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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김경민 서울대 교수의 2024 집값 시나리오 “전셋값 무조건 오를 것”

정세영 기자

2023. 12. 26

매년 완벽한 부동산 예측으로 세간을 놀라게 하는 김경민 교수에게 2024년 ‘집값 시나리오’를 들어봤다.

미국 기준금리, 총선,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 국내외 변수가 얽히며 2024년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에 갇혔다. 금리는 인하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PF대출 연장이 불러올 국가적 리스크와 그 파장 또한 짐작하기 힘들다. 빌라포비아 여진으로 인한 전셋값 폭등, 갈아타기 등장까지 고려하면 2024년 부동산은 예측 불가능에 가깝다. 또 총선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국내 및 국제 정치, 경제 이벤트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주택 가격의 반등을 확신하거나, 추가 하락을 예측하는 의견으로 뒤엉켜 있다. 이와 같은 상반된 주장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도 ‘팩트’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조언해줄 전문가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도시계획·부동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빅데이터에 기반해 부동산 시장을 분석한 도서 ‘부동산 트렌드’를 2020년부터 매년 출간하고 있다. 그가 지난 저서들을 통해 예측한 2023년 집값 대폭락과 하락률, 변곡점은 실제 부동산 시장에 적중하며 큰 화제가 됐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균형감 있는 조언으로 ‘부동산 족집게’란 애칭을 얻은 김경민 교수를 만나 새해 부동산 전망을 물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외 너무나 많은 변수가 맞물려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전셋값 폭등은 확신하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빌라포비아, 아파트 인허가 감소 등이 2025년 공급 물량으로 이어져 전셋값이 대폭 오른다는 것. 김 교수는 “이 현상이 계속되면 전셋값 폭등 후 매매가가 상승했던 2010년대 중후반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갈아타기, PF대출 연장··· 2024년 부동산 트렌드 이끌 빅 이슈

2022년 감소한 부동산 거래량이 2023년에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원인은 뭔가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효과입니다. 9억 원 이하 주택에 제공된 대출 상품으로, 실제 서울 9억 원 이하 주택의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했어요. 2023년 1분기 서울의 9억 원 미만 아파트 거래량은 약 4021건으로 분석됩니다. 2022년 4분기 대비 172% 상승한 수치죠. 두 번째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2022년 10월부터 급격히 낮아지면서 주택 수요를 자극한 점입니다. 2022년 11월 5.31%였던 금리가 2023년 5월 4.39%까지 하락했어요. 6개월 만에 92BPS(주당 순자산가치)가 낮아진 거죠. 금리 하락이 곧 주택 수요로 이어졌고요.

마지막 원인은요.

9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아파트 거래량 증가예요. 특히 서울 강남구의 15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2022년 4분기 68건에서 2023년 2분기 538건으로 폭증했어요. 이는 많은 계층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선이 변화했음을 의미합니다.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형편만 된다면 15억 원 이상의 아파트 매입도 꺼려하지 않는 거죠.



2024년 부동산 거래량을 예상할 때 가장 주시할 건 무엇인가요.

갈아타기의 등장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7~10년 안에 거주지를 옮겨요. 2024년 갈아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2015~2017년에 아파트를 매매했던 가구겠죠. 이 시기가 정확히 부동산 상승기였어요. 2015년에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7년 후인 2022년 거주지를 옮길 수도 있었지만, 당시 아파트 거래량이 역대급으로 낮았습니다. 갈아타기의 수요가 아파트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의미죠. 만약 2015~2016년 아파트 매입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면 2024년 아파트 매입에 참여할 가능성이 클 거라 예상합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거래량이 활발해지면서 아파트값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2015~2017년 아파트 거래량은 어느 정도였나요.

2010년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어요. 2015년 약 13만 건, 2016년 약 12만3000건, 2017년 약 10만5000건이었죠. 총 36만 건 정도로, 2010년대 연평균 아파트 거래량이 약 8만2000건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죠.

2022년에 아파트값이 급락했습니다. 2015~2017년도에 매입한 사람들은 손해 아닌가요.

2022년 아파트값이 떨어졌어도 2015~2017년도 매매 금액보다는 현저히 높습니다. 당시 매우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샀기 때문에 가격이 아무리 급락해도 큰 양도차익을 거둘 수 있어요.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봅니다.

2024년 부동산 가격의 핵심은 기준금리가 아닌 ‘국고채 10년물 금리’라고 했는데요.

맞습니다. 일반 수요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담대일 거예요. 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담대는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거의 연동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올라가면 주담대 금리 역시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는 거죠. 이는 부동산 매수세를 감소시키면서 가격 하락 및 정체 현상을 일으키고요.

우리나라 부동산에 타격을 줄 최대 경제 리스크를 꼽는다면요.

PF대출이요. PF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활용되는 대출을 뜻합니다. 디벨로퍼가 토지를 취득해 인허가를 받고 개발을 할 경우, 총사업비의 5~10% 정도는 자기 자본으로 투자하고 사업 경비와 공사비 등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PF대출을 받아 진행합니다. 쉽게 말해 디벨로퍼는 대규모 비용을 금융권에서 빌린 뒤 이에 대한 원리금을 분양 수입금으로 지급하는 거죠. 만약 분양 시장이 활발하면 수입금으로 PF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지만, 분양에 실패하면 원리금을 갚을 수 없게 되겠죠. 그러면 금융기관의 PF대출이 연체되고, 미분양 물건을 처분해 원리금을 마련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PF대출이 문제가 된 시점은 언제인가요.

2021년 이후 진행된 부동산개발사업부터입니다. 2020년까지 부동산 시장이 급상승하며 토지 매입비가 올라갔어요. 금리도 인상됐고, 공사비 역시 30% 정도 상승했고요. 남는 건 없는데 원가가 올라간 상황에 놓인 거죠. 사업장들은 PF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요. 이는 인허가가 났음에도 시공사의 사업 계획 철회로 PF대출을 받지 못한 채 사업이 곤경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정부가 만기 도래한 PF대출을 총선 이후로 연기시켰습니다. 사업이 중단된 사업장들에 사혜를 베푼 거라 볼 수 있나요.

PF대출 연장은 총선 후 부동산 시장을 강타할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PF는 금리에 매우 민감합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개발 수익이 감소해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현재 경기침체로 사업이 중단된 사업장들이 많아요. 정부의 PF대출 기간 연장은 마치 이들에게 특혜를 베푼 것 같죠. 하지만 총선 후 이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면 은행권 부실과 신용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요. 국가적으로 아주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죠. 문제가 될 만한 PF대출은 지금부터 조금씩 정리를 해야만 합니다.

PF대출 연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저렴한 부동산 출하가 억제되는 현상입니다. 부실한 사업장들이 정리되고 저렴한 토지가 나와야 새로운 개발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PF대출이 연장되면서 부동산 물건이 없어졌어요. 가격 확인도 어렵고요. 급한 상황이 아닌 토지주들은 과거 높은 가격을 고수할 겁니다. 토지비가 저렴하다면 참여할 수 있는 디벨로퍼들이 당연히 개발에 참여하지 않겠죠. 이렇게 되면 아파트 인허가 물량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2025년 이후에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겁니다. 이는 곧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질 거고요.

아파트 입주 물량은 어떻게 예상하나요.

2024년 약 6700세대의 서울 강남권 거대 아파트 단지 입주와 2025년 상반기 약 1만2000세대의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어요. 단기적으로 보면 2025년 상반기 강남권 전셋값은 하방 압력이 존재할 수 있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2025년 여름 이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 계속될 겁니다. 이는 아파트 전셋값을 자극할 거고요.

PF대출 연장 마무리가 이루어진 2025년 이후 아파트 시장을 전망해본다면요.

빌라포비아, 시공비와 토지 비용 증가 등 2023년의 부정적인 요소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와 빌라 모두 최악의 인허가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커요. 입주 물량이 저조하면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릴 수도 있겠죠. 만약 이 상황이 실제로 나타나면 전셋값이 올라가고 2~3년 후 매매 가격이 상승했던 2010년대 중후반과 유사한 광경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현재도 아파트와 빌라 공급 물량이 저조한 편 아닌가요.

맞아요. 2010년대 아파트 연간 평균 공급량은 약 3만5000채였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지난해와 올해 각각 약 1만 채 정도 부족한 상황이고요. 2023년 상반기 빌라 전세 거래량도 빠르게 감소했어요. 총 3만2547건으로, 전세 사기가 부각되기 전인 2022년 상반기 4만8718건의 67%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빌라포비아 현상 때문이에요. 전세 사기, 역전세난 등으로 빌라 전세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죠. 올해 빌라 공급이 위축된 건 빌라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요.

올해 초부터 아파트 전셋값이 오른 것도 빌라 물량 부족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입주 물량이 부족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전셋값 상승입니다. 빌라 전셋값이 올라 아파트 전세와 비슷한 가격대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아파트 전세를 선택하겠죠. 이는 곧 전셋값 상승으로 연결되고요. 또 인플레이션으로 월세가 대폭등했어요. 전세는 월세의 대체재예요. 당연히 전세값이 오를 수밖에 없죠.

빌라포비아의 나비효과네요.

그렇죠. 빌라를 떠나 아파트로 가는 전세 수요가 상승하면 빌라 공급이 감소하겠죠. 이와 같은 현상이 유지되면 빌라 전세는 물론 매매 금액까지 올라갈 거고, 아파트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조사에 따르면 빌라 전세 거래량이 인허가 물량 수준으로 급감하진 않았어요. 빌라 전세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 아닌가요.
전세 수요가 절멸하진 않은 거죠. 전세 사기 등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빌라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의미고요. 빌라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없어지긴 어려요. 따라서 정부가 전세 사기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거래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빌라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핫 플레이스로 도약할 ‘신촌’

김경민 교수가 꼽은 2024 핫 플레이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김경민 교수가 꼽은 2024 핫 플레이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2024년 빌라와 아파트는 어떤 흐름으로 갈까요.

전셋값이 무조건 오릅니다. 빌라포비아의 여진으로 아파트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할 거예요. 아파트는 높은 토지 가격으로 개발이 위축되면서 인허가가 급감하게 될 겁니다. 이는 2025년 아파트 입주량 감소로 이어지고, 전셋값을 자극할 겁니다.

고금리 시대예요.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까요.

주담대는 2024년 2분기에 4.7%대에 도달하고 4분기에는 4.5%대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가을까지 금리가 오른 뒤 약간 하락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서울 아파트값은 2023년 2분기보다 약 6%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소폭 하락하거나 정체하는 수준으로, 폭락하지는 않을 거라 예측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서울 강남과 강북 상황이 다를 거라는 점이에요. 강남은 아파트값이 굉장히 많이 회복됐어요. 강북은 회복이 안 된 곳도 꽤 있죠. 제가 봤을 때 강북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강남에서 약간 조정이 있을 거라 봅니다. 폭락까진 아니고 약간 낮아지는 정도로요.

실수요자는 언제 집을 사야 할까요.

굳이 꼽자면 내년 중후반이요. 시점보단 상황이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PF대출 연장 등의 리스크가 정리된 후에 집을 사는 것이 최선이죠. 2025년부터는 아파트 공급 물량 부족으로 전세, 매매 가격이 모두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요.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 매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일명 ‘초품아’ 지역이요. 교육 측면에서 자녀가 안전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는 초등학교 인접지는 단연 선호 지역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을 분석해봤는데, 동일 평형 기준으로 초품아 단지가 일반 단지에 비해 약 6300만 원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어요. 재미있는 점은 초등학교에서 멀어질수록 아파트값도 떨어지더라고요. 약 100m 멀어질수록 1200만 원 정도 하락했습니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상대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높은 초품아 단지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부동산 상승기에는 아파트 소형 평형에 투자하라고 하셨는데요.

같은 아파트 단지 25평과 33평 가격 흐름을 분석했을 때 부동산 하락기에도 25평은 변동성이 굉장히 적었어요. 2010년대 초반 부동산 하락기에도 25평은 집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거의 정체기나 다름없었죠. 또 누적 상승률도 25평형이 33평형보다 더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25평의 상승률은 227%로, 170%였던 33평보다 57% 정도 높았죠. 왕십리뉴타운의 경우 33평의 상승률이 높았으나 그 차이는 5% 정도로 미미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25평 투자가 가장 안전하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통계 조작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이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어떤 자료를 신뢰해야 할까요.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은 절대 보지 마세요. 아파트값이 주간으로 움직이는 건 말도 안 돼요. 부동산은 장기 트렌드이기 때문에 절대로 주간, 월간 단위로 보면 안 됩니다. 직접 부동산 트렌드를 파악하고 싶다면 대형 단지 위주로 분기별 아파트 단지의 평균 가격과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꾸준히 학습하다 보면 감이 올 거고요.

2024년 주목해야 할 핫 플레이스를 꼽는다면요.

신촌이요. 2023년 상반기 신촌에 사는 사람 중 80%가 1인 가구였어요. 그중 여성 인구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죠.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여학생과 세브란스병원 등을 다니는 소득 수준이 높은 사회 초년생들이 주를 이룹니다. 또 젊은 외국인들도 많이 살고요. 이 두 그룹은 폭발적인 소비력을 가지고 있어요. 또 최근 SK D&D에서 개발한 에피소드 신촌 369와 맹그로브 신촌점 등이 신설됐고, 청년주택 등 임대 기반의 주거 시설이 대량 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촌 상권 역시 부활하는 추세예요. 먹자골목, 상업 시설은 물론 신촌만의 로컬 콘텐츠까지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신촌의 퍼텐셜은 어마어마합니다.


#2024부동산 #부동산전망 #집값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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