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앞에서도 빛난 에이셉 라키와 리한나의 파워 수트 드레싱. (왼쪽)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진주 목걸이를 착용한 저스틴 팀버레이크.(가운데) ‘콰이어트 럭셔리’의 상징이 된 기네스 팰트로의 법정 패션(오른쪽).
재판 내내 화제를 모은 건 에이셉 라키의 판결이 아니라 패션이었다.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구찌 등 흠잡을 데 없이 절제된 명품 슈트와 세련된 레이밴 안경까지, 그의 법정 스타일이 그저 멋을 내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특히 라키가 착용한 레이밴 안경은 플래시를 피하기 위한 액세서리가 아니었다. 그는 무죄 선고를 받고 이틀 뒤 레이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이를 고려하면 법정에서 라키가 레이밴 안경을 착용한 것은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닌, 레이밴과의 협업을 예고한 세련된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의 오랜 스타일리스트 매튜 헨슨은 재판의 무게를 고려해 진지하게 스타일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이 룩은 레이밴과의 파트너십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법정에서의 스타일은 단순히 패션이 아니라 이미지 전략으로 작용한다. 격식을 갖춘 슈트와 세련된 안경은 무의식적으로 정직함과 성실함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단정한 옷차림의 피고인은 보다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며, 반대로 지나치게 독특하거나 부적절한 복장은 피고인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분석이 있다. 매사추세츠대학교의 심리학 박사 리사 애런슨 폰테스는 심리학 전문 매거진 ‘사이콜로지 투데이’에서 피고인의 옷차림이 배심원이나 판사의 무의식에 작용해 판단에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옷차림 하나만으로 재판의 승패가 완전히 뒤바뀌는 것은 아니며, 증거와 법률적 논점이 여전히 결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나갈 때는 최대한 단정하고 상황에 맞는 복장을 하라”는 조언이 존재하는 이유는 패션이 미치는 심리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무대 의상으로도 손색없는 쿠튀르패션으로 시선을 끈 카디 비(왼쪽,오른쪽). 단정한 샤넬원피스로 평소와 다른 얌전한 스타일을 보여준 패리스 힐튼(가운데)
하지만 모든 셀럽이 이들처럼 절제된 룩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카디 비는 2019년 뉴욕 퀸스 에인절스 스트립 클럽 폭행 사건으로 법정에 출두했을 때, 화이트 깃털 트리밍이 돋보이는 퍼 코트와 한 마리의 거대한 새를 연상시키는 블랙 깃털 패션으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진지하고 절제된 룩은커녕 당장 무대에 올라가도 될 법한 쿠튀르 패션을 선보인 것. 그녀의 스타일은 법정에서도 당당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린제이 로한 역시 법정에서 과감한 패션으로 화제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내내 각종 혐의로 법정 출두가 잦았던 그녀는 흰색 미니드레스나 컬러 슈트를 입는 등 격식을 챙기기보다는 시선을 끄는 의상을 입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신뢰감을 주는 전형적인 법정 스타일 코드에서 벗어난 대담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무채색 대신 산뜻한 컬러수트 차림으로 법원에 출두한 린제이 로한(왼쪽). 나오미 캠벨은 블랙 원피스와 크리스찬루부탱 하이힐로 클래식하면서도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오른쪽).
법정은 이제 단순히 진실을 밝히는 공간을 넘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무대가 되고 있다. 앞으로 셀럽들의 법정 패션이 어떤 전략적 의미로 변화해 나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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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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