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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들 전문가’ 최민준의 아들 양육법 “사춘기까진 부모가 전권 쥐어야 한다”

문영훈 기자

2023. 10. 06

“남자애들은 원래 그런가요?” 아들을 둔 수많은 엄마의 고민이다. 15년째 남자아이만을 가르쳐온 최민준 자라다교육 대표에게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더 하는’ 아들 가르치는 법을 물었다.

“저는 남자아이의 문제 행동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입니다.”

최민준 자라다교육 대표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는 아들을 둔 부모들에게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화가 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던 아이는 최 대표의 미술 지도하에 온순해진다. 그는 2009년 6~13세 남자아이만을 가르치는 자라다남아미술연구소를 만들었다. 색칠하기, 사람 그리기 등에 치중된 유아 미술교육이 남자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전국에 54개 지점이 있는 자라다남아미술연구소를 다니는 학생만 9월 기준 8000여 명에 달한다.

15년째 남자아이들만을 가르치다 보니 ‘아들 전문가’로 입소문이 나 강연자이자 저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8월 말 발간된 책 ‘최민준의 아들코칭 백과’는 9월 15일 기준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6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최민준의 아들TV’ 유튜브 채널에는 수많은 부모가 모여 아들 키우는 법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9월 12일 자라다남아미술연구소 일산본원에서 만난 최 대표는 “남자아이들의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와 함께 아들이라는 존재에 대한 진실과 오해부터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마주 보지 말고, 나란히 걸으며 대화해야

여자아이들에 비해 남자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나요.

그렇진 않아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가르치고 싶어 하는 것과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거죠.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집중력 편차가 큰 편입니다.



좋아하는 건 뭔가요.

각자 꽂히는 게 다르지만 대부분 자동차, 비행기, 총, 미사일을 좋아하고요. 공룡을 좋아하다가 여름만 되면 그렇게 매미를 잡으러 다닙니다. 공통점을 찾자면 사람이 아닌 걸 좋아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웃음). 사물이나 동물 중에서도 이빨이 뾰족하고 공격력이 센 걸 좋아하죠.

반대로 어떤 걸 싫어하나요.

왜 자기가 이걸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보통 공부나 학업이죠(웃음). “왜 해야 하냐”고 물으면 엄마는 “공부를 해둬야 커서 좋아”라고 답할 텐데 아들은 먼 미래까지 예측하기 어려우니까 납득이 안 되죠. 기본적으로 여자아이들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잘 안 하려고 해요. 엄마가 시키면 싫어도 우선 하죠. 남자애들은 그것을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어머니들은 “너 엄마가 이렇게 화내는 데도 안 할 거야?”라고 이야기해요. 그러면 남자아이들은 ‘엄마가 화나는 거랑 내가 공부를 안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여자아이들에 비해 말을 조리 있게 못 한다는 편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말하기나 글쓰기 같은 자기표현에 대한 능력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거죠.

그런데 엄마는 아들과 소통해야 하죠.

그래서 비극이 생기는 거죠. 아들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를 같이 보면서 얘기하는 거예요. 대화 소재가 있으면 더 좋고요. “너 이리 와서 엄마랑 얘기 좀 하자. 엄마 눈 좀 봐.”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면 아들은 불편해할 수밖에 없고요. 그것보다 같이 레고를 만든다든가 산책을 한다든가 같이 마트에 같다든가, 뭔가를 하세요. 서로 마주 보기보다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왜 남자아이들은 한 번 말하면 안 들을까요.

남자아이들은 전환 능력이 부족해요. 여자아이들은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불러도 대답을 잘해요. 남자아이들은 그게 잘 안 되는 거죠. 일부러 무시하기도 해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뛰지 말라고 하면 더 뛰고, 똑바로 앉으라고 하면 눕죠. 그러면 어머니들은 열받는 거죠.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 ‘쟤 성격이 이상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요. 저는 이걸 아이들의 행동 범위 측정이라고 해요. 아들은 하지 말라는 걸 한 번 더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싶은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동요하거나 화내지 말고 “한 번만 그 행동 더 하면 엄마가 가서 도와줄 거야”라고 말해야 해요. 그리고 실제로 그 행동을 하면 제지하는 거죠. 그럼 아이는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하면 엄마가 와서 못 하게 하는구나’ ‘엄마는 화를 내진 않지만 그냥 넘어가진 않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돼요. 보통 부모님들은 양극단에 서 있어요. 아이를 너무 존중하거나, 아이를 너무 통제하거나. 그 중간에서 아이를 훈육하는 게 필요합니다.

어머니들은 훈육하고 싶어 하지만 아들은 잔소리로 듣습니다.

훈육과 잔소리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뭔가를 지시했을 때 그게 통하지 않으면 잔소리가 되는 거죠. 그래서 아이를 통제하고자 할 때 아이가 이를 버젓이 어기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잔소리를 많이 하시는 분들의 특징은 통제를 충동적으로 한다는 겁니다. 시시때때로 “과자 좀 그만 먹어” “TV 언제까지 볼 거야”라고 말하는 거죠.

최 대표는 “아이가 두 가지 감정을 느낄 때 훈육이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이는 부당하다고 느끼거나 불안해지면 말을 듣지 않아요. 가령 TV를 보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는 TV를 방금 켠 거죠. 혹은 과도하게 엄마를 무서워하는 상황에선 그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일단 15분 정도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봐.’ 그리고 엄마가 계속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거죠. ‘만약에 5분 뒤에도 계속 보면 엄마가 가서 끌 거야. 그럼 네가 기분 나쁠 수 있어.’ 이렇게 사전 예고를 하고 아이가 직접 행동을 그만둘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훈육의 피로를 낮출 수 있습니다.“

상당히 고도로 설계하고 지시를 해야 하네요.

맞아요.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듯 해야 하는 겁니다(웃음). 바로 들이받으면 문제 해결은 안 되고 분쟁만 커지죠.

문제의 스마트폰

아이를 통제할 때 체벌도 도움이 되나요.

그러면 아이는 복수심을 갖게 됩니다. 어머님들이 가장 놀라실 때가 동생이나 인형을 상대로 아이가 폭력을 가하는 순간입니다.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남자아이들 사이엔 위계가 생깁니다. 서열이 생기고 힘 센 아이가 한 말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세렝게티 초원이죠(웃음). 그때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힘으로 뭔가를 하려고 해선 절대 안 된다는 걸 가르쳐야 해요. 그러려면 가정 내에서 힘이나 폭력으로 아이를 굴복시킨 경험이 없어야 합니다. 체벌은 아이를 쉽게 통제하는 방법입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중독될 수밖에 없어요. 사람에게는 타인을 손쉽게 통제하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해요.

스마트폰 게임 이용 문제로 엄마와 아들이 가장 많이 부딪힙니다.

통제를 할 때 사적 통제인가 공적 통제인가가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만난 상사가 있다고 하죠. 그런데 상사의 지적이 그의 기분에 따라 이뤄지는 것 같다면 어떨까요. 처음엔 우선 따라 하겠지만 나중엔 ‘왜 나한테 저러지?’ 생각하겠죠. 그래서 필요한 게 근거입니다. 직장 내에서 합의된 규칙을 알려줘야 사적인 지적으로 들리지 않죠. 아이에게도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해요. 또 규칙을 엄마 마음속으로만 간직해선 안 됩니다.

문서로 만들어야 하나요.

저는 어머니들에게 스케치북에 규칙을 쓴 다음 어딘가에 붙여놓으라고 해요.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아닌데 게임을 하고 있다면 “네가 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지만 규칙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거죠.

성교육도 달라져야 한다고요.

아이들을 보면서 스마트폰이 굉장히 위험한 도구라는 생각을 했어요. 남자아이들이 엄마나 누나의 사적인 영상을 찍어서 공개된 곳에 업로드하는 일이 있어요.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거나 위험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해요. 또 아이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자기 몸을 찍어 올리는 챌린지를 하기도 해요. 아이들은 “나도 올렸으니까 너도 올려” 같은 친구들의 논리에 쉽게 넘어가요. 친구와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퍼진 사진이나 영상은 영원히 박제되는 겁니다. 대개 아이들이 저지르는 문제는 대부분 다 되돌릴 수 있어요. 하지만 스마트폰과 연계된 문제는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스마트폰을 사주기 전에 그 위험성을 미리, 제대로 알려줘야 합니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공통적으로는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죠. 부모와 강하게 대립하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또는 아이가 부모를 통제하고 있는 경우도 있죠. 불편함을 선천적으로 잘 느끼는 아이들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부시거나 소음이 많은 곳에 가면 짜증이 나는 거죠. 그러면 부모가 눈부시지 않게, 큰 소리 나지 않게 해줘요. 부모도 체력의 한계가 있으니까 아이에게 맞춰주는 거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부모처럼 아이를 조심히 대하지 않는 다수의 사람을 미워하게 됩니다. 그걸 인지하고 어느 순간 단호하게 아이를 대하면 아이가 “우리 이런 관계 아니었잖아” 하면서 반발하는 겁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문제가 심각하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찰을 통해서 아이가 갖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파악해야 해요. 다만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기질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는 예민하니까 혹은 충동적이니까 뭘 해도 안 돼’ 생각하면 나아질 수 없습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인데 이 부분만 고치면 좋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넌 남들이 못 보는 부분을 봐. 그런 성향 때문에 잘될 거야.” 이렇게 말해서 아이에게 의지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러면 예민하거나 충동적인 성향의 아이도 사람들과 만나는 스킬을 스스로 배우려고 합니다. 다만 그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여서는 안 됩니다. “너는 존재만으로 훌륭해” 같은 말은 도움이 안 되죠. 작은 걸 지시하고 아이가 그걸 하면 칭찬해주는 식의, 종이처럼 쌓이는 작은 성공의 경험이 아이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합니다.

요즘은 사춘기가 빨리 오기도 합니다.

사춘기는 “너는 아직 어려서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엄마와 “이미 다 자랐으니 내가 결정하겠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심리적 전쟁 같은 거예요. 사춘기 아들은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엄마를 벗어나고 싶다는 양가감정을 품게 됩니다. 사춘기 때문에 고민하는 어머니들에겐 아이를 그만큼 믿어줘야 하는 시기가 온 거라고 설명 드려요. 대신 중요한 건 그 전까진 어머니가 전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하나씩 넘겨줄 게 생기죠.

“아이들의 변화가 원동력”

남자 초등학생들이 모여 있는 공간은 소란스러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자라다남아미술연구소 일산본원 안은 고요했다. 미술학원이라기보다 작은 공방이 모여 있는 거리처럼 보였다. 각각의 교실에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 수채화물감 대신 여러 공구와 목공 풀, 테이프가 걸려 있었다. 최 대표는 “오랜 노하우로 남자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아이만을 위한 미술교육은 지금도 생소한 분야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디자인을 전공하며 띠동갑인 여동생과 그 친구들에게 미술을 가르쳤어요. 집 형편이 어려워서 먹고살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점차 아동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요. 일을 시작할 때는 다들 말렸습니다. 아동미술 시장도 좁은데 왜 남자아이만으로 한정하냐는 거였어요. 저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되면 안 하는 타입이에요. 제가 남자아이들만을 위한 미술학원을 차린 가장 큰 이유는 남자아이들이 미술을 싫어한다는 오해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오해인가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학원에서는 사람 그리기와 색칠하기를 중점적으로 가르쳤어요. 그건 남자아이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죠.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졸라맨’을 그리고 아무 색이나 칠하니까요. 남자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상어나 로봇처럼 세 보이는 대상을 그리는 걸 좋아하죠. 저를 대입해봐도 대부분의 미술학원을 다니기 싫어했을 것 같아요. 아동미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남자 선생님이라서 불리한 점도 있었어요. ‘아, 그럼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해보자’ 생각한 거죠.

이렇게 잘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이렇게 커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죠. 다만 일을 하면서 “정말 집중 1도 못 해요” “얘 진짜 문제예요” 하며 데려온 아이들이 변하는 걸 보면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최민준 #자라다남아미술연구소 #에듀무물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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