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아이 두뇌 발달 컨설턴트, 스탠퍼드대 출신 김보경 박사

정세영 기자

2023. 12. 14

스탠퍼드대 출신 김보경 박사가 설계한 아이 뇌 결정하는 6가지 성장 사이클을 공개한다. 

아기의 뇌세포는 0~4세에 가장 빨리 성장한다. 이 시기 대화와 놀이, 습관 등을 통한 뇌 발달은 학교생활, 진로, 성공 등 훗날 인생의 계획을 짜고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내 유일 브레인 컨설턴트’ 김보경 박사는 스탠퍼드대 출신의 뇌과학 전문가이자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브레인 컨설턴트 ‘스튜디오B’를 운영하며 수백 명에 달하는 아이의 두뇌 발달을 도왔다. 그는 하버드대, 예일대 등 세계 유수 대학의 최신 과학적 근거를 분석하고, 직접 아이를 키우며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뇌 발달을 위한 6가지 사이클과 24시간 설계법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외 부모들의 공감을 얻으며 큰 화제가 됐다.

김 박사가 제안하는 두뇌 발달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아이의 일과를 정확히 파악한 뒤 뇌 발달에 부족한 요소를 채워 균형을 맞추는 것. 그는 “아이의 뇌는 부모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발달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뇌 발달을 위한 특별한 교재나 교육은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두뇌 발달 황금기 ‘0~2세’

유튜브, TV 출연을 통해 두뇌 발달의 중요성을 알리는 김보경 박사.

유튜브, TV 출연을 통해 두뇌 발달의 중요성을 알리는 김보경 박사.

강연이나 강의, SNS 등에서 만난 학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뇌 발달이요. 특히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부모님을 많이 만나는데, 자녀의 나이에 따라 관심사가 다른 것 같아요.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분들은 아이의 뇌 발달에 좋은 놀이법과 언어 발달에 관심이 많아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교과목 위주의 학습 능력에 대해 질문하시고요. 최근에는 아이의 감정 조절과 집중력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도 늘었습니다.

아이들의 두뇌가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만 2세까지요. 이 시기를 뇌 발달의 황금기라고 부릅니다. 좀 더 확장하면 만 5세까지도 가능해요. 이때 뇌의 기본 구조가 잘 형성되면 이후 인지적, 정서적 발달에 도움이 돼요. 아이의 뇌가 어른의 뇌로 변하는 청소년기도 중요한 시기고요.



황금기를 놓치면 두뇌 발달이 어려운 건가요.

어떤 면에서는 그렇습니다. 뇌는 어린 시절 만들어놓은 구조를 조금씩 다듬어가는 방식으로 발달해요. 영양 부족, 뇌 손상 등으로 인해 발달이 저하되면 복구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물론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요. 또 언어나 운동 발달은 영유아기에 빠르게 진행돼요. 대단히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의 말문이 자연스럽게 트이고, 혼자 걷거나 빙글빙글 돌기도 하잖아요. 시기에 맞게 깨우쳐야 할 것들을 놓치면 안 된다는 의미예요.

‘두뇌 발달’이라는 문구가 직설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정서나 성향 등 ‘마음’을 강조한 육아법이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이 두 육아법의 다른 점이 있다면 뭘까요.

특별한 차이점은 없어요. 정서, 마음, 지능, 학습 등도 모두 뇌의 영역이에요. 아이마다 성향이 다른 것은 유전적 특성과 각각의 환경 때문이에요. 뇌는 우리 몸 전체와 연결돼 있어요. 뇌의 영역도 서로 이어져 있고요. 수면은 학습, 식사는 정서에 영향을 줘요. 정서는 다시 학습에 영향을 주고요. 결국 두뇌 발달과 마음 강조 육아법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에요.

두뇌 발달도 컨설팅이 필요한가요.

두뇌 발달 컨설팅은 아이의 뇌 발달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연령, 개인 특성, 가족 환경 등을 파악한 뒤 뇌 발달에 필요한 요소는 늘리고, 불필요한 요소는 줄여 시간표를 짜주죠. 아이의 뇌는 계속 발달하지만 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아요. 또 뇌는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많이 사용하는 쪽으로 성장합니다. 책을 많이 보는 아이는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 맞춰서, 짧은 영상을 자주 보는 아이는 빠르게 변하는 자극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뇌가 성장하죠. 수년간 게임만 하면서 보냈는데 갑자기 길고 지루한 교과서를 읽으라고 하면 뇌는 과부하가 올 거예요. 아이의 뇌를 다방면으로 발달시키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두뇌 발달 컨설팅이 필요한 거예요.

두뇌 발달 컨설팅에 포함되는 필수 요소는 무엇인가요.

잠, 식사, 운동, 놀이, 독서, 디지털 미디어 등 총 6가지입니다. 뇌 발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도 부모가 가정에서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은 뒤, 24시간 사이클로 매일 반복되는 것 6가지를 추렸죠. 가끔 작은 것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부모님들이 있어요. 특정 교구나 책만으로 아이의 뇌가 똑똑해진다고 믿는 거죠. 하지만 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기간 반복되는 위의 6가지 요소예요. 이 요소들은 크게 뇌 발달에 뿌리가 되는 잠, 식사, 운동과 뇌를 꽃피우는 놀이, 독서, 디지털 미디어 사이클로 나눌 수 있고요.

뇌 발달에 뿌리가 되는 사이클에는 어떤 요소가 포함되나요.

잠, 식사, 운동이요. 뇌의 기본 기능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죠. 첫 번째 항목인 잠은 정신의 거울이에요. 잠을 푹 자야 정신이 맑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면 잠도 잘 오죠. 잠을 잘 못 자면 뇌의 기능이 저하됩니다. 피로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주의력과 민첩성이 떨어지죠. 장기간 누적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요. 잠은 아이들에게 특히 중요해요. 뇌는 자는 동안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억을 정비하면서 다음 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거든요. 반대로 뇌의 발달이 잘 진행돼야 잠도 푹 자겠죠. 낮과 밤을 구분하고 적절한 시간에 자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뇌가 하는 일이니까요.

수면 부족이 ADHD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잠은 집중력과 기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요. 뇌는 자는 동안 불필요한 기억은 치우고, 중요한 기억은 공고하게 만듭니다. 어른도 하루 이틀 잠을 설치면 멍하니 집중이 되지 않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잖아요. 이처럼 수면 부족은 ADHD가 아닌 집중력과 기억 저하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수면이 해결되면서 주의력 문제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요.

식사와 두뇌 발달은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뇌가 새로운 세포를 만들고 튼튼하게 유지되려면 영양 공급은 필수죠. 특히 임신기부터 생후 2년까지 필수 영양소가 잘 공급돼야 아이의 뇌가 안정적으로 자랍니다. 또 식사 준비, 균형 잡힌 식단, 식사 예절, 식사 시간 가족과 함께 나누는 대화도 아이의 뇌를 성장시킵니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언어 발달이 빠르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어요. 비만도 적고요. 뇌 발달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죠.

지양해야 할 식사 패턴에는 어떤 게 있나요.

감정적 식사(emotional eating)요.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감정적인 이유로 음식을 먹는 거죠. 아이들은 주로 지루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맛과 짠맛이 강한 간식을 찾곤 해요. 이런 습관은 부모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릴 때 아이가 떼를 쓰면 과자를 줘서 주의를 돌려요. 또 심심할 때 카페나 편의점에 가서 간식을 사 먹는 것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요. 이는 곧 감정적 식사를 의미합니다. 음식을 통해 강한 보상을 느끼고, 이로 인해 얻는 쾌감으로 안 좋은 기분을 무마하는 거죠. 놀이나 대화 등 다른 방식으로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해야 합니다.

활동량이 많으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될까요.

충분한 운동은 몸과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특히 감각과 운동에 관련된 뇌 영역은 어린 시절에 빠르게 발달해요. 어린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몸을 사용해 노는 것이 중요해요. 운동은 뇌 건강과 산소, 영양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거든요. 이는 정서를 안정화해 학습 능력을 상승시키기도 하죠. 운동은 뇌 발달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입니다.

잠재력과 두뇌를 발달시키는 ‘24시간 황금 시간표’

김보경 박사는 학부모를 직접 만나 아이 두뇌 발달 컨설팅을 돕고 있다.

김보경 박사는 학부모를 직접 만나 아이 두뇌 발달 컨설팅을 돕고 있다.

뇌를 꽃피우는 3가지 사이클 중 놀이는 운동과 비슷한 맥락 아닌가요.

정적인 활동도 포함되기 때문에 운동과 분리하는 게 맞아요. 놀이는 아이가 즐겁게 하는 모든 활동을 담고 있고요. 노래를 부르거나 친구와 비밀 편지 쓰기, 자동차 타고 가면서 하는 스무고개 등도 모두 놀이에 포함됩니다.

아이와 놀이할 때 부모가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면요.

스스로 즐거움을 찾게 하는 거요. 아이가 좋아하는 대로 놀게 하세요. 부모는 옆에서 놀이를 보조하고, 참여하고, 위험한 행동을 제지하면 됩니다. 뇌 발달에 특별히 좋은 놀이를 제시해줘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스스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놀 수 있어요. 언덕에서 굴러 내려가고, 나무에 기어 올라가고, 돌멩이가 있으면 공기놀이를 할 겁니다. 어른이 나서서 놀이를 제시하면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만들 기회를 얻지 못하고 흥미도 잃게 되겠죠.

독서 시작 나이를 0세로 권장하셨어요. 너무 어리지 않나요.

뇌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발달해요. 뇌 발달에 어린 시기란 없죠. 0세를 위한 독서 방법은 간단합니다. 하루 한 번 아이와 함께 크고 또렷한 그림이 담긴 책을 보는 거예요. 아이가 좀 더 크면 집 안에 있는 책을 물고 빨면서 놀기 시작하겠죠. 그러다 스스로 책장을 넘겨 그림을 보고 글씨도 읽게 되고요. 0세 때 특별한 방법으로 독서를 시키라는 것이 아니에요. 책을 가까이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라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은 언제부터 보여줘야 할까요.

만 2세가 가장 적합한 것 같아요. 미국소아과협회 가이드라인에는 18개월 이후부터 미디어 노출을 시작하되 짧은 시간, 부모와 함께 상호 작용하면서 보라고 명시돼 있어요. 만 2세부터 5세까지의 권장 시간은 하루 1시간 미만이고요. 저는 스마트폰보다 모니터나 TV 같은 큰 화면을 통한 미디어 노출을 추천해요. 스마트폰을 보면 일단 자세도 안 좋아지고, 영상 내용보다는 화면 속 버튼을 누르면 무언가 변하는 반응 자체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 노출을 자제하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사진을 보여주거나 영상통화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미국소아과협회 가이드라인에 18개월 미만 아동은 “영상통화 외의 미디어 이용 금지”라고 적혀 있어요. 멀리 있는 가족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큰 해를 끼치진 않을 겁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식사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거예요. 식사 시간에는 본인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은 물론 가족과의 영상통화도 금지해야 해요. 아이의 식사 메커니즘을 방해하고, 폭식을 유발할 수도 있거든요. 저녁에 보는 것도 좋지 않아요. 미디어 노출이 아이를 흥분시키고 블루라이트로 수면 시간이 미뤄지면서 잠의 질이 떨어집니다.

위의 항목 중 건강한 뇌 발달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뭘까요.

수면이요. 실제 두뇌 컨설팅을 할 때도 가장 먼저 수면 시간을 체크해요. 수면은 아이의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감 또는 운동, 영양 부족과 관련이 있거든요. 또 친구와의 갈등, 산만함 등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고요. 수면 시간은 거의 하루의 절반을 차지해요. 좋은 하루를 보내면 당연히 잠을 잘 자고, 잘 자야 다음 날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수면은 삶의 질을 높이는 기본 항목이자 뇌 발달에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두뇌 발달 컨설팅에 포함되는 6가지 필수 요소를 활용한 24시간 황금 시간표 만드는 방법이 궁금해요.

먼저 아이의 생활 패턴을 관찰하세요. 3일 정도 지켜보면서 일과를 평가합니다. 그리고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나 미국소아과학회 등 전문가 집단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기준을 참고로 연령별 권장 수면 시간, 운동 시간과 종류, 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등을 파악합니다. 놀이나 독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찾기 어려울 거예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놀고 매일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다음은 현재 각각의 사이클에 사용하는 시간과 공식 자료를 비교한 뒤 영역별 고민을 적어보세요. 분명 문제점이 몰린 사이클이 있을 거예요. 이제 다른 시간을 어떤 방법으로 조정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지 생각해보는 거죠. 예를 들어 운동이 부족하다면 방과 후 실내 활동에 치중된 시간을 조정해 운동 시간을 만들고, 식사가 고민이라면 아이가 허기를 느끼는 시간을 체크한 뒤 식사 간격을 조절하는 거죠. 한 번에 최상의 시간표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이것저것 시험해보면서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시간표를 짜면 됩니다.

24시간 황금 시간표는 학습 능력 상승과도 연결되나요.

공부는 열심히 해야 잘합니다. 뇌 발달을 위한 시간표를 만들어 실행했다고 무조건 성적이 오르진 않아요. 다만 위의 6가지 요소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성적을 받아도 오래 유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해칠 가능성도 높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과 멀어지는 거죠. 수면과 운동, 놀이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 대부분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듯이 말이에요. 많이 놀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고, 궁금한 것은 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게 급선무예요.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뤄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면 당연히 학습 능력이 오르고 배움의 즐거움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두뇌발달 #뇌과학 #두뇌발달시간표 #여성동아

사진제공 김보경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