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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판 키운 ‘스우파 2’ 관전 포인트

장혜정 프리랜서 기자

2023. 09. 25

‘스우파’가 2년 만에 ‘스우파 2’로 돌아왔다. 국내외에서 모인 톱클래스 춤꾼들이 이 악물고 치열한 배틀을 이어가는 중. 입 떡 벌어지는 퍼포먼스에 드라마 못지않은 흥미진진한 서사까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다. ‘스우파 2’ 입덕 핵심 요소를 짚어봤다. 

왼쪽부터 원밀리언, 마네퀸, 잼 리퍼블릭, 레이디바운스, 베베, 울플러, 딥앤댑, 츠바킬.

왼쪽부터 원밀리언, 마네퀸, 잼 리퍼블릭, 레이디바운스, 베베, 울플러, 딥앤댑, 츠바킬.

같은 프로그램도 기획 의도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먼저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스우파’는 엄청난 실력을 갖췄지만 늘 스타 뒤에 가려져 있던 여성 댄서들을 집중 조명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댄서들에게 팬덤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기획 의도를 공공연하게 밝혔고, 실제 시즌 1의 경우 경연이 계속되며 모니카, 허니제이, 아이키 등의 거물급 스타가 탄생했다. 시청자들은 ‘스우파’를 통해 특정 가수의 안무가 특정 댄서의 창작에서 비롯됐음을 깨닫는 동시에 예술의 경지에 가까운 스트리트 댄스의 세계를 이해하게 됐다. 파핑, 로킹, 비보잉, 와킹, 프리스타일 힙합댄스, 하우스, 크럼프 등의 세부 장르를 가졌으며 즉흥적으로 몸을 움직여 음악을 표현해내는 매력적인 스트리트 댄스 말이다. 시즌 1으로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를 다진 ‘스우파’는 보다 강력해진 시즌 2로 관중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시청률 1.5%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단 2회차 만에 2.6%까지 시청률이 높아졌다(닐슨코리아 제공). 대체 어떤 재미가 있길래?

#잘 봐, 이건 1티어의 싸움이야

‘1티어(tier)’의 싸움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그럭저럭, 무난함, 허술함 같은 단어가 낄 틈이 없다. 날카롭고 철저하며 강력하고 강렬하다. ‘스우파 2’ 역시 그렇다. ‘난다 긴다’ 하는 최고의 댄스 크루 8팀이 모여 팽팽한 긴장 속에 자웅을 겨룬다. 각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트와이스의 ‘TT’, 마마무의 ‘HIP’, 선미의 ‘가시나’ 등 대형기획사의 안무를 담당하는 원밀리언(1MILLION)을 비롯해 박재범, 제시, 레드벨벳, 트와이스 등의 안무를 만든 미나명을 리더로 둔 딥앤댑(DeepNDap), 그룹 에스파 ‘디귿춤’의 창시자 바다가 이끄는 베베(BEBE), 15년 차 국내 유일 최장수 여성 힙합 크루 레이디바운스(LADYBOUNCE)가 출연한다. 또 윤지, 왁씨 등 쟁쟁한 댄서가 소속된 월드 클래스 크루 마네퀸(MANNEQUEEN), 최강 배틀러들이 뭉친 오리지널 스트리트 힙합 크루 울플러(WOLF’LO)까지! 그야말로 스트리트 댄스 신의 톱들을 총망라한 느낌이다.

프로들의 싸움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건 바로 글로벌 댄스 팀이다. 영미권 대표 팀인 잼 리퍼블릭(JAM REPUBLIC)과 일본 댄서들로 이뤄진 츠바킬(TSUBAKILL)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세계적인 댄스 크루다. 특히 잼 리퍼블릭의 리더인 커스틴은 저스틴 비버, 제니퍼 로페즈 등의 글로벌 셀럽과 협업하는 댄스 크루 로열패밀리 출신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으며, 츠바킬의 리더 아카넨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스우파 2’ 제작진은 글로벌 크루가 합류함으로써 댄스 서바이벌의 판을 키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력은 기본이요, 특장점이 모두 다른 여러 팀이 불꽃 튀는 배틀을 치르게 됐으니 이것이 진정한 ‘팝콘 각’이다.

#‘멋진 싸움’이란 이런 것

스우파 2 미션 중 하나였던 댄스 비디오 촬영.

스우파 2 미션 중 하나였던 댄스 비디오 촬영.

사람이 모이면 갈등과 반목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필연적으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서바이벌의 세계. ‘스우파 2’에 출연한 ‘기 센 언니’들은 시작부터 서로를 평가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간다. “저 어린 것들” “복수할 거야” 같은 표현은 순한 맛이고 “아가리 파이터” “개도 사람을 가릴 줄 알아” 같은 마라 맛 평가도 서슴지 않는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면서도 자극적인 재미가 느껴지는 부분. 이런 갈등의 서사가 더욱더 탄력을 받는 지점은 댄서들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대목이다. 딥앤댑의 미나명과 원밀리언의 리아킴이 과거 한 팀에서 동고동락하는 절친 사이였으나 지금은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으며, 페이 인상 문제나 안무 창작에 대한 기여도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됐다는 구체적인 이유까지 거론된다. 한때 사제지간이었던 원밀리언의 하리무와 마네퀸의 레드릭 역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섭섭함으로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댄스 실력을 겨루자고 나선 자리에서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조명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런 갈등이 ‘말’을 넘어 댄스 배틀로 이어지는 구조다 보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더욱 과몰입하게 되는 면이 있다. 물론 원색적인 비난과 증오가 전부는 아니다. ‘스우파 2’를 보면서 성숙하고도 좋은 ‘싸움’이란 무엇인지 자꾸만 그 의미를 되묻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듯.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에게 자꾸 이런 의문을 던지는 건 잼 리퍼블릭의 리더 커스틴이다. 댄서들이 일제히 커스틴을 주목했을 만큼 엄청난 실력을 갖췄지만 그녀의 태도는 겸손하면서도 따뜻하다. 예컨대 이런 상황이다. 본인이 지목한 마네퀸의 왁씨와 대결하게 된 커스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연이 펼쳐지고 결국 커스틴이 승리를 거두지만 이에 불복할 수 없었던 마네퀸의 윤지가 그녀에게 또다시 배틀을 걸어온다. “우리 언니(왁씨)의 복수를 하러 왔다”며 한껏 날이 선 윤지와 댄스 배틀을 벌이는데, 이번엔 얄궂게도 윤지가 이기고 말았다. 커스틴의 입장에서 결코 유쾌할 리 없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윤지에게 악수를 청하는 동시에 춤이 독창적이라는 진심 어린 칭찬을 보낸다. 이후 에이스 배틀이 벌어진 상황에서 왁씨는 또 한 번 커스틴에게 대결을 요청하게 되는데, 바로 이 장면에서 ‘레전드’가 탄생한다. 각자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춤에 몰두하던 그녀들이 어느 순간 마치 한 팀처럼 호흡을 맞춰 리드미컬하게 춤을 춘 것이다. 승부를 초월해 이심전심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진짜 멋있는 싸움의 표본과 다름없었다. 계급 미션 과정에서 베베의 바다와 메인 댄서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순간에도 커스틴은 바다의 안무로부터 배울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칭찬하며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단순히 이기고 지는 걸 넘어 서로 동반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아름다운 승부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이렇듯 ‘스우파 2’에서는 우리가 쉽게 경험해보지 못한 아름다운 승부를 대리 경험할 수 있다.



#리더의 조건이 궁금해?

매회 명 승부가 펼쳐지는 스우파 2의 무대.

매회 명 승부가 펼쳐지는 스우파 2의 무대.

‘스우파 2’에는 각기 다른 개성과 장점을 지닌 8개의 댄스 크루 팀이 등장한다. 각 팀을 이끄는 리더가 존재하며, 이 리더는 멤버가 어떻게 뭉치고 흩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의 팀이 결성되고 숱한 의견 조율을 거쳐 완성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리더의 힘과 중요성을 또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이 포인트에서 단연 호평받고 있는 인물은 베베의 바다다. 커스틴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다이나믹 듀오의 ‘Smoke’ 안무 및 댄스 비디오 촬영을 진두지휘하게 된 바다는 팀원들을 위해 안무 및 콘셉트를 모두 정리해오는 열정을 보였다. 덕분에 시간 낭비 없이 곧바로 전체 연습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디렉팅이나 연습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나 분란이 없었다는 점 역시 바다의 뛰어난 리더십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인데, 댄스 비디오 촬영 시에도 팀원 모두가 고루 조명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렉팅해 팬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모두를 빛나게 해주는 ‘참 리더 마인드’에 감동받았다는 시청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후문. 대단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일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고민하며, 각자의 장점을 파악하고 이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어려운 일을 바다는 능수능란하게 해냈다. 이런 바다의 리더십은 같은 미션, 같은 포지션에 선 잼 리퍼블릭의 라트리스와 비교돼 더욱 도드라진 면이 있다. 라트리스는 팀원들로부터 “디렉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멤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식의 쓰디쓴 피드백을 받은 바 있다.

#가슴이 뻥 뚫리는 핵사이다 심사 평

“맞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거였어.” “어떻게 저런 디테일을 콕 집어 피드백할 수 있지?” 모니카, 몬스타엑스의 셔누, 마이크 송까지 ‘스우파 2’에서 활약하는 저지(판정단)에 대해 시청자들은 대개 이런 반응이다. 특히 시즌 1에서 프라우드먼 크루의 리더로 출연했던 모니카는 날카로우면서도 공감이 가는 평가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스우파 2’의 제작 팀 역시 모니카가 댄서들과 대중의 좋은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즌 1을 경험한 만큼 누구보다 댄서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동시에 비전문가인 대중의 시선 또한 놓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다는 것.

출연자에서 저지로 신분이 바뀐 모니카 역시 남다른 각오로 출연을 결심한 듯 보인다. 저지 자리가 많은 걱정을 안겨주긴 하지만 본인 역시 “‘스우파’를 통해 얻고 느낀 것들이 많으며, 다른 분들 역시 이러한 것들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 순위를 가려내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그 안에서 춤에 대한 자신의 의견, 경쟁의 기준, 결과 등을 솔직하게 표현하겠다는 게 모니카의 의중이다.

한편 이번 시즌에서는 전과 다르게 매 미션에 맞춰 스페셜 저지를 도입해 긴장도를 높일 예정이다. 배틀에는 배틀 전문가를, K-팝 미션에서는 코레오그래피 전문가를 스페셜 저지로 모셔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대중의 니즈를 만족시키겠다는 것. 이에 따라 리에 하타, 마이크 송, 배윤정, 아이키 등 쟁쟁한 댄서들이 스페셜 저지로 활약하게 된다.

매회 열기를 더할 댄서들의 경연과 저지들의 예리한 평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승리와 탈락은 한 편의 드라마와 다름없다. 이제 정해진 결말이 없는 이 드라마를 마음껏 즐길 차례!

#스트릿우먼파이터 #스우파2 #여성동아

사진제공 엠넷 The CHOOM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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