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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모진 풍파 헤치고 경영권 승기 잡은 여성 CEO

장혜정 프리랜서 기자

2024. 04. 08

누가 경영 칼자루를 잡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진다. 형제자매 간 경영권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 CEO들을 소개한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장자 승계를 고수해온 범LG가에서 특별히 여성 오너로 성장한 인물이다. 처음부터 그녀가 왕좌의 자리에 앉은 것은 아니다.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현재 자리에 올랐다. 1967년 구자학 전 아워홈 회장의 1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구지은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사관리학 석사를 마쳤다. 이후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와야트코리아를 거쳐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 FD(외식)사업부장, 글로벌 유통사업부장 전무 등을 거친 후 2015년 아워홈 부사장으로 승진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늘 영예만 따랐던 건 아니다. 같은 해 경영진과 갈등을 겪다 보직 해임됐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사장직으로 복귀했으나 3개월 만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관계사인 캘리스코의 대표이사가 됐는데 이후에도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의 갈등은 계속됐다.

둘의 경쟁 구도는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의 보복 운전 이슈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 사건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해 세 자매가 의기투합해 오빠를 부회장직에서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당시 아워홈 최대 주주는 구본성 전 부회장으로 38.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구지은 부회장 20.67%, 차녀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 19.6%, 장녀 구미현 씨 19.28%의 지분을 합쳐 오빠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구지은 부회장은 캘리스코에서 다시 아워홈으로 복귀해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구지은 부회장이 부임한 2021년 아워홈은 오랜 적자에서 탈피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5.4%(1조8354억 원) 올랐다. 영업이익은 537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말 기준 구지은 부회장이 보유한 아워홈 주식은 417만7400주로 전체의 20.67%를 차지했다. 이는 구본성 전 부회장 다음으로 많은 수치(38.56%)다. 한편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22년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박이라
세정그룹 사장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디디에두보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세정그룹은 현재 창업주 박순호 회장의 막내딸인 박이라 사장의 진두지휘하에 움직이고 있다. 박 회장에게는 3명의 딸이 있는데 차녀는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첫째와 셋째만 회사 일을 돕고 있다. 그중에서도 막내딸 박이라 사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78년생으로 2005년 세정 비서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녀는 브랜드전략실장 등을 거쳐 웰메이드사업본부, 2007년 세정과미래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그 후 2019년 사장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했다. 2013년 유통 플랫폼인 웰메이드를 선보이고, ‘전지현 주얼리’로 유명해진 디디에두보 론칭을 이끌었다.



박이라 사장의 등장으로 세정에는 젊고 세련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다소 올드한 분위기의 올리비아로렌 등 브랜드 상품 디렉팅에 직접 참여해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또 사내 벤처로 남성 캐주얼 ‘더블유엠씨(WMC)’를 론칭해 무신사 등의 온라인 채널을 공략하기도 했다. 그녀는 생산, 유통 과정을 효율적으로 다듬어 내실을 꾀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2020년 21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세정은 2023년 매출 3010억 원, 영업이익 334억 원을 기록했다.

경주선
동문건설 부회장

지난해 4월 타계한 동문건설 경재용 회장에게는 슬하에 1남 1녀가 있다.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건설업계 특성상 장자 승계가 일반적이지만 동문건설의 경우 딸이 부회장 자리에 올라 그룹을 이끌고 있다. 바로 경주선 부회장이다.

오빠 경우선 씨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주선 부회장은 일찌감치 경영에 참여한 케이스다. 중앙대 졸업 후 중견 IT 기업에 재직하다 2012년 동문건설 주택영업팀에 합류했다. 당시 동문건설은 2009년부터 워크아웃 상태였는데, 2016년 경기 평택의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10년 만에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철학을 전공한 경 부회장은 특히 내실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대내외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인지 시공능력평가 100위권에 머물던 동문건설은 올해 61위로 순위가 크게 올랐다. 아직 경영권 승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경주선 부회장이 최종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CJ그룹의 2024년 정기 임원 인사 단행 후 일각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 경영리더(CJ는 지난 2022년 1월 기존 사장과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구분했던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단일화했다)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승진을 예상하기도 했으나 큰 변동은 없었다. 다만 이경후 경영리더만 CJ ENM 음악콘텐츠사업본부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겸직하게 됨으로써 역할이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특히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 부분인 식품성장추진실을 이끈 이선호 실장의 경영 성적표가 꽤 좋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인사 때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경후 경영리더의 남편 정종환 CJ 글로벌인티그레이션 실장이 CJ ENM 콘텐츠·글로벌 사업 총괄로 선임된 점도 눈길을 끌 만하다. 여기에 이선호 경영리더가 올해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러저러한 추측이 난무하자 CJ그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경후 경영리더의 경력이 이선호 경영리더보다 길고, 음악 콘텐츠 관련 부분에서 성과를 내 그 역할이 확대된 것”이라며 “당장 차기 회장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아직은 후계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직 경영 승계를 속단할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경후 경영리더가 그룹 내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 이재현, 이미경으로까지 불리는 그녀는 1985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지난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CJ오쇼핑, CJ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으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았는데, 한류 콘서트인 ‘케이콘’과 식품 사업 ‘비비고 만두’ 등을 성공시키며 2017년 상무대우, 2018년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8년 7월부터는 CJ ENM의 브랜드전략담당을 맡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 여러 콘텐츠의 흥행을 이끌며 자신의 실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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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아워홈 CJ그룹 동문건설 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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