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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생식 먹는 강아지가 더 건강할까?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2023. 07. 21

반려견의 주식(主食)으로 뭐가 좋을까. 생식 등 자연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사료 대체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건사료를 먹일 때는 구토, 피부염을 달고 살았는데 생식으로 바꾼 뒤 반려견이 몰라보게 건강해졌다는 얘기를 어디서든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생식 등의 자연식을 추천하지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사료협회(AAFCO)의 자료를 살펴보자.


병원균 검출, 영양 밸런스 불균형

한국보다 선진적인 반려 문화를 지닌 미국에서 ‘내 반려견에게 키블(건사료) 같은 쓰레기를 먹일 수 없다’며 생식·자연식을 고집하는 이가 늘고 있다. 동물이 자연식을 먹는 게 당연하고 건강에도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수의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해온 사료의 발전이 반려동물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연장시켰다는 점이다. 달라진 생활환경도 영향이 있겠지만, 영양학적 밸런스를 연구해 이에 맞게 공급되는 사료는 반려견의 영양결핍을 크게 감소시켰다.

이에 반해 생식은 살모넬라, 리스테리아에 의한 감염 위험도가 높다. 이 병원균들은 냉장, 냉동, 열처리를 거쳐도 잘 죽지 않고 반려동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박테리아와 살모넬라는 사람과의 교차감염 가능성도 존재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나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생식을 추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 미국 FDA가 2020년부터 리콜된 사료 회사 34곳을 조사했더니 이 중에서 살모넬라와 리스테리아가 검출된 업체가 17곳(50%)이었다. 대부분이 생식 사료업체였다. 사료에는 냉장육은 물론 위험성이 낮다고 인식되는 냉동육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총 196곳의 반려동물 생식 업체 사료에서 살모넬라와 리스테리아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이 중 15곳의 사료는 살모넬라에 양성반응을 보였고, 32곳은 리스테리아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도합 약 24%의 비율이다. 반면 건사료, 습식사료, 건조 육포 간식, 반습식 사료 등 살균 및 방부 처리해서 시중에 나온 제품에는 양성반응이 없었다. 실험 하나로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통계적, 실험적 수치에서 위험성이 제시된 만큼 가족 같은 반려견에게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식품을 급여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만하다.

영양 밸런스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생식을 선호하는 반려인들은 대체로 기존 사료의 원재료와 가공 처리에 불신을 내비친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기존 사료 회사들, 특히 100년 가까이 된 글로벌기업의 경우에는 영양학 전문 수의사를 고용해 다양한 종의 반려동물에게 급여하며 전 생애를 관찰한다. 이러한 안전 조사 이후 통계를 내 식단을 완성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통계와 연구를 진행하는 만큼 영양학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생식은 어떠할까. 생식은 기존 사료 회사에 비해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전 생애에 걸쳐 생식을 먹이면서 건강상태, 영양불균형을 체크한 실험 결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적다. 심지어 생식을 먹고 병원균 감염으로 죽거나 큰 신체 손상을 겪은 이후 다시 기존 사료로 회귀하기도 해 생식의 영양불균형 현상을 관측할 기회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영양 전문 수의사 또는 반려인 자신이 엄선한 재료로 사료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생애 전반에 걸친 통계자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위생을 고려했을 때 급여 그 자체가 모험이고 실험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식에 대한 과장된 사실들

수의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해온 사료의 발전은 반려동물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연장시켰다.

수의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해온 사료의 발전은 반려동물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연장시켰다.

추가적으로 생식에 대한 오해 몇 가지를 바로잡겠다. 줄어든 변의 부피를 증거로 생식이 소화흡수율이 좋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변 양의 차이는 건식과 생식의 수분함유량 차이에서 비롯한다. 대체로 생식의 주요 구성 성분은 단백질, 지방, 무기질 등이 아니다. 60~70%는 수분이다. 때문에 소화과정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인해 변의 부피와 양이 줄어든 것이다. 연구 결과 익힌 고기와 날고기의 소화율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서 크게 차이가 없었다. 즉, 소화흡수율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 말은 생식을 급여함으로써 사료와 달리 생식 고유의 자연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반려견은 효과를 본다는 말이 있다. 반려견 알레르기의 70~80%는 단백질에 의한 면역반응이다. 즉, 사료의 단백질원 중 하나가 문제라면 그 단백질을 날고기로 먹는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이는 생식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사료의 인공첨가물이 반려견에게 좋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이 또한 사실과 거리가 멀다. 사람, 동물이 사용하거나 섭취하는 식품, 화장품 등의 인공첨가물은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확실한 검증이 끝나야만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인공첨가물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100년 가까이 인공첨가물이 든 사료를 판매해온 업체들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식에 함유되었을 수 있는 기생충,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박테리아는 안전하고 인공첨가물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혹시 ‘펫택스(pet tax)’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반려동물용품에 필요 이상으로 붙은 프리미엄 비용을 말한다. 혹시 무분별한 마케팅에 휘둘려 과도한 펫택스를 지불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공신력 있는 세계의 여러 기관이 공통적으로 생식 및 자연식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며 말이다.

#생식사료 #건식사료 #반려견식사 #여성동아.

서상원
현) 더 나은 반려견교육상담소 운영
미국 전문 반려견트레이너 협회(APDT) Professional Member
미국켄넬클럽(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사) 한국애견협회 반려견지도사 자격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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