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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단 9개월 만에 사법시험 패스한 이윤규 변호사 “공부에도 왕도가 있다”

정세영 기자

2023. 06. 16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고들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공부법을 알려주는 유튜버나 강사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유튜브 구독자 35만 명의 멘토이자, 대한민국 대표 공부 선생님으로 불리는 이윤규 변호사에게 그 방법을 물었다. 

입시, 공시 등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시험은 평균 3과목은 기본이고, 과목당 300페이지 이상 된다. 또한 합격을 위해서는 총 몇천 페이지의 내용을 암기하고, 일정 기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끈기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공부법 전문가이자 유튜브 ‘DreamSchool이윤규’의 운영자인 이윤규 변호사는 실제 자신이 터득한 공부 방법을 통해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공부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방법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게 바로 공부”라는 것이 이 변호사의 지론이다.

“학원에서 제시하는 공부 방법을 정답처럼 여기며 이를 맹신하는 부모와 학생들이 있는데, 제대로 된 곳에 노력과 에너지를 쏟으면 좋겠어요. 공부법과 관련해 좀 더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법 학회를 설립했어요.”

결국 이 변호사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를 거듭하며 통용화된 이론 위에 펼칠 수 있는 공부법을 완성했고, 지금은 학회 회원들과 함께 이를 체계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항상 “공부는 2순위여야 한다”고 말한다. 1순위는 꿈과 행복이라는 것. 공부는 꿈과 행복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기에 그 과정 역시 쉽고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내내 진지한 자세로 밀도 있게 꺼내놓은 그의 공부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정형화된 공부의 순서와 집중의 범위를 뒤집어놓는 과감함이 녹아 있다.

목차를 통한 개념 정리와 물음표 공부법

정말 9개월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나요.



1차 시험 2개월, 2차 시험 7개월 총 9개월 공부하고 합격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고는 자유로운 생활을 했어요. 정말 놀기만 한 거죠. 제적을 당했고 그로 인해 군대 영장이 1순위로 나오게 됐어요. 당시 사법시험은 법학과를 졸업하거나 법학 과목 35점 이상을 이수한 사람만이 응시할 수 있었어요. 1차 시험은 4과목 객관식으로 출제되고, 2차는 4일 동안 7과목을 논술형 시험으로 치뤄야 합니다. 마지막 3차는 면접이고요. 제가 군대에 다녀오면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이 들어오는 시기였거든요. 때문에 군대 가기 전에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공부는 안 했지만 변호사는 꼭 되고 싶었어요. 당시 시험까지 2개월 정도 남았었고, 정말 비인간적으로 독하게 공부해서 1차에 합격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나요.

아니요. 중학교 때 코피가 날 정도로 공부해도 평균 90점을 절대 넘지 못하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목표 점수를 받지 못해 좌절이 컸죠. 반에서 15등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성적에 따라 고등학교를 갔는데 저는 당연히 공부를 잘 못 하는 학군에 입학하게 됐죠. 이게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처음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전교 36등, 반에서 2등이었어요. 중학교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등수를 받으니까 자신감이 생기면서 공부가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이후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전교 1등도 해봤어요. 그때 처음으로 ‘나도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죠. 하지만 급하게 쌓은 공부 체력이 수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더라고요. 결국 재수해서 2004년도에 부산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사시 공부할 때 하루 패턴은 어땠나요.

하루 평균 16시간 정도 공부한 것 같아요. 잠은 3시간 정도 잤고요. 일과는 딱 3가지예요. 먹고, 자고, 공부하고. 이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거죠. 너무 괴롭고 힘들었어요. 모든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기 때문에 외롭기도 했지만 정말 처절하게 공부했죠.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나 자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차 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사법시험을 비롯해 국가시험 기출문제를 통계적으로 파악했어요. 나올 부분만 추려서 그것에 올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죠. 시험에는 나온 것만 나온다는 점을 이용해 공부했어요.

2차는요.

‘남들보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불안했어요. 하지만 남은 기간과 타고난 머리는 바꿀 수 없고, 빠르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정확한 해답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판단했고 일본과 한국의 관련 서적과 인터넷, 학원에 올라와 있는 50년 정도의 수기를 모두 모아 공통점만 추렸어요.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뒤 그 방법에 따라 공부했고 결국 2010년도에 사법연수원 42기로 합격할 수 있었죠.

그 방법은 정확히 어떤 것인가요.

공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 정리법부터 설명드릴게요. 먼저 책의 목차를 복사합니다. 항상 목차를 펼쳐놓고 같이 공부해야 해요. 어디쯤 공부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요. 형광펜을 3가지 색상 정도 준비한 뒤 책을 슬슬 넘겨가면서 비슷한 유형의 소제목들을 동일한 컬러로 칠해줍니다. 예를 들면 신라와 조선, 고려는 비슷한 레벨이니 같은 컬러의 형광펜으로 체크해주는 식이에요.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해주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책의 전체적인 틀이 잡힐 겁니다. 스스로 머릿속에 폴더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폴더를 만든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쉽게 말하면 폴더는 목차 그 자체입니다. 예를 들어 책의 큰 목차가 조선시대라면 소목차는 문화, 경제, 정치, 사회 이렇게 4개로 나눠질 겁니다. 책에 제시된 목차를 머릿속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세부적인 개념은 어떻게 외워야 하죠.

책과 목차를 펼쳐놓고 형광펜으로 그은 소목차 옆에 물음표를 쳐가면서 공부하는 겁니다. ‘고려시대의 문화’라는 텍스트에 형광펜을 칠해놓았다면, 그 옆에 연필로 물음표를 하면서 스스로 ‘고려시대의 문화는 무엇이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거죠. 그리고 목차를 보면 바로 밑에 연등제, 불교 등의 해당 정답이 리스트업돼 있을 거예요. 한마디로 목차 뒤에 물음표를 치면 소목차가 답이고, 소목차에 물음표를 치면 본문 중에 답이 나온다는 뜻이에요. 개념이라는 것은 문단의 첫 줄에 나오는 어떤 단어나 텍스트의 뜻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지식의 뼈대를 의미하는 겁니다. 책에 나온 개념을 단지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개념을 찾아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뭘까를 생각하면서 공부해야 두뇌가 활성화되고 머릿속에 지식이 담기기 시작합니다. 그 핵심 방법이 물음표 공부고요.

제대로 암기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물음표 친 부분을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 브리핑해봅니다. 이 과정을 ‘재현’이라고 하는데, 꼭 필요한 시간이에요. 말로 한 번 더 이야기함으로써 내용이 정리되고 부족한 부분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위의 과정을 몇 번 더 반복하면서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개념을 파악한 뒤에는 어떻게 하나요. 바로 문제집을 푸나요.

아니요. 문제집의 해답을 펴놓고 공부합니다. 점수를 잘 받으려면 정답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죠. 해답을 먼저 보고 문제를 보는 순서로 진행해야 합니다.

정답만 외우는 거 아닌가요. 시험에서 똑같은 문제가 나오는 건 아닐 텐데요.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측하기 위해서 정답을 보고 공부하는 겁니다. 개념만 알면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는 순진한 사고입니다. 보통 직장에서 보고서나 기획안을 만들 때 다른 사람이 만든 샘플을 보고 그걸 응용해서 작성하죠. 공부도 똑같아요. 처음부터 해답을 머릿속에 넣고 바꿔나가는 훈련을 하는 거예요. 정답을 보고 ‘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이지?’ ‘왜 나머지는 정답이 아니지?’ ‘만약 2번이 정답이라면 어떤 문제가 나와야 하지?’ 식으로요.

해답을 통한 공부와 재현, 실전 연습

해답을 펴놓고 공부한 후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재현해봅니다. 머릿속으로 했던 질문들(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이지? 왜 나머지는 정답이 아니지? 등)과 그 답에 대해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설명해준다고 생각하고 브리핑해보는 거죠. 이걸 못 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주어진 것만 공부해서 머릿속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응용해본 뒤 그걸 입으로 설명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재현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면 이제 실전 연습을 해보는 거죠.

실전 연습은 뭔가요.

실제 시험과 비슷한 환경과 시간에 맞춰 문제 풀이를 해보는 거예요. 포인트는 실전보다 더 가혹한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고요. 예를 들어 실제 시험시간이 60분이면 50분에 맞춰서 문제 풀이를 하는 식으로요. 또 시험장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멘털이 강한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는 말이 있죠. ‘멘털이 강하다’는 말은 ‘계획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멘털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예요. 예를 들어 ‘85점을 받으면 합격이다’라는 말은 ‘100점 만점 중 버릴 문제 15점을 빨리 찾아라’와 같은 의미예요. 처음 시험지를 받았을 때 빠르게 넘겨보면서 멘털을 건드릴 어려운 문제들을 골라냅니다. 만약 이 문제들의 총점수가 15점을 넘는다면 자신 있는 문제 풀이에 걸리는 시간을 대충 파악한 뒤 ‘나머지 시간은 초과된 문제에 인생을 걸고 싸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푸는 거죠. 이와 같은 루틴대로 혼자서 계속 연습해보는 거예요. 그럼 실제 시험에서도 자신이 집중해야 할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거죠.

각 과목마다 문제 풀이 방법을 달리해야 하나요.

국어, 영어, 수학, 과학탐구의 경우는 각 문제의 유형에 따라 풀이 방법이 달라야 해요. 하지만 사회탐구는 풀이 방법이 거의 고정화됐다고 볼 수 있죠. 단순 지식 비교나 다름없거든요. 예를 들어 임진왜란, 이승만, 거북선 중 정답을 찾으라고 하면 이승만을 고르겠죠. 이런 식으로 정답 리스트에서 이상한 걸 찾는 게 사회탐구 풀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죠. 모든 문제가 이렇진 않지만 거의 90% 정도가 이런 유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수학은 암기보다 응용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수학도 암기입니다. 먼저 문제를 유형별로 모은 뒤 해답을 펼쳐놓고 풀어보세요. 그럼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공식, 방법 등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걸 계속 반복해보는 거죠. ‘이런 문제들은 이런 식으로 푸는구나’를 머릿속에 주입시키며 암기하는 거예요. 그 후 해답을 치우고 찾아낸 방법대로 진짜 문제가 풀리는지 확인해봅니다. 만약 문제가 풀린다면 이제는 바꿔서 생각해보는 거예요. ‘이 문제 유형의 풀이법에는 A, B, C, D가 있는데 이건 A와 B를 합쳤을 때 문제가 풀렸다. 만약 A, C를 합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식으로요. 특정 문제마다 기본 접근법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건 암기를 통해서 이뤄지고요. 이 부분이 바탕이 돼야 이렇게 응용도 가능한 거고요. 즉 과목에 따라 외우는 대상이 달라지는 것 뿐이에요.

시험 유형에 따라 공부 방법도 달라야 할까요.

운전면허 시험의 경우 중요한 건 이미 정해져 있고 바뀌지 않기 때문에 기출문제만 봐도 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해답부터 먼저 보는 순서로요. 공무원시험은 개념 정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책도 함께 봐줘야 해요. 먼저 해설을 펴놓고 언급돼 있는 단어가 포함된 목차라든가 세부 내용들만 발췌해서 보는 것도 방법이고요. 보조 교재까지 함께 봐줘야 하는 건 수능과 각종 고시예요. 응용된 문제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EBS 연계 교재, 각종 문제집 등을 함께 봐줘야 고득점을 받을 확률이 높죠. 봐야 할 범위와 대상은 다르지만 공부 방법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똑같아요.

공부할 게 너무 많은 경우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기출문제로 시작하세요. 범위가 넓을수록 오히려 공부하기 더 편합니다. 정말 핵심적인 부분만 문제로 내게 돼 있거든요. 중요한 부분은 통계화돼 있기 마련이죠. 그건 기출문제를 통해 파악할 수 있고요. 기출문제에서 자주 언급되는 문제나 단어 등을 스스로 정리해본 뒤 그걸 계속 반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뭘까요.

끈기가 엄청나고 지식에 대한 의문점을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공부를 게임처럼 하는 분도 많아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을 하나하나 깬다는 느낌으로요. 거기서 오는 성취감에 재미를 느끼고 마치 게임에 중독된 것처럼 공부에 진심을 다하는 거죠. 남이 한 번 생각한 걸 두세 번 생각하면서 정답에 대해 검증해보는 등 지적인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것 같고요.

소위 공부 머리가 없어도 알려주신 방법을 적용하면 정말 성적이 오를까요.

네. 100%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이기긴 어렵겠죠. 저는 나름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도 쳐봤고, 공부법 전문가로서 10년 넘게 똑똑한 사람들의 인터뷰도 많이 해봤어요. 그중 타고난 천재는 1~2명밖에 없었고 대부분은 정말 엄청난 노력파였어요. 노력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만약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3000등 하면 프로선수를 할 수 있을까요? 거의 희박할 거예요. 하지만 공부를 3000등 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대 입학 정원이 3400명 정도였거든요. 어떻게 보면 재능의 영향을 적게 받는 부분이 공부인 거죠. 공부는 노력과 방법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암기법 #공부법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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