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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column

불황일수록 더 주목 받는 경매

이영진 경매 칼럼니스트(세종사이버대 자산관리학부 겸임교수)

2022. 11. 06

한동안 활황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 당시만 해도 집값 급등을 다루는 뉴스가 연일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했으나, 현 정부 들어서 거래절벽이니 집값 하락이니 하는 뉴스가 연일 포털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대출 규제, 세금 중과 등 부동산 규제 정책 파급효과에 국내외 경제불황, 금리 폭등, 국제 정세 불안 등 악재가 겹치며 부동산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냉랭해지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표방한 현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개편, 종합부동산세 완화, 지방 광역시·도 조정대상지역 전면 해제, 투기과열지구 조정 등 갖가지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급랭하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경매시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는 각 지역 법원 경매 법정 복도나 통로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입찰자들이 꽉 들어찼으나, 요즘 경매 법정은 방청석마저도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일 정도로 한산하다.

서울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가고 건당 경쟁입찰자가 10명, 20명을 넘어간다는 얘기는 이미 옛말이 됐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2년 반 만에 최저’ ‘경매 역대급 한파’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22.5%…역대 최저’ 등 썰렁해진 최근의 경매시장을 대변하는 언론 보도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취득세 감소, 전매 가능 장점

부동산 불황기에 경매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동산 불황기에 경매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기 마련. 불황기엔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게 낫지만 그렇다고 경매시장마저 외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불황일수록 빛을 발하는 게 경매시장이라는 걸 그동안의 숱한 경험을 통해 많은 이가 알고 있다. 경쟁입찰자 수가 감소했다는 건 낙찰받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고, 낙찰가율이 낮아졌다는 건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니 말이다.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서울 89.7%, 인천 80%, 경기 79.7%를 기록했다. 거래 시세가 10억 원인 아파트를 서울에서는 약 9억 원에, 수도권에서는 8억 원에 취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경매의 장점이 충분히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투자자나 실수요자를 불문하고 이전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매시장을 노크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경매 낙찰 시 취득세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시세가 10억 원인 전용면적 85㎡ 이하 인천 소재 아파트를 일반 거래를 통해 취득할 경우 취득세(세율 3.3% 적용)가 3300만 원이지만, 경매로 약 8억 원(9월 인천 지역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80% 기준)에 취득한다고 치면 취득세로 2640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일반거래보다 660만 원 절감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경매시장을 이용한 취득세 절감은 거래 가격이 높을수록, 다주택을 취득할수록, 취득가로 인해 취득세 구간이 변경될수록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하더라도 경매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허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서울만 하더라도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을 비롯해 주요 재건축, 재개발 지역 등 서울시 면적의 9.2%에 달하는 55.9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지역에 소재한 부동산(토지, 주택 등)을 경매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토지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취득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조건도 적용되지 않아 취득 즉시 전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경매가 이처럼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매는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 강제집행이라는 제도를 통해 채권자가 경매 신청을 하면 강제로 매각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일반 매매와 달리 경매 물건에 수반되는 등기부등본상의 권리(가처분, 지상권 등) 및 등기부등본 외적인 권리(유치권, 법정지상권 등)관계를 비롯해 임대차 관계, 물건에 대한 하자 등에 대한 책임 내지 치유는 온전히 낙찰자(매수인)의 몫이다.

권리관계, 임대차 관계 및 물건에 대한 조사(시세, 하자 등)를 소홀히 하거나, 잘못된 분석으로 말소되지 않는 권리를 인수하거나, 임차인의 보증금을 떠안게 되거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낙찰받거나 하는 식으로 물건의 하자를 떠맡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매각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다시 경매에 나오는 사례가 전체 낙찰 건수의 5~7% 정도에 이른다. 따라서 경매 초보자일수록 전문적인 지식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유리하다.

더불어 경매는 매각 대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이전했다고 해서 온전한 소유권이 낙찰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단순 토지라면 모를까 지상에 건물이 있는 경우에는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임차인이나 소유자를 상대로 명도 협의를 통한 이주, 또는 인도명령이나 명도소송을 통한 강제집행까지 마무리해야 온전한 소유권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과정이다. 점유자와의 명도 협의 또는 강제집행은 경매 취득의 최종 관문으로 통한다.

자금  ·  이주 계획 철저히 세워야

한 가지 더 주의할 사항이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로 주택을 구입할 때, 그리고 그 구입 자금이 전세보증금일 때는 자금 계획이나 이주 계획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매매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내가 살고 있는 전셋집의 임대차 기간 종료 시기에 맞춰 이사 계획(계약-중도금 지급-잔금 및 입주)을 세우고, 임대차 종료 시 반환받은 보증금을 구입 자금(잔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주나 자금 계획에 큰 문제가 발생할 염려는 적다.

그러나 경매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게다가 전셋집의 보증금이 주택 구입 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에는 일반 매매와 같은 이사 계획을 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일단 경매는 내가 원하는 물건이 나왔다고 한들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에 경쟁적으로 입찰해서 낙찰받아야 하는데, 내가 낙찰받으리란 보장이 없다. 더군다나 낙찰을 받고 매각 대금을 납부해도 낙찰받은 주택 점유자와의 협의 명도나 강제집행이라는 절차(대금 납부 후 2~3개월 소요)가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일정에 맞춰 이사할 수가 없다.

낙찰이 늦어진다는 것은 내가 이사할 집을 구하지도 못한 채 전셋집을 빼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낙찰받은 주택의 명도가 2~3개월 걸린다는 것은 전셋집을 빼주고도 갈 곳이 없어 다른 거주할 공간과 살림살이를 보관할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경매시장이 재테크 수단으로 또는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여전히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 이상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시장이 활황이고 경매시장이 과열될 때는 그 장점이 조금씩 쇠퇴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시장이 불황이고 경매시장 역시 소강상태를 보일 때는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기 마련이다.

특히 경매시장 관련해 올해 4/4분기 이후 내년까지 주목해야 할 것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경매 물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부동산시장 호황, 저금리 기조 등의 이유로 경매 물건이 급감해 입찰할 만한 물건 찾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2021년 7월 0.5%→2022년 10월 3%) 등으로 실질 담보대출 금리가 8%를 넘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매 물건 증가는 예정된 수순이라 볼 수 있다.

다만 경매 물건은 대개 채권자의 경매 신청 후 4~6개월 이후에나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지난 7월 빅스텝 단행(기준금리 1.75%→2.25%) 이후 부실채권이 쏟아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경매 물건의 증가세는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체감할 수 있을 듯하다.

경매 물건 증가는 물건 선택 여지를 넓힘으로써 경쟁이 분산되기 때문에 입찰 경쟁률이나 낙찰가율이 더 낮아지는 효과를 낸다. 불황이지만 투자자나 내 집 마련 실수요자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올 연말 또는 내년 경매시장을 주목해보자.

이영진 경매 칼럼니스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을 거쳐 세종사이버대 자산관리학부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경매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것이 경매투자다’ ‘돈 버는 경매 돈 잃는 경매’ ‘손에 잡히는 경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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