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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interview

김건희 픽, ‘어니스트서울’ 창업자 최지은 대표 & 문설아 이사

“종로3가 귀금속 장인의 실력은 세계적 명품 수준”

문영훈 기자

2022. 07. 20

“혁신이 부족했던 귀금속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어요.” 주얼리 브랜드 어니스트서울을 이끄는 두 여성의 당찬 포부.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모이사나이트 베젤 발찌 14k 로즈골드 모델.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모이사나이트 베젤 발찌 14k 로즈골드 모델.

서울 지하철 1·3·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3가역 9번 출구로 걸어 나오면 사방이 번쩍인다. 귀금속 가게의 새하얀 조명과 이를 반사해내는 금빛 기둥에 눈이 부시다. 조선시대부터 제1의 상권이었던 종로에 귀금속거리가 만들어진 건 1960년대.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소매상뿐 아니라 도매상과 공장들이 서울 종로구 예지동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전국에 유통되는 귀금속의 80%가 이곳을 거쳤다. 하지만 최근 티파니, 까르띠에 등 명품 주얼리 수요가 늘어나고, 결혼 예물 간소화 트렌드로 위기를 맞고 있다.

2년 전 이곳에 IT 기업 출신 30대 두 여성이 작은 귀금속 업체를 차렸다. 최지은(37) 트리플랩스 대표와 문설아(36) 트리플랩스 이사다. 최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 문 이사는 라인과 젠틀몬스터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일한 이들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구도심을 새 사업 터전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7월 8일 종로3가 귀금속거리 끝자락에 위치한 어니스트서울 사무실을 찾았다. 33㎡(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최 대표와 문 이사를 합해 총 8명이 일하는 소규모 업체지만 이들의 포부는 크다. 1980~90년대 귀금속거리의 부흥기를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오는 것.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김건희 여사가 어니스트서울 30만원대 발찌를 착용하며 그들의 계획에는 속도가 붙었다. 최 대표는 “보도가 나간 뒤 월 매출이 5배 이상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인 줄 알았다”

주얼리 브랜드 ‘어니스트서울’을 이끄는 최지은 트리플랩스 대표와 문설아 트리플랩스 이사.

주얼리 브랜드 ‘어니스트서울’을 이끄는 최지은 트리플랩스 대표와 문설아 트리플랩스 이사.

김 여사가 발찌를 구입한 걸 알고 있었나요.

최| 출고할 때 이름과 주소를 확인해요. 팬이 구입하거나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죠. 6월 말 마케터가 나토 순방 기사를 봤어요. 발목 부위를 당겨 촬영한 사진이었는데 누가 봐도 저희 제품이더라고요. 그래서 보도 자료를 냈죠. (김건희 여사) 오빠가 기자들에게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의상이나 소품 정보를 흘린다는 기사도 있던데 저희는 직접 알렸어요. 스타트업이니 홍보가 중요하잖아요.

고객 반응은 어떤가요.

최| 어니스트서울의 핵심 타깃은 40·50대 여성이에요. 사실 발목에 주얼리를 착용하는 게 익숙하지는 않은 연령대죠. 5월 초 발찌를 출시하면서도 판매량이 많을 거라 예상하지 않았어요. 발찌는 보통 발목이 드러나는 계절에만 착용할 수 있는 시즌 상품이기도 하고요. 김건희 여사 보도가 나간 이후에 4050은 물론 60대까지 많은 고객이 그 제품을 찾았어요. 같은 모델을 구입하려고 김 여사가 착용한 제품의 정확한 색이 뭔지 문의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발찌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주얼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주력 상품은 뭔가요.

문| 지금은 다이아몬드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유색 보석이나 진주 등으로 넓혀가려고 합니다.

고가의 상품이네요.

최| 그렇죠. 쇼핑몰에서 고객이 평균 구입하는 금액이 72만원 정도예요.

4050을 타깃으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최| 이미 2030을 대상으로 하는 저가의 패션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곳은 많아요. 예물 시장 역시 결혼 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고 있고요. 반면 경제력이 있는 4050 여성들은 늘어나요. 이들은 자신을 꾸미는 데 주저하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육아에 신경 써야 하니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기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고요.

최 대표와 문 이사 역시 워킹맘이다. 이들이 주얼리 브랜드 어니스트서울을 론칭한 것은 2020년 11월. 여러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던 중 문 이사가 외가에서 오랫동안 해온 귀금속 사업을 떠올려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최 대표가 종로3가 귀금속거리에 가 발품을 팔면서 사전 조사를 했다.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귀금속 산업은 통계로 잡힌 것만 5조5000억원, 업계 추산 12조원의 큰 시장인데 4인 미만 사업장이 96%를 차지해요. 어느 정도 산업이 성숙하려면 대규모 자본이 들어오고 브랜드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환경인 거죠. 우리가 이 산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값비싼 주얼리는 직접 보고 구입해야 믿음이 생길 것 같은데요.

최| 저희가 세운 가설을 검증해야 했죠. 온라인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팔 수 있을 것인가. 귀금속 업체에서 몇 개의 물건을 떼다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죠. 이커머스 시장에서 평균 구매 전환율을 1.3%로 봐요. 100명이 접속하면 1명은 구매로 이어진다는 거죠 실제로 온라인 스토어를 열어 주얼리를 팔아보니 구매 전환율이 1.09%였어요. 본격적인 사업 드라이브를 걸었죠. 또 온라인에서 귀금속을 팔면 정찰제로 고객 신뢰를 얻어요. 귀금속 산업은 기본적으로 정보 불균형 시장이에요. 소비자와 흥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피로도를 느끼죠. 상인들은 손해보고 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객들은 소위 ‘눈탱이 맞는 걸’ 걱정해야 하고요.


“장인 대우 못 받는 분들 많아”

서울 종로구 어니스트서울 공방에서 이상구 실장(아래)을 비롯한 세공 장인들이 주얼리를 만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어니스트서울 공방에서 이상구 실장(아래)을 비롯한 세공 장인들이 주얼리를 만들고 있다.

어니스트서울 제품을 아웃소싱 형태로 제작해 판매하던 최 대표와 문 이사는 지난해 11월 론칭 1년 만에 벤처 캐피털 베스트인베스트먼트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다. 그간 품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사내 공방을 만들어 자체 제작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40년 세공 경력의 이상구 실장을 영입했다.

설득이 어렵지 않았나요.

최| 회사 내 공방을 차리기 전에도 거래처로 함께 일했던 분이어서 흔쾌히 승낙해주셨어요. 저희가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관련 기술이나 네트워크 면에서 부족하니 사내 공방을 차리는 데 이 실장님이 큰 도움을 주셨어요. 함께 일하는 기술자분들도 이 실장님이 모셔왔고요.

종로3가에 실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고요.

| 제가 디자인과 생산 쪽을 담당하다 보니 종로 귀금속거리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뵐 기회가 많거든요. 다른 영역에서 20년, 30년 근무하면 장인 대우를 받으셨을 분들이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계세요. 귀금속 사업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다 보니 그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시는 거죠. 산업 규모가 커지고 내부에서 혁신이 이뤄지면 더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최| 귀금속 업계에서 항상 나오는 얘기가 “왜 우리나라는 브랜드가 없는가”예요. 브랜드는 결국 제조된 물건에 부가가치를 얹어주는 거죠. 세계적으로 귀금속 클러스터가 형성된 곳이 거의 없어요. 종로3가에 계신 분들의 세공 실력이 좋아 여기서 만든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되기도 하고요. 경쟁력은 있는데 이를 잘 포장할 브랜드가 없는 거죠. 부가가치가 얹어지지 않다 보니 결국 인건비를 낮추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서 브랜드를 넘어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목표를 정했군요.

최| 1980~90년대에 종로 귀금속거리는 다양한 역할을 했어요. 고객들이 귀금속을 사는 곳이면서 귀금속을 되파는 공간이었죠. 오래 보관했던 결혼반지를 다시 세팅하는 등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했거든요. 이런 기능을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거예요.

“뜯어말려도 창업할 사람은 한다”

최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각각 5년간 일했다. 주로 서비스 기획 분야에서 로그(log)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사용자가 어느 시점에 접속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 문 이사는 라인, 젠틀몬스터 등에서 브랜드 기획과 사업 확장을 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젠틀몬스터가 중국에 자리 잡을 때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각각 유명 기업에서 커리어를 잘 쌓아오다 창업에 도전한 계기가 궁금했다.

창업 결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문| 젠틀몬스터에서 이직해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을 때 첫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지은 님이 창업을 제안했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 생활을 그만두는 결정이 쉽진 않습니다.

문| 네 맞아요. 두려움은 지금도 있죠. 이렇게 조그마한 스타트업은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제 걸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어요. 그동안 이전 회사에서 ‘내가 분명 열심히 했는데 그게 다 내 성과가 아닌 것 같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성과급이 부족했는지 묻자 문 이사는 “하하하”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답변은 최 대표가 이어나갔다. 최 대표는 “문 이사도 나도 금전적 보상보다는 ‘내가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성취감이 중요하다”며 “각자 가진 커리어를 바탕으로 내 회사를 스스로 ‘빌드 업(build up)’ 해보겠다는 데 합이 맞았다”고 말했다.

“카카오에서 5년간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험을 했어요. 스마트한 사람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졌을 때 회사가 얼마나 잘 클 수 있는지를 옆에서 본 거죠. 전에 일했던 네이버와 비교하면 카카오는 스타트업과 유사한 분위기였어요. 제가 그런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카카오에서 퇴사한 뒤 유기농 생리대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에서 1년간 일했어요. 그 경험 역시 좋아서 이제는 제가 스타트업을 차리기로 한 거죠.”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최| 최근에 한 테크 업체를 창업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분은 주변에서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100% 뜯어말린대요. 하지만 할 사람은 하게 돼 있대요. 저도 동감합니다. 창업자의 DNA를 가진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아무리 말려도 언젠가는 창업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언이 무의미한 것 같아요(웃음).

문| 정말 힘든 길이지만 꼭 해야 한다면 좋은 파트너를 구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아요. 지은 님이랑 저는 서로 갖고 있는 강점과 단점이 다른데 그걸 보완해가면서 같이 일할 수 있거든요.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큰 도움이 돼요.

#어니스트서울 #최지은 #문설아 #김건희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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