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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OTT추천] 놀라는 장면 없이 간담 서늘하게 만드는 콘텐츠

문영훈 기자

2023. 07. 20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두 중년 남자의 절연
‘이니셰린의 밴시’

“그냥 자네가 싫어졌어.”

콜름(브렌던 글리슨)은 별안간 자신의 술친구 파우릭(콜린 패럴)에게 이렇게 말한다. 파우릭과 더 이상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이야 ‘읽씹’ 정도로 친구와 관계를 끊을 수도 있겠지만 1920년대 아일랜드의 작은 섬에서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모퉁이만 돌면 둘은 마주쳐야 하고 동네 이웃들도 콜름과 파우릭이 싸웠다는 소식을 퍼 나른다. 기회만 있으면 치근덕대는 파우릭에게 콜름은 급기야 더 이상 접근하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손절’을 위한 ‘손(hand)절(切)’은 현실이 된다.

21세기의 셰익스피어로 평가받는 마틴 맥도나 감독은 토니상(연극)과 아카데미상(영화) 후보에 동시에 오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니셰린의 밴시’에서도 연극적인 장치가 돋보인다. 한정된 로케이션과 인물, 평온을 유지하다 순식간에 갈등의 심장으로 향하는 그의 장기가 이번 영화에서도 두드러진다. 어리석지만 순수한 파우릭 역할은 감독과 세 작품을 함께한 콜린 패럴이 맡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 앨러스터 무디 역할로 유명한 브렌던 글리슨이 콜름을 연기한다.

두 사람의 섬뜩한 우정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1920년대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1922년과 그 이듬해 아일랜드 에서는 영국 자치령에 찬성하는 자유국과 독립을 주장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서로 총을 겨눴다. 아일랜드 본토에서 벌어지는 내전은 영화에서 원경으로 쓰이지만 결국 콜름과 파우릭 사이의 ‘끝장 배틀’은 정확하게 전쟁의 비극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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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화물선
‘늑대사냥’

파격적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개연성 부족 등의 이유로 관객 5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5월 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영화 순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배경은 필리핀에서 잡힌 한국인 범죄자를 한국으로 이송하는 화물선. 그들이 순조롭게 한국에 도착한다면 이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을 터. 살인, 절도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던 죄수들은 망망대해 고립된 배에서 폭동을 일으켜 경찰과 대립한다.

잔인함의 수준으로 보면 한국영화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 영화에 사용된 가짜 피만 2.5t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킬 빌’ 등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관객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오히려 몸이 대놓고 잘리고, 피가 사방으로 튀는 장면은 만화에 가깝게 보인다. 슬래셔 장르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오히려 반가울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특수효과가 적용된 ‘고어물’이 드물기 때문이다. 공포·SF 등 장르영화에 초점을 둔 시체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특수효과상을 받았다.

호불호는 분명할 것이다. 예고편만 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서인국, 장동윤 두 주연 외에도 최귀화, 성동일, 고창석, 장영남 등 걸출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피비린내 나는 화물선을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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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녀’

에드거 앨런 포의 팬이라면
‘라이트하우스’

‘이니셰린의 밴시’와 공통점이 많다. 두 남자의 이야기이며, 바다를 옆에 낀 고립된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비교적 코믹 요소가 있는 ‘이니셰린의 밴시’에 비해 훨씬 장엄하다. 19세기 후반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흑백으로 촬영해 마치 전설의 한 챕터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감독 로버트 에거스는 고딕 호러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의 미완성작 ‘더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를 각색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등대지기 토머스는 조수로 에프라임을 맞는다. 토머스는 부하인 에프라임에게 고압적이다.파도와 바람, 무뚝뚝한 지시가 몰아치는 등대를 지키는 일은 고단하고 고독하다. 그들이 비교적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는 건 저녁 식사 자리에 술을 곁들일 때뿐이다. 에프라임은 고된 노동에 급기야 환상을 보기도 한다. 고립된 공간에서 두 남자는 서서히 미쳐간다.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다룬 오이디푸스 신화, ‘등대’라는 빛을 좇는다는 점에서 프로메테우스 신화 등을 떠오르게 한다. 다양한 상징이 등장하는 만큼 킬링 타임용으로 보긴 부적합하지만 답답함을 견뎌내면 새로운 쾌감이 찾아온다. 한때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전 세계 10대의 우상이 된 로버트 패틴슨의 행보도 흥미롭다. 이후 대중성 높은 영화 대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사프디 형제 등 이른바 작가주의 감독 영화에 출연해온 그의 다음 선택은 봉준호 감독. 패틴슨 주연의 ‘미키17’이 2024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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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위치’

37년 전 그날
‘체르노빌’

오염수 방류가 외교 이슈로 떠올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0년 넘게 인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있다. 1986년 4월 26일 구소련에서 벌어진 이 사건으로 수십만 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

2019년 HBO가 제작한 ‘체르노빌’은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를 5부작으로 다룬 드라마다. 1화의 제목은 ‘1:23:45(1시 23분 45초)’.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한 바로 그 시간이다. 드라마는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킬 만큼 원전 폭발 전후 과정을 건조하고 치밀하게 다룬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알렉시예비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0여 년에 걸쳐 100명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사고 수습 과정을 담당한 핵물리학자 발레리 레가소프의 육성 수기 역시 극의 중요한 자료가 됐다. 면피에 급급한 구소련 당국자들과 이미 엎질러진 물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의 노력, 피폭자들의 상처와 고통이 여과 없이 흘러나온다. 제71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트로피를 가져간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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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

#이니셰린의밴시 #라이트하우스 #늑대사냥 #체르노빌 #O!리지널

사진제공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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