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2차 변론에 출석한 윤 행정관은 심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곁에 또 다른 인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나같이 대통령 수발을 드는) 업무를 볼 수 있는 직원이 있다. 세월호 사고 당일에도 (그런 직원이) 있었다”면서 “(자신과는) 15~20m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 역시 〈여성동아〉 1월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아침 식사는 박 대통령을 항상 보필하고 있는 ‘비서’가 따로 음식을 만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성동아〉는 박 대통령의 곁을 항상 지켜온 ‘직원’(비서)이 누구인지를 취재하던 중 뜻밖에 복수의 ‘한식 대가들’로부터 “유명 한식 요리 연구가 김모 씨가 청와대에서 지내며 대통령을 보필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들은 전통 반가(班家) 음식을 전수해 흔히 ‘옥수동 선생님’ ‘방배동 선생님’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방송 및 출판 활동을 하고, 유력 정치인 및 재계 회장의 안주인과 며느리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상류층 인맥을 갖고 있는 요리계의 ‘특수 그룹’이다. ‘고객’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 만찬 메뉴를 짜거나 행사의 전체 감수를 맡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모든 외부 활동 중단하고 사라져

그런 김씨가 마지막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은 2013년 3월 1일. 녹화 시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취임(2월 25일) 무렵과 일치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출연한 요리 프로그램의 제작진 관계자는 “2013년 초 ‘개인적인 사정으로 앞으로 방송 출연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해 이후엔 섭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책 집필을 도왔던 출판계 관계자는 “종종 연락하던 김 선생님이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후 업계에 김 선생님이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반가 요리의 대가로 유명한 요리 연구가 A씨는 “김씨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필하는 게 맞다. 업무 때문에 가족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세한 거취는 식문화 기업 K에서 잘 알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VIP분들을 위한 상차림을 많이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 연구를 거듭하게 되었다”

K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씨에 관해 묻자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소문’에 대해 여러 차례 확인을 요청하자 “고모님의 딸로 삼천포에서 나셔서 남부 지방 반가 요리를 참 잘하신다. 우리 집에서 지내실 때 모친 옆에서 요리도 하고, 다도도 도우셨다. 그 후 ‘삼성동(박근혜 대통령의 사저)’에서 인연을 맺어 청와대 들어가 계신다는 말만 들었고, 연락 끊어진 지는 너무 오래됐다. 그 아들들도 내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안보실장의 보고를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람은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께서 대통령 되시기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으셨던 거 같아요. 우연히 절에서 알게 됐다, 저는 이렇게 알고 있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고요. 굉장히 김 선생님이 소박하시고 서로 두 분이 코드가 맞아가지고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사이 같아요…. 그래서 아마 취임과 동시에 굉장히… (청와대 들어갈 것을 권유했는데) 김 선생님은 (처음엔) 거절을 했는데. 김 선생님도 혼자 계시거든요. 물론 자식은 있지만, 그래서 들어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기자가 김씨의 구체적인 업무를 묻자 “대통령의 가장 측근에 계신 분”이라며 “인터폰으로 직속으로 대통령하고 연결을 해서 ‘저 좀 보세요’ 하면 얼른 가서, 예를 들어서 뭐 먹고 싶다든지 그러면 선생님이 취향을 잘 아시기 때문에… 그런 관계예요. 선생님이 외출을 나오셔도 (대통령) 혼자 계시기 때문에 별로 외출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없으시고… 1년이면 한번 나올까 말까 하시더라고요”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드러나는 첫 번째 문제는, 대통령의 음식이 누구도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음식은 청와대가 엄밀하게 신원 검증을 한 조리사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고, 검식관을 통해 확인한 후 대통령에게 제공해야 한다. 혹시라도 음식에 문제가 있을 경우 대통령에게 위해가 될 수 있고, 그것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비선 의료진’으로부터 확인되지 않은 주사를 맞아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명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윤전추 씨를 행정관으로 임명해 대통령의 옷 심부름을 시키고 ‘대통령의 수발’을 드는 업무를 맡겼다는 것도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고령의 한식 전문가가 청와대 관저에서 전문 분야도 아닌 비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은 취재진조차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탄핵 심판 사건 2차 변론에서 이진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질문과 윤 행정관의 답변을 보면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진성 재판관 : 세월호 사고 당일에도 (윤전추 행정관처럼 수발 드는 직원이) 있었나?
윤전추 행정관 : 그렇다. 있었다.
이진성 재판관 : 증인이 없는 경우에는 그런 직원이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류를 전달하는지.
윤전추 행정관 : (대통령이 그렇게 서류를) 받을 수 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국회 3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서면 보고가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서류가 공식 보고 라인이 아닌 ‘전직 한식 대가’ 등이 얽히고설킨 비공식 라인으로 전달됐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은 아닐까.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지금도 누가 대통령에게 보고 서류를 직접 전달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김씨와 극적인 통화, “어디 계시냐”는 질문에 “모른다”

사진 조영철 기자 뉴스1 O’live TV 방송 화면 캡처 김모 씨 개인 블로그 캡처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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