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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column

스타벅스 커피맛은 정말 변했을까

오홍석 기자

2022. 07. 29

예전의 맛이 사라졌다는 논란에 휩싸인 스타벅스. 변한 게 없다는 스타벅스 측의 설명과 분명 예전과 달라졌다는 소비자의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맛이 변한 것 같아요. 탄 맛이 예전 같지 않아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커피 맛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예전보다 싱거워졌다” “특유의 강한 탄 맛이 사라졌다”는 게시글에 “나만 이상하게 느낀 게 아니다”라는 동조의 댓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에 대해 “전과 달라진 점이 없다”며 “커피에 변화가 없는데 소비자들이 느끼는 변화를 설명하기 어려워 억울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커피 맛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들

스타벅스는 블렌딩한 커피의 원산지와 배합률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스타벅스는 블렌딩한 커피의 원산지와 배합률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스타벅스 커피는 정말 맛이 변했을까. 가장 먼저 핵심 재료인 원두를 살펴보자. 스타벅스의 주력 원두는 ‘에스프레소 로스트’다. 아메리카노와 라테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데 쓰인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로스트는 강한 불에 볶는 다크 로스팅 원두다. 스페셜티 커피의 부상으로 불에 약하게 볶는 라이트 로스팅이 각광받고 있음에도 스타벅스가 다크 로스팅 원두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대량으로 유통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원두는 세계 각 지역의 산지에서 미국의 로스팅 공장 5곳을 거쳐 배를 타고 한국에 온다. 운송과 통관 과정에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스타벅스는 시간에 따른 품질 변화가 적은 원두를 선호하게 된다. 다크 로스팅 원두는 시간에 따른 품질 변화가 라이트 로스팅에 비해 적은 편이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매장에 동일한 맛을 내는 원두를 공급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도 다크로스팅이 유리하다. 라이트 로스팅은 다크 로스팅에 비해 가공 과정에서 보다 섬세한 로스팅 작업이 필요해 대량 유통에 불리하다. 또한, 다크 로스팅은 라이트 로스팅에 비해 추출 과정에서 바리스타의 손맛을 덜 타는 편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다크 로스팅의 경우 가공과 유통 시 맛의 일관성에 초점이 맞춰져, 원두로 인한 맛 변화의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맛이 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사실도 스타벅스 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전 세계에 동일한 원두가 공급되는데 맛에 변화가 있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와야 하겠지만, 그런 피드백은 들은 적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커피 추출 장비나 바리스타의 역량 탓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스타벅스는 모든 매장에서 스위스 ‘써모플랜 AG’사가 생산하는 ‘마스트레나’ 머신을 사용한다. 이 머신은 개인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터필터를 탈부착하는 반자동 머신이 아니다. 원두를 분쇄하는 그라인더와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이 일체화된 전자동 머신이다. 버튼을 누르면 샷이 추출되는 방식으로 바리스타의 역량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이제 남은 건 물뿐. 스타벅스의 경우 모든 매장이 동일한 정수 필터를 사용한다. 우유도 서울우유와 연세우유 제품을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설명대로라면 커피 자체에 맛의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느낀 맛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분 구조 변화의 영향?

객관적인 음료의 맛은 변하지 않았지만 주관적인 심리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은 맛이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7월 스타벅스 미국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됐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지난 3월 진행된 “좋아하는걸 좋아해”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마케팅이었다. 이는 지분 변화 이후 스타벅스코리아가 처음 진행한 한글 마케팅이었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고급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의 대주주가 바뀌며 맛이 변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이는 근거가 있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 센서리(sensory·커피를 구분하고 묘사하는 감각을 평가하는 부문) 심사위원 윤선희 CBSC인터내셔널 이사는 “커피 맛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치고 심리적인 요인도 포함된다”며 “변화된 스타벅스의 지분 구조나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소비자가 느끼는 맛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가 소비자가 느끼는 맛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소비자심리 학계에서 대체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콜라 업계 만년 2위인 펩시의 ‘펩시 챌린지’ TV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펩시는 코카콜라와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한 후 소비자들이 펩시가 더 맛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넣은 광고를 제작했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스타벅스 맛 변화 소동은 브랜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일화라고 볼 수 있겠다.

신뢰 회복의 길: 투명한 원두 유통 과정 공개

최근 커피 업계는 원두의 생산과정을 어느 때보다 자세하게 제공한다.

최근 커피 업계는 원두의 생산과정을 어느 때보다 자세하게 제공한다.

지분 구조 변화로 인한 브랜드 가치 손실을 어떻게 복구할 수 있을까. 투명성에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현재 스타벅스는 블렌딩한 커피의 원산지와 배합률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원두의 산지와 배합률을 묻는 질문에 스타벅스코리아는 “에스프레소 로스트에 쓰이는 것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태평양의 원두”라고 답했다. 라틴아메리카 안에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 파나마, 과테말라 등 주요 커피 생산국이 있고 이들 나라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를 차지는 것을 감안하면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대답이다.

최근 커피 업계는 생산 국가, 농장 이름, 고도, 커피 품종, 가공 방식, 심지어 농부의 이름까지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떼루아(기후, 고도, 토양 등을 포함한 재배 환경)를 비롯한 원두 생산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품질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다. 스타벅스코리아 또한 이런 커피 업계의 추세에 발맞춰 자세한 정보를 공개한다면 소비자가 던지는 맛의 변화 의혹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비로소 ‘한국의 스타벅스’가 된 스타벅스코리아의 결정에 국내 커피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맛 #브랜딩 #여성동아

사진 뉴스1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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