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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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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아이도 웹드라마에 빠져 있나요

EDITOR 윤혜진

2020. 04. 13

온가족을 TV 앞으로 불러모으는 ‘안방극장’은 이제 옛말이다. 요즘 10대들은 TV보다 웹드라마를 즐겨본다. 웹 드라마에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동명의 스토리게임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일진에게 찍혔을 때’

동명의 스토리게임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일진에게 찍혔을 때’

요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으로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 아무 때나 시청한다. 이때 즐겨보는 장르는 단연 웹드라마다. 웹드라마란 ‘웹’(Web)과 ‘드라마’가 합쳐진 신조어다. 영상의 길이가 일반적으로 10~20분 내외로 짧고, 주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된다. 실시간 시청은 물론 몰아보기도 무료로 가능하다. 

요즘 10대에게 웹드라마는 거의 90년대 주말 드라마급 인기다. 메가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연애플레이리스트’의 경우 시즌4까지 누적 조회수가 지난해 12월 기준 6억3천만 뷰를 돌파했고 ‘에이틴’ 시즌 1·2 누적 조회수는 같은 기간 기준 4억8천만을 훌쩍 넘겼다. 지난 3월 31일 오픈한 ‘일진에게 찍혔을 때2’ 1화는 일주일 만에 누적 조회수 3백만 뷰를 돌파했다.

내 얘기 같은 현실밀착형 대사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웹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일단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바쁜 10대들은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이 완성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쳐’(Snack Culture)를 선호한다. 웹드라마는 심지어 이동 중이나 외부에서 보는 시청자를 고려해 시끄러운 곳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한글 자막을 제공한다. 

학원차에서 주로 본다는 고등학생 박모 양은 “집에 가면 밤이라 TV를 보면 엄마에게 혼난다. 이동 중 보는 게 마음 편하다”라며 “TV 드라마를 보더라도 한 시간 내내 집중하기가 힘들다. 웹드라마는 짧아서 지루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소재 중학교 3학년 김모 양은 날 잡아 ‘정주행’ 하는 스타일이다. “반에서 2~3명 정도 제외하곤 거의 다 웹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TV 드라마보다 짧아서 몰아보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브라운관에서 10대가 좋아할만한 시트콤이나 청춘물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웹드라마에 눈길이 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많은 작품들이 중·고등학생의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우정, 로맨스 등을 담는다. 올 봄 tvN에서도 방영된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 우리의 열아홉’은 “너는 걱정 안해도 되지 않아? 생기부(생활기록부)가 스무 장이나 넘어가잖아”, “시험기간에는 청소도 재미있고 하지 말라는 건 더 재미있다. 꼭 중요한 날 생리통은 끔찍하게 심해지고” 같은 청소년 현실밀착형 대사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알람을 설정해놓고 그때그때 ‘언어의 온도’를 챙겨봤다는 중학교 3학년 최모 양은 “웹드라마를 보면 힐링이 된다. 학교에서 일어날만한 에피소드를 잘 표현한다”며 “‘언어의 온도’ 외에도 ‘리얼:타임:러브’, ‘연남동 키스신’ ‘에이틴’을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 양 역시 웹드라마가 학교생활의 활력소다. 김양은 “친구들과 어제 본 웹드라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웹드라마에 나온 옷이나 화장품을 따라 산다”며 “10대의 로망이 섞여 있어 간접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고 드라마에 나온 옷과 화장품 구매

인기 웹드라마 ‘에이틴’의 한 장면.

인기 웹드라마 ‘에이틴’의 한 장면.

웹드라마는 지상파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1/10 수준으로 저렴하고 시청률 부담도 덜한 대신 트렌디함이 생명이다. 최신 유행과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적극 반영한다. ‘좀 예민해도 괜찮아’ 시리즈는 젠더 이슈를, ‘조아서 구독중’은 영상 크리에이터의 일상을 담아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으로 신인을 캐스팅하는 것도 신선한 맛을 내는 데 한 몫 한다. 공감을 키워드로 하는 작품에선 TV에서 자주 보던 연예인보단 노출이 덜 된 신선한 배우가 더 극에 몰입을 돕는다. 요즘은 웹드라마가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데뷔 무대로도 활용되고 있다. 갓 데뷔한 신인은 얼굴을 알릴 수 있고, 유명 그룹 아이돌은 다음 수순을 위한 워밍업을, 제작사에서는 화제성을 노릴 수 있어 모두에게 윈윈인 셈이다. 

‘에이틴’의 여주인공 신예은은 단 한 편을 통해 ‘10대들의 전지현’으로 떠오른 케이스다. 신예은은 tvN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 주연에 이어 현재 KBS 2TV ‘어서와’ 주연으로 활약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웹드라마로 경험을 쌓은 뒤 지상파 작품에 진출하면 연기력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며 “요즘은 웹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져 팬들도 출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작품 자체를 응원하는 팬덤이 형성되는 것도 웹드라마의 특징이다. 웹드라마 팬들은 댓글로 실시간 소통하며 결속력을 다진다. ‘오피스워치’ 시리즈를 제작한 ‘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는 ‘2019 오피니언 마이닝 워크샵’에서 “콘텐츠를 좋은 걸 만들면 팬들이 자동적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다. 팬들을 모아가면서 콘텐츠도 키워가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플레이리스트’ 박시은 PR매니저 인터뷰
“‘에이틴’ 신드롬, 보고 싶고 따라 하고 싶게 만든 결과”

일명 ‘연플리’로 불리는 ‘연애플레이리스트’의 주인공들.

일명 ‘연플리’로 불리는 ‘연애플레이리스트’의 주인공들.

‘연애플레이리스트’, ‘에이틴’, ‘XX’, ‘엔딩’ 시리즈 등을 만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는 4월 기준 유튜브 국내 채널 구독자수 2백52만 명, 해외 채널 구독자수 1백40만명이 넘을 정도로 탄탄한 팬덤을 자랑한다. 박시은 PR매니저로부터 웹드라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웹드라마 시청자 연령층이 어떻게 되나요. 

주력 플랫폼인 유튜브 주 이용자층이라 할 수 있는 10~20대가 가장 많습니다. 다만 작품마다 타깃이 달라 최근 종영한 ‘XX’와 ‘또 한 번 엔딩’은 20~30대 시청 유입도 많았습니다.

10대 시청자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콘텐츠에 대해 빠르게 소통하고 피드백을 줍니다. 예로 ‘XX’ 방영 초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썸네일을 사용하고, 연출 분위기도 영화적 느낌을 많이 살렸는데 이런 부분들을 모두 알아차리고 전작들과 비교하는 등 빠르게 평가해주더라고요. 또 집단의식이 높아서 모두가 보는 것을 나만 보지 않아 생기는 소외감을 무서워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작품을 만들 때마다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연구해 10대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 중입니다.

웹드라마를 제작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 

첫 번째는 제작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따라하고 싶은’ 것을 만듭니다. ‘에이틴’을 예로 들면 10대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구현하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보여줄 캐릭터들을 따라하고 싶을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드는데 집중했죠. 그 결과가 ‘에이틴 신드롬’으로 이어졌고, 특히 주인공 도하나는 솔직하고 당당하면서도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는 여린 모습도 가진 다채로운 캐릭터로 탄생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자기주도적이고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에이틴 시즌2’의 경우 콘텐츠 최초로 팬십을 모집했는데 반응이 어땠나요. 

V오리지널에서 가장 먼저 시청할 수 있다는 것 외에 팬미팅 선예매 혜택을 제공했는데, 선예매 티켓팅 당일 1분도 되지 않아 티켓이 매진되더라고요. ‘에이틴’ 자체가 아이돌 팬덤만큼 화력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습니다. 

‘연애플레이리스트’의 경우 연극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리메이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MBC에서 방영한 ‘XX’도 리메이크 문의가 들어와 진행 중입니다. ‘에이틴’은 특히 일본에서 반응이 좋은 편이예요. 3천명 규모로 진행한 일본 팬미팅 당시 전석 매진되었는데, MD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올 7월에는 플레이리스트 페스티벌을 진행해 그간 작품의 세계관을 현실에서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유명 스타 캐스팅이나 웹드라마의 지상파 진출 등 웹드라마 시장이 진화 중이긴 하나 자칫 웹드라마만이 가진 색이 퇴색되진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콘텐츠를 방영하는 플랫폼과 미디어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과 TV의 경계가 허물어질수록 콘텐츠 성격과 콘텐츠에 출연하는 아티스트의 범위도 확장되는 중이고요. 전통 미디어에서 시작한 김새론, 장영남, EXID 하니 등이 ‘연애플레이리스트’, ‘인서울’, ‘XX’에 출연하거나 반대로 웹드라마를 시작으로 TV에서 활동 중인 신예은, 김동희(‘이태원 클라쓰’) 등의 사례도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도 디지털과 전통 미디어의 경계를 허물고, 시청자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트렌디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기획 정혜연 기자 사진제공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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