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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여성동아가 추천하는 이달의 새책

송화선 기자

2022. 07. 17

나의 종이들
유현정 지음, 책과이음, 1만5000원

“빛바랜 종이를 보면 설레고 오래된 물건을 보면 수집하고 싶어지는 호기심 많은 왼손잡이.”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의 한 부분이다. “대전 한 인쇄소 집 딸”로 태어났다는 저자는 종이 속에 파묻혀 유년기를 보낸 뒤 서울 한 대학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이후 ‘포브스코리아’ 등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20대 후반, 드라마 작가의 꿈을 품고 직장을 때려치운다. 이후에도 종이와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무엇이든 쓰고 읽는 것이 그의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작가의 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고, 타향살이에 지친 저자는 30대에 접어들어 다시 몸과 마음의 고향 ‘인쇄소’에 둥지를 튼다. 현재 대전역 근처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며 “크고 작은 책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고 있다는 그의 사소하면서도 열렬한 종이 사랑 연대기가 인상적이다.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
샤크 코치·에리카 코치 지음, 위즈덤하우스, 1만6000원

날씨가 더워지고 옷 길이가 짧아질수록 몸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난다. 특히 여성들은 체중 감량을 목표로 운동과 식단 조절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는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한 책. 샤크 코치·에리카 코치라는 이름의 두 저자는 여성 전용 체육관을 공동 운영하는 운동 마니아로, 둘 다 단단한 근육형 몸매를 갖고 있다. 인바디 검사를 하면 ‘과체중’으로 분류되지만 ‘마른 몸’을 목표로 근육을 덜어내려 애쓰지 않는다. “내 몸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 곧 근력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가는 곧 내가 얼마나 튼튼한가에 따라 결정된다” “여자 인생 기댈 곳은 척주기립근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장이라도 역기를 들고 이두근을 키워야겠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5공 남산의 부장들 1, 2
김충식 지음, 블루엘리펀트, 각각 1만9000원



1992년 출간돼 한국과 일본에서 54만 부가 팔린 화제작 ‘남산의 부장들’ 후속편. 전작이 ‘박정희 시대’ 18년간 중앙정보부를 거쳐 간 10명의 부장에 대해 기록했다면 이번엔 ‘전두환 시대’를 정조준했다. 약 700쪽에 이르는 책의 첫 문장은 이렇다. “중앙정보부의 제10대 부장은 전두환 장군이다.” 전두환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뒤 곧 중앙정보부를 접수했다. 이 자리를 군 선배 유학성 중장에게 넘겨준 뒤엔 스스로 대통령이 된다. 전두환이 퇴임한 1988년까지, 약 8년에 걸쳐 대한민국 정보기관에서 얼마나 많은 정치공작과 인권유린이 자행됐는지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저자는 한국기자상을 두 차례(1984, 1993) 수상한 특종기자 출신. 전직 정보부 요원부터 외국 학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대상을 인터뷰해 이 책을 썼다. 저자의 취재력과 힘 있는 문체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김영사, 1만4800원

“나의 50대는 온통 슬픔과 인고로 채워졌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면 중년의 신음이 흘러나오고, 거울을 들여다보면 이제 막 나이 먹기 시작한 우리 아빠의 얼굴이 있었다. 맙소사,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요?” 2001년 퓰리처상 수상자인 작가 게일 콜드웰의 자전에세이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의 한 대목이다. 저자는 50대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를 암으로 잃었다. 부모님 두 분의 죽음을 지켜봤고, 10년 넘게 키워온 반려견 또한 무지개다리 너머로 떠나보냈다.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 탓에 평생 절뚝이며 살아온 그에게 노화로 인한 신체 퇴행 또한 큰 좌절을 줬다. 이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저자가 결코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이 책의 미덕. 그는 말한다. “나는 비록 겁먹었음에도 공포 속으로 걸어갈 나 자신을 잘 알았고, 내게 일어날 일에서 도망치는 대신 그 모든 것을 껴안고자 했다.”

#신간소개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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