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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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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 3.0 떨고 있는 기업들의 속사정

editor 김명희 기자

2017. 04. 13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재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홍석현 회장 행보의 상관관계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로 가장 큰 내상을 입은 기업은 삼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에게 4백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2월 17일 구속되면서 ‘삼성 총수=불구속’이라는 오랜 공식이 깨졌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돼 있다.

서울구치소 독방은 주로 형이 확정되기 전 피의자가 머무는 곳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순실 · 장시호 · 차은택 씨도 이곳에 수용돼 있다. 6.56㎡(1.9평) 규모에 TV, 접이식 매트리스,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고 한 끼당 1천4백원짜리 식사가 제공된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해온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자 충격에 휩싸인 삼성은 2월 28일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 해체와 정부·국회 등을 상대로 하는 대관 업무 중단을 핵심 내용으로 한 쇄신안을 발표했다.

3월 6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여사가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직에서 돌연 사임했다. ‘일신상의 이유’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사유가 드러나지 않던 중 8일에는 동생인 홍라영 총괄 부관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삼성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홍라희 여사는 아들이 구속된 후 주위에 “참담한 심정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사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탓에 그녀가 물러난 ‘진짜 이유’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이런 가운데 홍라희 여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지 한 달 만인 3월 17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딸들과 함께 서울구치소를 찾아 20분간 아들을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라희 여사가 이 부회장 면회를 다녀온 다음 날 은 ‘삼성 미전실 해체 · 홍라희 사퇴… 옥중 이재용의 분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갈등설을 언급했다. ‘홍라희 관장의 퇴진은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jtbc가 삼성-최순실 씨 간의 특혜 거래를 계속 보도할 때부터 이 부회장이 외삼촌인 홍석현 중앙일보 · jtbc 회장 등 외가에 크게 서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삼성 측은 자사 뉴스 사이트 ‘뉴스룸’에 “사실무근인 소문을 기초로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관계를 왜곡하는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이재용 부회장 모자와 홍석현 전 회장의 행보가 어떤 함수 관계를 갖는지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3월 18일에는 홍 회장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결심했다”며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그가 언론사를 운영한 자산과 ‘박근혜 게이트’에서 jtbc의 역할 등 때문에 정계에 진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손석희 jtbc 사장은 3월 20일 앵커 브리핑에서 “jtbc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후 삼성의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지난 한 달간 삼성전자는 주가가 10% 이상 상승했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경영권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이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동생인 이부진 사장이 일정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으나 “현실성이 없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롯데 36년 만에 서미경도 나서, 어차피 롯데는 첩첩산중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는 그 어느 때보다 침통한 분위기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정부에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를 내준 후 중국 측의 보복성 조치로 인한 손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첩첩산중이다.

3월 20일에는 오너 일가의 경영 비리와 관련, 신격호 총괄회장과 세 번째 부인 서미경 씨,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줄줄이 법원 포토라인에 섰다. 특히 미스롯데 출신으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이어온 서미경 씨는 이날 은둔 생활 36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씨는 검은색 정장에 뿔테 안경, 프랑스 명품 브랜드 가방을 든 차림이었다.

뒤이어 등장한 신동빈 회장은 ‘총수 일가에게 공짜 급여를 준 것을 인정하느냐’ ‘면세점 특허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은 휠체어에 의지해 출석했으나 정상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법원 직원을 향해 “여기가 어디냐”고 묻거나 지팡이를 휘두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서미경 씨와 신동빈 회장은 눈물을 훔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출국 금지 상태인 신동빈 회장은 조만간 다시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롯데는 2015년 하반기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월드타워점 허가를 반납했다가 신동빈 회장이 2016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다시 특허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K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돌려받았는데, 이 돈이 대가성이 있다는 결론이 날 경우 신동빈 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 측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특혜를 받기보단 오히려 특허 심사에서 탈락해 6개월간 영업을 하지 못하는 등 손실을 입었다”며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면세점 선정과 관련된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2016년 1월에도 계열사를 통해 미르 · 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SK 최태원 회장 참고인 소환

2003년 분식 회계 혐의로 구속돼 7개월, 2013년 횡령 혐의로 구속돼 2년 7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한 최태원 회장이 3월 18일 다시 검찰에 참고인으로 소환되면서 SK그룹도 긴장감에 휩싸였다. 검찰은 2015년 8월 최 회장의 광복절 특별 사면, 2016년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과정 등과 관련, SK와 박근혜 전 대통령 측 간에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창근 전 의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하늘 같은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미르 · K스포츠재단에 총 1백11억원을 출연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2016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했으며, 이후 K스포츠재단이 SK에 80억원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액수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최태원 회장의 특사는 경제 살리기 차원이었고, 김창근 전 의장의 문자 메시지는 통상적인 감사 인사였다. 면세점은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특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 최태원 회장도 13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에서 사면 과정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재단 출연금도 대가성이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뉴스1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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