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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은 정말 인류를 구원할까

정세영 기자

2023. 06. 15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부터 윤기 좌르르 흐르는 스테이크, 씹을 때마다 팡 터져 나오는 고소한 육즙의 치킨까지. 진짜 고기의 맛과 모양, 식감, 향 등을 완벽하게 재현한 가짜 고기가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가짜 고기는 과연 사람의 건강과 환경을 구하는 인류의 축복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은 조금 더 쉽고, 편리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 발명을 한다. 대량의 석탄을 한 번에 운반하기 위해 제작한 증기기관차부터 당구공 재료였던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플라스틱까지, 혁신적인 아이디어 혹은 우연의 일치로 태어난 발명품들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며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수많은 발명품 중 환경운동가 사이에서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체육이다. 대체육은 비동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와 유사한 식감과 모양의 식재료를 뜻하는데, 그 탄생에 큰 일조를 한 것은 놀랍게도 소의 방귀와 트림이다. 초식동물인 소가 목초를 날것 그대로 소화시키려면 위 안에서 강력한 장내 발효를 일으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메탄가스가 생성되는데 소는 이를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한다.

메탄은 가축의 배설물과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메탄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아주 적은 편이지만 온실효과를 일으킬 확률은 약 23배나 높다. 특히 소가 트림할 때 나오는 메탄가스는 인간이 활동할 때 생성하는 배출량의 3배를 뛰어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소의 배설물 역시 메탄 덩어리다. 전 세계에서 소는 연간 14억 톤의 배설물을 내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로 인한 환경파괴는 꾸준히 언급돼왔지만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육식 본능으로 이어진 고기의 유혹을 외면하기가 결코 쉽지 않고 특별한 대안도 없었기 때문. 그렇기에 소를 도축하지 않고 콩을 비롯한 각종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의 발명은 환경운동가들은 물론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규모 동물을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도 타파될 거라는 희망과 함께. 고기를 대신할 식재료로 주목받은 식물은 콩이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처음 콩단백질을 이용해 고기 맛이 나는 콩고기를 만들었다. 식감과 형태는 그럴싸했지만 콩 특유의 비린내와 누린내를 지우지 못해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대체육 시장이 활기를 띤 건 2~3년 전부터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채식으로 이어지며 채소와 과일, 식물성 단백질로 이루어진 식단이 주목받았기 때문. 대체육의 성장은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21년보다 28.3% 성장한 약 212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에도 전년보다 43.5%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그 성장세가 매우 가파른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은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체육은 크게 식물, 곤충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활용한 식물성 대체육과 실험실에서 실제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 2가지로 나뉜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은 모두 식물성 대체육에 해당하며, 배양육은 개발 중이라 아직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다.



한때 대체육은 다이어트나 채식주의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대중화하는 추세다. 강릉원주대학교 식품가공유통학과 이동민 교수는 “젊은 세대는 가치소비와 지속가능성의 이유로 식물성 대체육에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고려한 식품 소비가 활발해지며 대체육을 찾는 젊은이가 늘었다”며 “즐겁게 건강 관리하자는 ‘헬시 플레저’의 트렌드화로 무당 음료를 즐기는 2030이 많아진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What you eat is who you are(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 자신이다)”라는 말처럼 젊은 층은 단지 날씬한 몸매와 건강 관리를 위해 대체육을 찾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 중 하나로 대체육을 선택하는 것이다.

대체육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터. 지난달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은 “식물성 대체육 제품 13종과 동물성 육가공 제품 16종을 분석한 결과 식물성 대체육에 탄수화물, 칼슘, 철, 마그네슘 등의 영양 성분 함량이 더 높았다. 반면 지방, 콜레스테롤, 포화지방은 적게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 히스티딘, 아연 함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고 보고했다. 이에 연구 팀은 “부족한 성분은 표고버섯과 견과류 등으로 보충할 수 있다”며 “식물성 대체육 제품은 건강과 영양에 이로움을 주는 것은 물론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2019년에는 ‘미국임상영양저널’의 식물성 단백질 이점에 관한 연구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식생활에서 동물성 단백질 일부를 식물성 단백질로 전환하면 심장질환과 당뇨병 발병을 낮춘다는 것. 이는 미국에 거주 중인 중년 남성 4만3960명을 대상으로 18년간 추적조사를 통한 연구 결과로, 식이 단백질과 심장질환 발병 위험도의 연관성을 검증해냈다. 또한 같은 해 발간된 ‘유럽영양저널’에 따르면, 전체 섭취 열량 중 약 6%를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경우 비만과 식이 습관 등의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증가할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도는 12%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화를 거듭하는 대체육의 진실

비주얼도 그럴싸하고 건강에도 좋지만 정작 맛이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 고백건대 기자는 2015년 스위스 여행 중 호기심에 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비건 스테이크로 인해 거의 7년은 대체육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몇 번 씹자마자 하마터면 오너 앞에서 토할 뻔했기 때문. 콩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느끼함이 입안은 물론 콧속까지 자극했다. 심지어 숨을 내뱉을 때마다 비린내가 섞여 나오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돈을 주고 이렇게 맛없는 음식을 도대체 왜 먹는 거지?’ 그때의 충격적인 기억으로 비건, 대체육이라는 단어만 봐도 속이 니글거리는 것 같았다. 웃길 수도 있지만 ‘대체육=공짜로 줘도 안 먹는 음식’이라는 공식도 스스로 성립시켰다. 이 공식이 산산조각 난 건 취재차 방문했던 비건 페스티벌 때문이다. 규모는 작았지만 다양한 종류의 대체육과 비건 식품을 선보이는 행사로 제품 구입과 시식까지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장에서 역한 냄새가 나면 어떡하지’ ‘식품을 먹어보라고 권유하면 어떻게 거절하지’ 등 온갖 걱정을 안고 도착했는데 웬걸 입구부터 풍기는 고소한 소고기 냄새에 군침이 싹 돌았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 때문인지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시식을 권하는 관계자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던 중 요리 칼럼 촬영에 도움을 준 업체 직원이 방긋 웃으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주먹만 한 왕만두를 두 손으로 감싼 채. 그 짧은 몇 초 사이에 온갖 핑곗거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제품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거절하면 앞으로 민망한 사이가 될 것 같아 건네받은 만두를 용기 내서 한입 베어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맛있었다!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육즙과 식감은 완전 돼지고기였고 특유의 누린내까지 비슷했다. 스위스에서 먹었던 대체육이 어설픈 모조품 수준이었다면 페스티벌에서 체험한 것은 진짜와 가짜 사이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만든, 정말 진짜 같은 가짜 고기였다.

콩단백질로 만든 패티가 들어있는 롯데리아의 리아미라클버거Ⅱ(왼쪽).풀무원식품의 비건 라면인 로스팅 정면은 출시 3~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봉지를 돌파했다(오른쪽).

콩단백질로 만든 패티가 들어있는 롯데리아의 리아미라클버거Ⅱ(왼쪽).풀무원식품의 비건 라면인 로스팅 정면은 출시 3~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봉지를 돌파했다(오른쪽).

대체육이 진짜 고기와 거의 흡사한 형태를 갖추게 된 건 관련 업체들의 끊임없는 개발과 실험 덕분이다. 대기업은 물론 국내 스타트업까지 육고기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는 식물성 단백질 양산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 업계는 대체육 시장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 특히 패스트푸드 시장은 매년 관련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동민 교수는 “패티, 너깃 등 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구축하고 있는 패스트푸드는 특히 대체육을 활용하기 좋은 업계”라며 “식물성 대체육의 사용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운 소비자층까지 끌어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버거는 지난달 대체육인 베러 미트 패티에 자체 개발한 식물성 치즈와 소스를 첨가한 베러버거를 출시했다. 이번 달에는 닭고기 너깃의 맛과 식감을 100% 식물성 재료로 구현한 베러너겟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리아가 지난 1월 발표한 리아미라클버거Ⅱ에는 오직 콩단백질만을 활용해 만든 패티가 들어 있다. 2020년 최초로 출시한 대체육 버거인 리아미라클버거가 조금 퍽퍽한 느낌이었다면 고기 조직 구현 등으로 좀 더 부드러운 식감을 완성해냈다. 라면 업계에서는 풀무원식품의 비건 라면인 정면과 정비빔면이 출시 3~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봉지를 돌파하며 비건 공략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스타트업의 경우 해외에서는 임파서블, 비욘드미트가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디보션푸드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 3월 출시한 제로 왕교자 오리지널에는 자체 개발한 식물성 근원섬유 신기술을 적용했다. 돼지고기의 촉촉한 식감은 물론 고소한 향까지 구현해냈다는 평. 다양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대체육 개발 및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신박한 기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할 다음 주자는 누구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중성의 한계를 극복해내야 한다. 부산365mc병원 박초롱 식이영양사는 “맛 평가는 주관적인 영역이므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대체육을 통해 진짜 고기의 맛과 식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이를 100% 구현하는 식품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가격이라는 현실도 넘어야 할 산이다. 비싼 대체육을 먹을 바엔 차라리 육류를 먹겠다는 소비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대체육이 보편화되지 않아 기업이 직접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메뉴까지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식물성 대체육이 육류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정말 더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박초롱 식이영양사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육고기와 비슷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대체육에 많은 양의 나트륨과 포화지방 등을 첨가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환경오염, 동물복지, 생산 비용 등 육식에 뒤엉킨 다양한 문제를 생각하면 대체육은 분명 훌륭한 발명품이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과 육류는 서로 다른 영양소를 제공하므로 ‘어떤 것이 더 나은 식품이다’라는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건강을 위한다면 식물성 단백질과 육류를 서로의 대체식품이 아닌,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받아들이고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인 듯하다.

#대체육 #콩고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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