지도 못하고 페이스북도 안 하는데, 휴대전화만 쥐면 뉴스 여행을 떠나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굉장히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 관심이 연기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대본이나 작품을 볼 때 제 나름 방향성을 갖게 되죠.

미술교육학을 전공했던데 시간 날 때 그림도 그리나요.
학창 시절에는 그림에 재능이 있어서 그림 공부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멀어지다 보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요. 지금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크지만 50대가 되면 취미 생활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부담스럽지 않은 그림을 그려서 죽기 전에 팬들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든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자신을 어떤 스타일의 배우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왕따 배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가 드라마를 찍을 때 밥차를 보내준 고현정·최지우 같은 선배도 있고, 드라마 〈야왕〉을 함께한 유노윤호를 비롯해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는 영화 〈포화 속으로〉의 학도병 친구들도 있고, “좋은 예능 프로그램 아이템이 있다”며 매일 전화를 하는 개그맨 정준하와 카톡 채팅방을 만들어 친목을 다지는 〈추리의 여왕〉 식구들도 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제가 군 복무를 마치고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연예계에 데뷔했어요. 그런데 데뷔하자마자 분에 넘치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처음 한 영화도 드라마도 다 잘돼서 시기와 질투 역시 많이 받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영화만 하는 배우도 아니고 영화와 드라마, 해외 활동까지 하니까 영화 필모그래피만 보면 빈약해요. 저 스스로 콤플렉스도 많고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과 교류가 많지 않은 편이에요. 남자 배우들과 협업이 필요한 작품도 많이 안 해봤고요. 작품이 잘돼도 제가 잘해서 그렇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적으로 완벽하지 않아서 늘 걱정이 많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벼랑 끝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자신감으로 다 커버하지 못하거든요. 대신 눈앞에 있는 한 작품 안에서 어울리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죠.”

다른 배우들도 저마다 표현하지 않을 뿐 외로운 처지이기는 마찬가지다. 배우는 선택받아야 작품을 할 수 있고,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조금만 방심하면 이미지가 실추되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를 감추려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깊은 고민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상투적이지 않은 진솔한 인터뷰로 새로운 면을 보게 해준 그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일본에 진출한 후 해마다 두세 차례 현지에서 팬 미팅을 가진 그는 올해도 두 번 현해탄을 건널 예정이고 〈탐정2〉 촬영도 6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초심을 잃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권상우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계속 롱런하기를 응원한다.

사진 제공 수컴퍼니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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