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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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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달콤한 유혹 설탕 없는 과자 공장 오세정 대표

EDITOR 강현숙 기자

2020. 04. 08

설탕이 안 들어간 빵과 과자가 과연 맛이 있을까? 무설탕 빵과 과자를 만드는 오세정 대표에게 그 대답을 들었다.



한 번이라도 직접 빵과 과자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가는 설탕 양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베이킹에서 필수 재료라고 인식되는 설탕이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름 그대로 설탕을 넣지 않고 빵과 과자를 만드는 ‘설탕 없는 과자 공장’의 오세정(32) 대표는 대체 감미료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설탕 대신 칼로리와 혈당 지수가 낮은 대체당을 넣어 만든 스콘, 브라우니, 머핀, 쿠키, 그래놀라 등을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데, 무설탕 베이커리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당류 섭취에 제한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물론 다이어터들, 아이들의 건강 간식으로 인기다.

당뇨 앓는 엄마 위해 무설탕 베이킹 시작해

1 스콘에 들어가는 재료들. 아몬드 가루, 에리트리톨, 생크림, 소금, 베이킹파우더, 코코넛 가루(왼쪽 큰 볼부터 시계 방향으로). 
2 밀가루 대신 콩가루, 설탕 대신 말티톨을 넣어 만든 콩브라우니.

1 스콘에 들어가는 재료들. 아몬드 가루, 에리트리톨, 생크림, 소금, 베이킹파우더, 코코넛 가루(왼쪽 큰 볼부터 시계 방향으로). 2 밀가루 대신 콩가루, 설탕 대신 말티톨을 넣어 만든 콩브라우니.

무설탕 제과 식품 스타트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엄마가 저를 임신했을 때 임신성 당뇨가 생겨서 지금까지 고생하고 계세요. 식구 모두 빵을 좋아하는데, 당류와 탄수화물 섭취에 제한이 있어 먹고 싶은 걸 참아야 하는 엄마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당뇨는 가족력이 있는 병이다 보니 ‘빵순이’인 저 역시 걱정이 됐고요. 또 우리나라 당뇨 인구와 당뇨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인구를 살펴보니 대략 8백만 명으로, 무설탕 &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보리와 밀 등 곡류에 들어 있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의미. 글루텐은 장내 염증이나 소화 장애, 피부 트러블,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제과 식품에 대한 수요가 있을 거라 판단됐어요. 연세대에서 불어불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5년간 회사에 다녔는데,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도 커져 2016년 설탕 없는 과자 공장을 열게 됐습니다. 무설탕 빵 7종류, 쿠키 6종류, 그래놀라 3종류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설탕을 빼고 빵과 과자를 어떻게 만드나요. 

어릴 때부터 베이킹에 관심이 많았지만,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레시피 개발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과 관련 학원을 다니며 기본 기술을 익히고, 대형 베이커리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무설탕이나 글루텐 프리에 관한 해외 논문과 자료도 많이 찾아봤고요. 맛과 영양 성분을 잡으려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듭했는데, 버린 반죽만 수백 kg이 넘을 거예요. 

우선 설탕 대신 저칼로리 대체당을 사용해요. 에리트리톨, 스테비아, 말티톨 등 3가지를 넣는데, 조만간 알룰로스와 나한과도 적용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이런 대체당의 특징은 설탕과 유사한 단맛을 내지만 몸에 축적되지 않고 배출돼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만 설탕과 똑같은 단맛을 낼 수는 없고, 대체당에 따라 뒷맛이 쓰거나 단맛이 적은 특성이 있어요. 적절하게 배합해 설탕과 유사한 단맛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밀가루가 들어간 초기 제품 4가지(아몬드쿠키, 코코넛쿠키, 초코칩, 모카링)를 제외하고는 밀가루 대신 콩가루와 아몬드 가루, 쌀가루 등을 사용하고 방부제와 인공색소를 넣지 않아요. 제품에 따라 가공 버터와 달걀도 들어가지 않아 아토피가 있거나 어린 아이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어요. 밀가루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사람들에게도 좋고요. 

맛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정말 맛있어요(웃음).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게 맛이거든요.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안 먹게 되잖아요. 맛이나 식감이 기성 식품과 비슷하도록 계피나 민트 같은 감칠맛을 내는 천연 재료를 적극 활용해요. 또 풍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향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아몬드 가루를 넣어 만든 스콘과, 콩가루를 넣고 초콜릿 대신 카카오 분말로 풍미를 업그레이드한 콩브라우니가 특히 인기예요. 

저칼로리 대체당은 일반 요리에 넣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찌개나 볶음 요리를 만들 때 설탕 대신 넣어도 좋아요. 다만 너무 많은 양을 첨가하면 대체당 특유의 쓴맛 등이 부각될 수 있으니 설탕의 반 정도만 넣는 것을 추천해요. 에리트리톨, 말티톨, 스테비아 등의 대체당은 쇼핑몰이나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어요. 제조 업체에 따라 가공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입자 크기 등도 다양하고요. 요리 전 테이스트해보고 활용하세요. 

설탕이 모든 사람에게 나쁜 것일까요. 

설탕이 무조건 해로운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설탕을 먹고 있고, 현대인이라면 설탕을 먹을 수밖에 없죠. 설탕 자체보다는 섭취량이 문제예요.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양을 조절해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설탕이 안 들어간 빵과 과자를 만드는 이유는 당뇨 환자처럼 설탕을 유의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식품 선택 폭을 넓혀주고 싶어서랍니다. 메뉴 개발에 열심인데, 기존 메뉴와 더불어 3~4가지를 더 선보일 계획이에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네요. 

저당질 베이커리 회사가 점차 많아지면서 시장이 확산되고 있어요.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 같아요.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어요. 제품 가짓수는 일반적인 대형 빵집에 비하면 턱없이 적지만, 무설탕 제품치고는 많은 편이에요. 앞으로는 비건 라인을 추가하고, 케이크류도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올해에는 수출도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 해외에서 K푸드(K-food)가 큰 인기잖아요. 한국의 특산물인 청양고추를 넣은 스콘 같은 요리를 개발해 싱가포르나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싶어요.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문의도 들어와 고민하고 있습니다.

참 쉬운 무설탕 스콘 만들기

오세정 대표가 코코넛 가루와 단호박 가루를 넣어 만든 스콘 레시피를 공개했다. 만드는 방법이 쉽고 간단해 아이와 함께하는 베이킹에도 제격이다.

코코넛스콘

“담백한 맛의 스콘이에요. 아몬드 가루와 코코넛 가루, 생크림이 들어가 푸석푸석하지 않고 촉촉해 목 넘김이 편해요.”

Ingredients(10개 분량)
아몬드 가루 3컵, 에리트리톨 1/3컵, 베이킹파우더 4g, 코코넛 가루 1컵, 생크림 3/5컵, 소금 2g(컵은 종이컵 기준)

How to make
1
아몬드 가루, 에리트리톨, 베이킹파우더, 코코넛 가루를 각각 체에 쳐서 같은 볼에 담는다.
2 생크림에 소금을 넣어 섞는다.
3 ①에 ②를 두세 번으로 나눠 넣으며 잘 섞어 반죽을 만든 다음 냉장고에 두고 2시간 동안 휴지시킨다.
4 도마에 반죽을 올린 뒤 2~3cm 두께로 평평하게 만든다.
5 쿠키 틀로 찍어서 모양을 낸 뒤 180℃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12~15분간 굽는다.
6 기호에 따라 잼이나 크림치즈를 곁들여 먹는다.

단호박스콘

“단호박 가루가 들어가 고소하면서 달달한 맛이 나요. 스콘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어요.”

Ingredients(10개 분량)
아몬드 가루 4컵, 에리트리톨 1/3컵, 베이킹파우더 4g, 단호박 가루 1/2컵, 두유 3/5컵, 소금 2g(컵은 종이컵 기준)

How to make
1
아몬드 가루, 에리트리톨, 베이킹파우더, 단호박 가루를 각각 체에 쳐서 같은 볼에 담는다.
2 두유에 소금을 섞는다.
3 ①에 ②를 두세 번으로 나눠 넣으며 잘 섞어 반죽을 만든 다음 냉장고에 두고 2시간 동안 휴지시킨다.
4 도마에 반죽을 올려 2~3cm 두께로 평평하게 만든다.
5 쿠키 틀로 찍어 모양을 낸 뒤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2~15분간 굽는다.
6 기호에 따라 잼이나 크림치즈를 곁들인다.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오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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