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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terior

시크한 휴양지 감성을 담은 45평 아파트

글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4.15 10:30:01

내추럴과 모던 컨템퍼러리 무드의 믹스 매치. 여기에 가족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휴양지 호텔같이 시크하면서도 머물고 싶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한 151㎡ 아파트를 만났다.
그레이 컬러로 맞춘 거실. 곳곳에 놓은 식물이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거실 분위기에 따뜻함을 더한다.

그레이 컬러로 맞춘 거실. 곳곳에 놓은 식물이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거실 분위기에 따뜻함을 더한다.

“이곳은 저희 가족의 네 번째 집이에요. 두 번의 전셋집을 거친 후 첫 집을 장만했고, 큰아이의 중학교 진학과 작은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들 학교와 가까운 이 집으로 이사했어요. 이사를 여러 번 경험했지만 저희 부부에게 이 집의 의미는 남달라요. 이전 집은 처음 장만한 것이었음에도 빡빡한 예산 탓에 수리를 거의 못 했거든요. 그 점이 사는 내내 아쉬웠는데 이번 집에서 그 아쉬움을 모두 풀 수 있었죠. 작은 조명의 위치까지 부부의 취향을 담았으니까요.”

13세, 8세 남매를 둔 김홍기·이상미 씨 부부의 151㎡(45평) 집은 휴양지의 호텔 룸을 연상케 한다. 콘크리트 느낌이 나는 그레이 컬러 마감재와 컬러 톤을 맞춘 가구들, 타일과 스틸 등 메인 소재가 주는 차가운 느낌을 희석시키는 우드 소재 간살과 각종 식물, 그리고 늘 집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도록 돕는 완벽한 수납장이 어우러져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가족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만족스러운 공간이 완성된 데는 남편 김홍기 씨의 부지런함과 안목이 크게 작용했다.

“이사 7개월 전부터 자료를 모았어요. 먼저 ‘핀터레스트’ 등 인테리어 레퍼런스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하며 집의 전체적인 무드를 정했어요. 아내와 대화도 많이 했죠. 어느 정도 원하는 집의 모습이 그려졌을 때 이사 갈 곳 내부 도안을 러프하게 그린 후 구체적인 리노베이션 계획을 세웠어요. 현재 가진 가구 가운데 계속 사용하고 싶은 것을 고르고, 가구 배치와 조명 위치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정리했어요. 여기에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의 인테리어 레퍼런스 등 그동안 모은 자료까지 더해 PPT로 정리해보니 60페이지가 넘어가더라고요.”

원하는 집의 모습이 확실해지자 시공업체 선정은 어렵지 않았다. 여러 시공업체의 자료를 보며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 4~5곳을 추렸고, 부부가 원하는 바를 가장 잘 이해하고 다소 어려워 보이는 구조 변경까지 가능한 방향으로 방법을 제시해준 플립360으로 결정했다.

모던한 거실과
아빠의 비밀 공간

김홍기·이상미 씨 부부의 집은 구석구석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파트의 경우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주어진 공간 안에서 보기 좋게 수리하는 것이 리노베이션의 불문율이지만 김홍기 씨는 이 고정관념을 깼다.



“머릿속에 그린 집의 모습을 구현해내려면 어느 정도의 구조 변경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제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확신을 갖고 구조 변경을 요청할 수는 없었죠. 그 부분에서 시공 담당자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원하는 그림을 보여드리면 법적으로 그리고 안전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방법을 마련해주시고, 필요한 경우 구청에 서류를 제출해 허락을 받아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집의 히든 공간인 맨 케이브 룸의 문(왼쪽). 닫아두면 아트 월로 보인다.

이 집의 히든 공간인 맨 케이브 룸의 문(왼쪽). 닫아두면 아트 월로 보인다.

김홍기·이상미 씨 부부 집의 재미는 현관을 들어선 순간부터 시작된다. 김홍기 씨의 맨 케이브 룸이 바로 그것.

“저는 만화와 게임 컬렉터예요. 10세 때부터 쭉 이어온 취미 생활인데, 30년 넘게 모으다 보니 엄청 많아요. 그래서 예전 집에서도 그것들을 보관하고 즐길 수 있는 제 방을 만들었죠. 이번에도 저만의 맨 케이브 룸을 만들며 콘셉트를 ‘배트맨의 비밀 동굴’과 같이 숨겨진 방으로 정했어요. 그래서 제 맨 케이브 룸으로 들어가는 문은 슬라이딩도어예요. 우드 간살로 만들어 닫아 놓으면 아트 월로 보이죠. 누가 말해주기 전에는 이곳이 방인지 절대 알 수 없어요.”

맨 케이브 룸의 내부. 김홍기 씨가 30년 넘게 모은 만화책과 게임 자료 등이 잘 정리돼 있다.

맨 케이브 룸의 내부. 김홍기 씨가 30년 넘게 모은 만화책과 게임 자료 등이 잘 정리돼 있다.

이 집의 주조색인 차분한 그레이와 화이트로 채워진 거실의 관전 포인트는 수납장이다. 소파 뒤 벽면은 노출된 선반형 장식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립된 형태의 수납장으로, 자잘한 짐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돕는 일등 공신. 벽면의 포인트가 되는 탕부르 보드 스타일 아트 월 역시 수납장의 역할을 겸한다.

가족 소통의 공간,
대면형 주방과 다이닝 룸

내추럴한 식탁과 모던한 주방이 잘 어우러지도록 다이닝 룸 벽은 우드 간살 아트 월로 꾸몄다.

내추럴한 식탁과 모던한 주방이 잘 어우러지도록 다이닝 룸 벽은 우드 간살 아트 월로 꾸몄다.

“주방과 다이닝 룸은 집에서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리노베이션할 때 대부분 제 의견을 따라줬지만 주방만큼은 아내도 바라는 바가 확실했어요.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도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대면형 조리대를 원했고, 소형 가전, 조리 도구, 그릇 등 살림살이가 많은 곳인 만큼 그것들을 모두 숨길 수 있게 수납공간이 넉넉하면 좋겠다고 했죠.”

머릿속에 원하는 주방의 모습을 그렸지만 시공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시공 전 주방은 조리대가 니은(ㄴ) 자 구조였던 터라 대면형 주방으로 만들려면 수도 시설을 옮기는 등 대공사가 필요했기 때문. 지금의 시공업체를 선택하기 전 만난 몇몇 시공업체는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공사인 줄 몰랐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생각하던 업체들을 모두 만나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라는 집의 모습이 확실하고 자료도 충분하다면 시공업체 한 곳의 이야기만 듣고 결정하지 말고 되도록 많은 곳을 만나 상담을 받아봐야 하는 것 같아요.”

소형 가전은 물론 자잘한 주방 살림살이까지 모두 숨길 수 있도록 수납장은 벽면 가득 차게 짜 넣었다.

소형 가전은 물론 자잘한 주방 살림살이까지 모두 숨길 수 있도록 수납장은 벽면 가득 차게 짜 넣었다.

주방은 원하는 모습으로 완성됐다. 식탁을 마주 보며 조리할 수 있는 아일랜드 조리대가 놓였고, 주방 한 면에는 천장까지 틈 없이 딱 맞춘 수납장도 배치됐다. 수납장 내부 한쪽엔 양념병이나 저장 음식을 보관할 팬트리를, 다른 한쪽엔 에어프라이어와 전기밥솥 등 소형 가전을 꺼내지 않고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문이 달린 선반을 마련했다. 사용한 소재도 흥미롭다. 수납장과 조리대 모두 옅은 그레이 컬러지만 수납장은 광택 없는 매트한 질감의 소재를, 조리대는 메탈릭한 소재를 사용했는데 이들이 묘하게 어우러지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낸다.

“다이닝 룸에 있는 식탁과 의자는 전부터 사용하던 가구예요. 상태가 좋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계속 사용하기를 바랐죠. 실장님께 의견을 드리니 식탁 디자인과 소재를 감안해 주방과 잘 어우러지도록 다이닝 룸 벽에 우드 탕부르 보드를 설치해주셨어요. 그 덕에 모던한 느낌이 강한 주방인데도 저희 식탁과 다이닝 룸 전체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구조 변경으로 프라이빗하게 변신한
부부 침실

벽면을 장식한 우드 탕부르 보드와 짙은 그레이 컬러의 패브릭, 블랙 조명이 세련된 느낌을 더하는 침실.

벽면을 장식한 우드 탕부르 보드와 짙은 그레이 컬러의 패브릭, 블랙 조명이 세련된 느낌을 더하는 침실.

김홍기·이상미 씨 부부의 집은 전체가 호텔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부부 침실은 그중에서도 가장 호텔과 닮은 모습이다. 부부 침실을 통해 연결되는 파우더 룸, 파우더 룸을 통해 들어가는 부부 욕실이라는 획일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이 집만의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대대적인 구조 변경 덕분.

“부부의 공간은 프라이빗하게 꾸미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대적인 구조 변경을 시도했죠. 원래는 거실을 지나자마자 왼편에 부부 침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는데 그 문을 없애고 가벽을 이용해 일반 벽으로 만들었어요. 정면에 있던 벽을 허물고, 침실과 부부 욕실 사이에 있던 파우더 룸 자리에 건식 세면대를 놓았죠. 허문 벽 자리에는 양개형 철제 중문을 설치해 별도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강화시켰어요.”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는 건식 세면대. 블랙 수전과 조명이 더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든다.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는 건식 세면대. 블랙 수전과 조명이 더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든다.

부부 침실에 들어가려면 일단 중문을 열어야 한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건식 세면대. 그 세면대를 사이에 두고 왼쪽으로 가면 부부 침실이, 오른쪽으로 가면 부부 욕실이 등장한다. 부부 침실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그레이 톤 베이스에 침대 헤드 부분에는 벽면 가득 우드 탕부르 보드를 설치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파우더 룸을 없애 필요해진 화장대 공간은 침실 옆 벽면을 따라 선반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었다.

세면대를 없애 넓어진 샤워 부스에는 벤치를 놓았다.

세면대를 없애 넓어진 샤워 부스에는 벤치를 놓았다.

세면대가 바깥으로 나온 만큼 부부 욕실 공간은 넓어졌다. 이에 샤워 부스 공간을 더 넓히고 부스 내에 벤치까지 만들 수 있었다.

“부부 욕실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용할 때가 더 많아요. 샤워 부스가 넓어지고 벤치까지 있으니 아이와 앉아서 장난도 치고 물놀이도 하고 함께 양치질도 하고, 여러모로 좋더라고요. 비단 샤워 부스뿐 아니라 이 집으로 이사한 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아요. 이런 점이 마음에 쏙 들게 집이 고쳐진 것 이상의 즐거움이죠.”

오랫동안 부부의 버킷 리스트였던 리노베이션을 만족스럽게 마쳤고 아이들도 이 공간을 무척 좋아해줘서 더없이 기쁘다는 김홍기·이상미 씨 부부. 호텔같이 변신한 지금의 집에서 늘 여행지에 와 있는 듯 매일매일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바라본다.

#호텔인테리어 #아파트리노베이션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플립360



여성동아 2022년 4월 7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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