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적인 영화제는 지난 2년여간 오프라인 상영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상영을 병행하는 등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개최를 포기한 영화제도 속출했다. 2020년 봄 열린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온라인으로만 진행되기도 했다.
끝나지 않는 악재 속에서도 영화제를 이어온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제23회를 맞아 “축제성의 회복”을 선언했다.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참조할 만한 것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극장을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는 총 56개국에서 온 217편으로, 지난해 186편에 비해 많이 늘었다. 3000명 객석의 돔 상영이 복구되고 새로운 섹션과 부대 행사가 늘어났다. 올해 개막작은 애플tv+ 시리즈 ‘파친코’로 주목을 모은 감독 코고나다(Kogonada)의 신작 ‘애프터 양(After Yang)’, 폐막작은 프랑스 감독 에리크 그라벨(Eric Gravel)의 ‘풀타임(Full Time)’으로 선정됐다.
그 밖에 눈길을 끄는 특별 섹션은 이창동 감독의 예술 세계를 되짚는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연상호 감독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고른 5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가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를 추모하고 태흥영화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회고전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원작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모은 ‘밀란 쿤데라, 문학과 영화 사이’ 등도 영화 팬들의 눈길을 모은다.
방역과 축제가 공존하는 영화제를 위해 온라인 상영도 마련돼 있다. 총 217편의 상영작 중 112편의 장·단편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전주를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면 온피프엔(onfifn.com)에 접속해보자. 아직 모두가 코로나19의 영향권 속에서 지내며 힘든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완연한 봄, 전주 영화의 거리를 오가며 잠시라도 일상성을 되찾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파친코’ 감독 코고나다의 신작
애프터 양(After Yang)

감독 코고나다ㅣ개막작

사랑에도 유물이 있나요
사랑의 고고학(Archaeology of love)

감독 이완민ㅣ한국경쟁
고고학 연구자 영실은 눈치를 많이 보며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이입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인식은 영실에게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별칭을 붙여 비아냥대지만 영실은 그런 인식에게 집착을 보인다. 문석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를 두고 “영실이 남긴 사랑의 유물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쟁 섹션에 초청된 ‘사랑의 고고학’은 공개된 시놉시스만으로도 관심이 기우는 작품이다. 전작 ‘누에치던 방’에서 보여줬던 모호하고 혼란한 연출 방식이 어떻게 진화했을지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이상일이 들여다보는 인간이라는 우물
유랑의 달(Wandering)

감독 이상일ㅣ월드시네마

전쟁 시인, 시그프리드 서순의 삶
베네딕션(BENEDICTION)

감독 테런스 데이비스ㅣ마스터즈

연상호, 봉준호가 극찬한 공포영화를 4K로
큐어(Cure)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ㅣ올해의 프로그래머
공포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의 호러 3부작 중 하나인 ‘큐어’(1997)는 단언컨대 가장 느린 템포로, 최고의 공포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도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한 영감을 ‘큐어’에서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화면은 거의 정지한 듯 움직이고, 스크린 네 귀퉁이 구석진 공간에서는 불온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포커스는 종종 엇나가고 짙은 어둠 속에서 식별하기 힘든 형체가 천천히 움직인다.

#전주국제영화제 #코고나다 #구로사와기요시 #여성동아
사진출처 다음영화 전주국제영화제 Janus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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