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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버티컬 커머스 여성 패션 1위의 핵심 29CM 김혜인 팀장

정세영 기자

2023. 08. 29

브랜드와 상품의 진정성과 스토리텔링으로 국내 버티컬 커머스 여성 패션 분야 1위 자리를 거머쥔 29CM. 그 성공 과정과 비결을 플랫폼의 ‘핵심’ 김혜인 팀장을 통해 들었다.

같은 옷을 동일한 콘셉트로 촬영해도 어느 플랫폼에서 파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고유의 감성으로 팬덤을 구축한 브랜드들이 자신의 무드와 잘 맞는 커머스를 골라 입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듯. 명품 브랜드가 아무 동네에나 매장을 론칭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 편집 숍 29CM는 국내 버티컬 커머스 중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플랫폼이다. 세일가와 광고를 부각시킨 타 커머스와는 달리 감각적이고 깔끔한 레이아웃으로 소비자가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콘텐츠 역시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글,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이롭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29CM는 지난해 4월 공개한 브랜드 캠페인 ‘당신이 구하던 삶(당신2 9하던 삶)’을 기점으로 여성 패션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플랫폼 브랜딩 강화와 공격적인 신진 여성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영입을 통해 여성 고객 수가 지난해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거래액이 80%가량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와 같은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4800억 원을 돌파하며 여성 패션 버티컬 커머스 1위 자리를 고수한 W컨셉을 추월했다.

29CM가 이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콘텐츠 마케팅’이다.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소비자에게 쇼핑 외에 볼거리가 많은 커머스로 다가간 것. 그중 가장 화제가 된 콘텐츠는 단연 ‘PT’다. 비정기적으로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풀어내며 분야와 연령을 막론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브랜드 만족도도 높은 편. 정체성 등 브랜드를 제대로 공부하고 인식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을 진정성 있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또 콘텐츠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해 구매로 이어지게 유도한다.

29CM 콘텐츠 마케팅은 크리에이티브 팀에 의해 탄생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감각적이며 소위 전문가라 불릴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일궈낸 자산인 것. 그 중심에서 전두지휘하고 있는 김혜인 팀장을 만났다. 그는 긍정적인 사고와 끊임없는 호기심,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창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주요 콘텐츠 제작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PT, 홈터뷰 등 29CM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들. 29CM SEONGSU(이구성수)에서는 29CM가 선별한 패션 아이템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1 PT 뉴발란스 2 PT 부디무드라 3 홈터뷰 마케터 함은혜 4 홈터뷰 리빙 인플루언서 정인화 5 이구성수 맨즈포뮬라 6 이구성수 양지윤 작가

PT, 홈터뷰 등 29CM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들. 29CM SEONGSU(이구성수)에서는 29CM가 선별한 패션 아이템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1 PT 뉴발란스 2 PT 부디무드라 3 홈터뷰 마케터 함은혜 4 홈터뷰 리빙 인플루언서 정인화 5 이구성수 맨즈포뮬라 6 이구성수 양지윤 작가

패션 매거진 ‘맵스’ 에디터 출신으로 알고 있어요.

패션 에디터로 4년, 브랜드 마케터로 4년 근무했어요. 마케터를 하면서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소개하는 상품을 통해 누군가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당시에는 막연히 ‘이걸 영상 등 콘텐츠와 접목하면 더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마침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는 타이밍에 29CM 관계자를 통해 입사 제안을 받게 됐고, 브랜드 마케팅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들어오게 됐어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크리에이티브실 내에 있는 크리에이티브 기획팀을 맡고 있어요. 29CM 인하우스에서 만드는 콘텐츠를 모두 제작하고 있죠. 브랜드의 숨은 가치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는 PT(presentation)를 비롯해 공간과 사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하는 홈터뷰, 디렉터가 직접 전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쇼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는 어라운드 쇼룸 등을 기획해 만들고 있어요.

자체 콘텐츠 기획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고객이 무엇을 궁금해할지, 경쟁사들과 어떻게 차별성을 둬야 할지 등에 대해 항상 고민했어요.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다는 저희가 잘하는 걸 더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죠. 29CM의 무드가 변하는 건 고객들도 원치 않을 테고요. 29CM가 가장 잘하는 건 ‘감도’ 있는 콘텐츠 제작이에요. 무엇이든 우리만의 컬러를 입으면 감도 높은 콘텐츠로 재탄생되죠. 29CM의 분위기, 철학 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대로 된 감도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가장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글, 영상, 사진이었고요. 이 모든 것을 충족하기 위해선 저희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게 베스트였죠..

자체 콘텐츠에서는 주로 브랜드를 소개하나요.

단순히 브랜드 스토리만 전할 때도 있고, 페르소나를 통해 브랜드와 상품을 전하거나 디렉터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조명하기도 해요. 그 예가 인터뷰형 콘텐츠예요. 브랜드 디렉터를 통해 그들의 비전이나 가치관 등을 소개하는 방식이죠.

29CM에 나오는 모델은 유명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는 점도 눈길을 끌어요.

동질감을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했어요. TV 광고에 나오는 멋있는 사람에 나를 대입하면 이질감이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상품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저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장 가까운 걸 소개하고 있어요. 콘텐츠 역시 친숙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모델도 완벽하게 갖춰진 누군가보다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로 선정하고 있고요.

이런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팀원들이 너무 뛰어나요(웃음). 팀이 패션과 라이프 파트로 나뉘는데, 각 파트마다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거든요. 패션 분야에 속한 팀원들은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한 것들을 찾아내는 감각이 뛰어나요. 콘텐츠화하는 속도도 빠르고요. 라이프 파트는 홈, 테크 등 다방면에서 국내외 판매나 유행 흐름, 취향 등을 탐색해내는 역량이 탁월하죠. 팀원들과 시시때때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무언가를 사고 구경하는 등의 경험을 많이 하려 해요. 다양한 제품을 체험해보면 좋은 걸 찾아내는 안목이 생기거든요. 또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서 업계 상황이나 트렌드 등에 대해 들어보려 하죠.

트렌드 파악도 중요할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삽니다(하하). SNS를 통해 주로 젊고 힙한 것들을 관찰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기업이나 사람 등을 소개하는 롱블랙이나 사회적 현상을 데이터로 분석해주는 마부뉴스도 재미있게 보며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요.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각각의 팀원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정말 많아요. 팀에서 한 달에 보통 30개 정도의 콘텐츠를 제작하거든요.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다 보면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회사는 다른 직원의 프로젝트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만약 궁금한 점이나 조언받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슬랙 이라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의견을 물어요. 그럼 직원들이 메신저를 보고 잘한 부분과 고쳐야 할 것들을 이야기해주죠. 단, 이 모든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해요. 프로젝트가 고객에게 유효한 정보인지, 지루하진 않은지 혹은 너무 공급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건 아닌지 등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본 뒤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거죠.

직업, 나이, 성별 등 구체적 정보로 페르소나 설정

29CM는 팬덤이 생겼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어요. 재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9CM가 선택한 특별한 컬렉션을 구경하는 재미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까지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취향을 넓힐 수 있는 놀이공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콘텐츠가 판매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판매로 많이 연결되는 편이에요.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되고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죠. 단순히 판매를 위한 사이트는 많아요. 저희는 판매가 목적이 아닌, 구매를 통해 삶의 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제공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고요.

스토리텔링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나요.

일단 해당 상품이나 브랜드의 타깃을 명료하게 잡아요. 2035 여자, 이런 식으로 나이와 성별 등을 확실하게 지정해두죠. 이어서 직업, 취향, 취미, 좋아하는 것 등 구체화된 정보를 설정한 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요.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디테일한 정보가 깔려 있어야 논리도 세우고 설득도 되잖아요. 최대한 구체화된 정보에 입각한 페르소나를 설정한 뒤 스토리를 만드는 편이에요.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위한 기획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아요. 회사에서 스토리텔링을 위한 기획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았거든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정해진 기간에 깊게 브랜드의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목록화한 거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일하니 효율도 높아지는 것 같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브랜딩 스토리텔링이 있다면요.

오래된 트럭 방수포로 만든 가방을 선보이는 프라이탁이요. 프라이탁은 오직 자사에서만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어서 가이드라인이 조금 까다로운 편이에요. 당시 온라인 PT가 처음이라 저도 많이 긴장했었고요. 꼼꼼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본사 자료를 있는 대로 다 받았어요. 카테고리를 A부터 Z까지 백과사전 콘셉트로 목록화하며 2달 정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협업했던 한국 지사장님이 온라인 PT를 보고 “제품의 개성을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요즘, 진심으로 브랜드를 이해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29CM의 이번 PT가 여러분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코멘트를 주셨어요. 정말 날아갈 듯 기뻤어요. 저의 노력과 진심을 알아주신 것 같아서요.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졌죠. 또 라이프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를 뮤지엄 콘셉트로 선보이는 ‘29 디자인 뮤지엄’ 콘텐츠에서 헤이(HAY)라는 브랜드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관계자가 “브랜드 자체적으로 레퍼런스 삼고 싶을 만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동기부여가 돼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브랜딩 스토리텔링의 콘셉트나 핵심은 어떻게 설정하나요.

콘셉트는 브랜드와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설정해야 해요. 먼저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성을 최대한 공감하며 들어봐요. 그다음, 고객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거죠. 브랜드 주력 상품이 나에게 유효한지 혹은 요즘 트렌드에 맞는지 등을요. 또 다양한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스스로 콘텐츠가 만족스러운지 확인한 뒤 직장 동료, 친구 등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죠. 이런 식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콘셉트의 그림이 명확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29CM와 브랜드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면 어떻게 조율하나요.

안전장치를 제시해요. 브랜드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해결을 위한 방법을 A안, B안 등 다양한 각도로 만들어 안심시키려고 해요. 위험 요소에 대해서도 미리 철저히 준비해두고 있다는 걸 인식시키면 브랜드에서도 믿고 따라와 주는 것 같아요.

모든 브랜드를 29CM만의 스타일로 끌어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29CM만의 스타일로 끌어가는 건 저희가 계속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어렵진 않아요. 다만 우리의 색을 입은 브랜드의 모습을 관계자들이 좋아해주실지가 관건이죠. 그래서 사전에 브랜드에 “저희가 광고 에이전시면 브랜드가 원하는 인풋을 받아 아웃풋을 만들겠지만, 29CM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고객의 기대에 부흥해야 한다. 또 브랜드 중심의 브랜딩은 고객이 기대하는 저희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씀드려요. 그러면 브랜드에서도 29CM 스타일을 인정하고 협조해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요.

PT라는 콘텐츠를 능가하는, 29CM만이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처럼요. 많은 사람 사이에 회자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욕심을 부리자면 드라마나 OTT의 시리즈 영상 등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콘텐츠를 활용해보는 거고요.

29CM에서 쇼핑 잘할 수 있는 팁이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 알람을 설정해놓으세요. 가끔 브랜드에서 파격 할인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관심이 있는 브랜드에 알람을 설정해놓으면 각종 행사 및 할인 기간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전달받을 수 있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득템할 수 있어요.

#29CM #브랜드스토리텔링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2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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