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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전문가 오건영 ‘불확실한 금융시장 돌파구’를 찾아라!

글 이현준 기자

2021. 08. 25

돈이 복사되던 주식시장이 끝나고 지루한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라는 이슈에 주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금융 전문가 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이 위기 돌파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년 3개월간 주식시장엔 환성이 가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3월 19일 장중 1439.43까지 곤두박질치며 위기를 맞았던 코스피 지수는 동학개미들의 분전과 이어진 정부의 확장정책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5월엔 2000선을 회복하더니 11월엔 전 고점 2607.10을 돌파했고 이후 연신 고점을 경신, 올해 6월 25일엔 장중 3316.08을 찍으며 3300선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어 시장 분위기는 반전됐다. 가장 큰 이슈는 미국 정부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하 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

2008년 연준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양의 자금을 풀었고, 2013년 5월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은 환율이 20%가량 떨어지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등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에 직면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투자자들에게 테이퍼링은 큰 불안 요소다. 한국 역시 올해 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 전망되는 등 서서히 국고를 걸어 잠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전 세계를 다시 휩쓸며 시장에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결국 이는 주가에 반영, 승승장구하던 코스피 지수는 하반기 들어 3200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횡보를 거듭하다 8월 13일엔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종가 3171.29를 기록하며 3100대로 내려앉았다. ‘영끌’해서 투자에 임하고 있거나, 뒤늦게 뛰어들어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은 현 상황이 주는 불안에 노심초사하기 마련.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금융 전문가 오건영 신한은행 IPS(Investment Product Service)기획부 부부장은 철저한 분산투자 원칙을 지키며 부(富)의 흐름을 따라갈 것을 권한다. 그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공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론을 경계했다.



오 부부장은 글로벌 매크로(거시 경제) 시장 분석, 투자 전략 전문가로서 미국 공인회계사 등 다수의 금융 관련 자격증을 보유했다. 인기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난해하고 복잡한 금융 및 경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시청자들로부터 ‘금융 천재’ ‘금리 전문가’ ‘갓건영’ 등의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2020년 ‘부의 대이동’에 이어 올해 6월엔 ‘부의 시나리오’를 출간했으며 두 저서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오 부부장은 ‘부의 시나리오’에서 “현 금융시장에 대한 공포를 넘어 다음 걸음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가 전하는 불안한 금융시장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분산투자와 안전자산 확보가 핵심

분산투자를 강조하시는데, 시드머니가 적은 투자자에게도 해당되는 원칙인가요. 적은 돈을 나누기까지 한다면 기대수익률이 너무 낮아지지 않을까요.

분산투자에도 여러 개념이 있습니다. 현재 가진 자산을 기준으로 나누어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점을 기준으로 분산하는 것 역시 방법이에요. 적립식 펀드나 적금을 예로 들 수 있죠. 사회 초년생, 학생 등 시드머니가 적은 투자자는 시점에 따른 분산투자를 통해 투자금을 쌓아갈 필요가 있어요. 다만 모든 돈을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만 쌓으면 위험할 수 있어요. 예컨대 매달 50만원씩 모은다면 30만원은 위험자산, 20만원은 적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해요. “지금은 금리가 너무 낮지 않나”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금리가 낮았던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적금은 수익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시드머니를 견실히 쌓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이러한 방식으로 분산투자를 하다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을 만나게 되면 시드머니가 크게 증가할 수도 있고요.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진 주식시장이 호황이었지만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일각에서는 재정정책으로 인한 버블이 꺼지며 유례없는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나와요.

세상을 보는 관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2003년부터 은행에서 일을 했는데, 당시 유행했던 말이 “우리도 일본처럼 버블이 꺼지며 부동산 가격이 무너지고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맞이할 것이다”였어요. 이유는 일본이 그랬기 때문에 우리도 그럴 거라는 거였죠.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일본이 그랬기 때문에 타산지석으로 삼아 그들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예전에 대공황을 겪어보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웠기에 다시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포인트예요. 아무런 문제가 없진 않겠지만, 걱정하는 수준의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과거의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가 있는 셈이죠.

책에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자산으로 ‘달러’를 추천하셨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달러 통화량이 급증한 상태예요. 그럼에도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볼 수 있을까요.

역설적인 이유가 있죠. 첫 번째는 달러를 많이 찍어내면 그만큼 더 많은 달러가 전 세계로 흘러 들어가 더욱 많은 사람이 달러를 쓰게 돼요. 화폐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쓰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해요. 같은 액수의 현금과 구두 상품권 중 무엇을 받을지 선택한다면 전자가 더 좋겠죠. 구두 상품권으론 구두밖에 살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인도나 브라질과 교역을 할 때도 그 나라의 화폐인 루피, 헤알이 아니라 달러를 쓰죠. 달러는 전 세계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데, 더 많이 찍어내게 되면 그만큼 효용성이 증가하게 돼요. 두 번째, 양적완화(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를 미국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것만큼 유럽, 일본, 호주 등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자국 통화를 발행하고 있어요. 모든 나라에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달러가 타 통화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없겠죠.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달러가 널리 쓰인다는 말은 빚도 달러로 졌다는 뜻이기도 해요. 만약 경제위기가 닥치면 금융기관에서 대출 상환을 요구할 텐데, 자국 통화를 팔아 달러를 구입해 갚아야 하죠.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기에 가격도 오르게 돼요. 다만 달러처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듯해요. 시장에 위기가 닥쳤을 때 금 가격이 함께 추락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볼 수 있지만 금은 아니라고 봐요.

테이퍼링을 우려하는 투자자도 많아요.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 같은 전례도 있고요.

테이퍼링 역시 학습효과가 주효해요.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한 번 해봤다는 거예요. 과거의 경험이 엄청난 교과서가 되거든요. 다만 과거에 비해 부채가 너무 늘어났다는 건 위험요소예요.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 조금만 자산 매입을 축소해도 시장이 흔들릴 수 있죠. 연준도 그것을 알기에 계속 뜸을 들이며 여러 번 신호를 주고 시장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거죠. 과거와 같은 탠트럼은 나오지 않을 거예요.

금리 인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7월 가계 대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영끌해가며 투자 중인 사람이 많은데, 그들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일 듯해요.

시그널링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0.5%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지금까지 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렸던 것 역시 사실이에요. 그렇다 보니 투자하는 사람들이 빚지는 걸 겁내지 않게 됐어요. 앞으로도 금리가 오르지 않을 거라 믿게 되고요. 기준금리를 올려봐야 0.25〜0.5%일 텐데, 이는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에요. 하지만 금리가 계속 내리지 않고 앞으론 오를 수도 있다는 충격은 줄 수 있죠. 투자의 핵심은 내가 산 걸 다음 사람이 더 비싼 값으로 사주는 것이에요. 그런데 금리의 방향성이 서서히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신규 투자자의 진입을 억제해 영끌족에겐 악영향을 줄 수 있겠죠. 빚이 없다면 가진 자산 가격이 하락해도 소위 ‘존버’할 수 있지만 빚이 많은 경우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좋지 못한 가격에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돼요. 때문에 근래와 같은 상황에서 영끌은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초보 투자자라면 더더욱요.

오 부부장은 ‘부의 시나리오’에서 불안한 현 상황을 넘어 전 세계가 ‘아름다운 강세장’을 맞이하기 위해선 미국이 지속적으로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으로 ‘고압경제(수요가 공급을 항상 상회하여 공급이 수요를 뒤따르는 만성적 호황)’를 유지하고 이에 맞춘 Non-US 국가의 공조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고려하면 세계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인데, 세계적 강세장을 생각하긴 어려워진 것 아닐까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해요. 말씀드렸듯 현재 한국의 금리는 현저히 낮고 인상하더라도 그리 큰 수준은 아니에요. 이것은 ‘긴축’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지나친 과열을 살짝 식혀주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길게 가져가기 위한 포석이라 봐요. 연준의 테이퍼링 역시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겠다는 게 아니에요. 액셀을 밟는 강도를 조정하겠다는 거죠. 멀리 가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고 봅니다.

중후장대 섹터의 가치주에 주목!

여러 전문가들이 불확실한 상황엔 현금 비중을 늘리라고 강조하는 등 분산투자에 있어 자산의 비중 조정도 중요한 것 같아요. 최적의 비중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것이 핵심이에요. 투자 경험이 많아 멘털이 강한 사람이라면 자산 가격이 하락해도 잘 버티지만 초보 투자자는 그렇지 못해요. 또 은퇴를 앞두고 있는 투자자라면 향후 기대 수입이 낮기에 위험을 감당하기 쉽지 않고요. 투자경험, 나이, 부채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기에 사람마다 비중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건 처음 정한 비중을 계속 유지하는 거예요. 예컨대 1백만원 중 주식에 50%, 채권에 50%가 자신의 적정 비중이라 생각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가정해볼게요. 1년이 지났더니 주식은 1백만원이 됐고 채권은 그대로 50만원이라면 주식을 팔아 주식 75만원, 채권 75만원을 만들어 처음 생각한 비중을 유지하는 거예요. 그런데 보통 이렇게 하지 않아요. ‘전부 주식을 살걸’ 하는 생각에 채권을 전부 팔아 주식을 매입하곤 하죠. 이러다 주식시장이 흔들리게 되면 패닉에 빠지고 말아요. 6개월이든 1년이든 주기적으로 자산을 리밸런싱해줘야 해요. 흔히 사회 초년생을 비롯한 초보 투자자에겐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6:4로 추천하는데, 본인이 여기에 해당된다면 리밸런싱 원칙을 꼭 기억하길 바라요.

책에서 신흥국의 ‘이머징 마켓’도 눈여겨볼 것을 권했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이머징 마켓을 강조한 이유는, 세계적 호황을 위해선 미국의 강한 성장과 더불어 신흥국들의 성장 역시 따라줘야 하는데 그들의 성장에 투자해 수익을 노리자는 뜻이에요. 한국은 신흥국 중 강호로 볼 수 있어요. 괜찮은 투자처라 생각해요.

중국 역시 좋은 투자처로 보시는데, 경제적으론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적인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잖아요. 근래 중국 당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적도 있고요.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현재로선 중국을 성숙한 시장으로 보긴 어려워요.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투자자들을 수시로 실망시키죠. 하지만 위기가 많다는 건 그만큼 기회도 많다는 뜻이에요. 전 세계에서 중국만 한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장의 주도권을 쥘 곳이라고 봐요. 이런 곳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건 중요하죠. 다만 불안함을 안고 있는 시장이고 변동성도 큰 시장이 맞기에 ‘올인’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오 부부장은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 고성장·고물가, 고성장·저물가, 저성장·고물가, 저성장·저물가라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오랫동안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머물러왔지만, 이 중 오 부부장이 기대하는 것은 고성장·고물가를 나타내는 전 세계적 호황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을 때 산유국은 석유를 감산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도 멈춘 예를 들며 “그와 같이 전 세계가 공조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또 근래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오 부부장은 이와 같은 고성장·고물가 시대를 대비해 중후장대(重厚長大,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것’을 뜻하는 말로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등의 제조업) 섹터의 가치주에도 투자할 것을 권했다.

가치주에 투자할 것을 권하셨어요. 아직까진 성장주가 강세인 상황에 가치주에까지 투자하려니 투자자로선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이유는, 각각에 대비해 모든 자산에 분산투자하라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서 각각의 확률이 25%로 동일한 것도 아니에요. 제가 고성장·고물가 시대가 올 가능성을 높게 봐 가치주를 추천했듯이 각자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그려가는 게 중요해요. 자신이 높은 확률로 올 것이라 믿는 시대를 선택하고 그에 맞게 자산 비중을 가져가길 권해요. 또 자산군에서도 옥석을 가려 그 안에서 비중을 조정해야 하고요.

한편 오 부부장은 ‘부의 시나리오’에서 금융 공부를 시작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10권의 책을 추천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암호화폐에 관한 책 ‘비트코인은 강했다’(케이디북스)이다. “암호화폐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이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더 올리는 데 좋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암호화폐에 관련된 책을 추천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처로 암호화폐는 어떤가요.

책은 암호화폐의 본질을 실물화폐와 연관해 합리적으로 설명했다는 생각에 공부 목적으로 권한 것이에요. 근래 암호화폐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저도 궁금해서 연구를 해본 적은 있지만 전문가라 할 순 없어 암호화폐의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자산으로 인정받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이러한 과정에선 뉴스 하나에 가격이 크게 오르내려요. 변동성이 심하기에 적은 액수여도 초보 투자자들은 굉장히 불안할 수 있으니 투자엔 신중해야 해요. 자신의 심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투자하길 권하고, 다만 공부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박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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