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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health

치매 예방 소셜벤처 꿈꾸는 선준미디어

우리 동네 색칠하며 치매 OUT!

EDITOR 조윤

2019. 11. 28

지난해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약 75만 명. 선준미디어는 시니어 세대에게 익숙한 ‘화투’와 ‘우리 동네’를 소재로 국가적 해결 과제인 치매 예방과 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10월 30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제3회 서울숲 소셜벤처 엑스포.’ 사회적 가치 창출과 이윤 추구를 목표로 삼은 소셜벤처 기업들의 판로 지원과 투자 연계를 위해 열린 행사에는 1백40여 개 기업과 2천여 명의 관람객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많은 이의 발길을 붙잡은 곳은 선준미디어 부스. 간단한 숫자 연산과 그림 그리기, 상담자의 말 따라 하고 기억하기 등을 통해 뇌 건강 테스트를 직접 해보며 참가자들은 진지하면서도 연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성수동에 사는 주부 김자혜(57) 씨는 10분 내로 간단하게 기억력치매 등 뇌 건강을 진단할 수 있다는 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50대 후반이 되니 자꾸 깜박깜박해요. 그렇다고 어디 가서 기억력 테스트를 하거나 치매 예방 교육을 받는 방법은 모르겠고요. 우연히 동네를 지나가다 행사에 참여했는데, 동화책 같은 데다 그림 그리고 색칠하다 보니 검사라는 걸 잊고 재미있게 했어요.” 

선준미디어는 치매 예방과 치료 등을 목적으로 시니어 세대를 위한 두뇌 건강 교재를 출판하는 기업이다. 특히 상담자와 내담자가 일대일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거나, 내담자 혼자 수십 가지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기존 치매 검사에서 탈피해 미술적 시각 자료를 활용한 ‘원더풀 브레인 평가지(인지기능·치매 평가 검사지)’는 특허 출원까지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선준브레인센터의 전문 강사진과 함께 2가지 방식의 검사를 모두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기존 검사가 단순히 오늘의 날짜, 계절, 현재 위치 등에 답하는 식이라면 브레인 평가지는 틀린 그림 맞히기, 도형 채워 넣기,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 등 보다 입체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마치 어린 시절 교사가 집으로 찾아와 함께 방문 학습지를 푸는 느낌도 들었다. 미술교육을 전공한 이경연 선준미디어 대표는 치매 치료에 미술을 접목한 검사지를 직접 연구·개발했다. 

“치매 검사가 필요한 분들을 만나보니 ‘문제를 못 맞히면 어쩌지?’ ‘정말 치매로 판정을 받으면 어떡하지?’ 등 검사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질문 항목이 많으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기존의 문답 방식이나 글 중심의 딱딱한 검사 방식은 내담자의 두려움을 배가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원더풀 브레인 평가지는 미술적 요소를 기반으로 해 내담자가 검사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검사에 임할 수 있도록 했죠.”

‘화투’ ‘우리동네’ 테마로 친근감과 흥미 높여

선준미디어는 지난해 ‘컬러링 워크북’과 ‘원더풀 두뇌건강 시니어 워크북’ 시리즈를 출간한 데 이어 최근 ‘원더풀 브레인 워크북’까지 치매 예방 교육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치매 검사까지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재를 개발했다. 이 교재들 역시 글 의존도가 높은 기존의 치매 프로그램의 한계를 미술로 극복한 것이다. 특히 초기 교재인 컬러링 워크북은 ‘화투’를 소재로 한 것이 특징. 실제 최근 어르신 교육을 함께 주관했던 옥수종합사회복지관 권기현 관장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에 비해 현장에서 어르신들에게 제공할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선준브레인센터에서 제안한 이번 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결과에 대해서도 만족하고 있다. 참여한 어르신들도 친근한 화투 그림을 활용한 선잇기, 미로찾기, 칠하기, 조형물 만들기 등 다양한 미술교육활동이 재밌고 매우 유익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올 초 발간한 ‘원더풀 브레인 워크북’에 이어 최근 성동구 내 어르신들의 교육을 위해 제작한 기억력/조형력 워크북의 경우,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을 중시하는 시니어 세대의 특징에 초점을 맞춰 익숙한 자기 동네의 건물과 조형물들을 주제로 했다. 선준미디어는 이번 행사를 위해 서울시 조형물을 담은 교재도 새로이 제작했다. 교재에는 성동구와 종로구를 중심으로 한 동네별 그림 지도, 그곳에 대한 역사적 설명과 함께 ‘응봉산 팔각정 만들어보기’ ‘사한단 터와 동빙고 그림 채색해보기’ ‘왕십리역 오거리에 가보고 그림 그려보기’ 등 기존보다 더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한 세분화되고 심화된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이 팀장은 앞으로 서울 전역의 주요 동네를 테마로 교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무슨 계절이죠?’ ‘오늘은 몇 월 며칠인가요?’와 같은 기존의 치매 진단을 위한 질문들은 너무 포괄적이란 단점이 있어요. 실제 교육에 나가 보니 어르신 세대는 보다 개인적이고 자신과 밀접한 것을 기억하길 원하시더군요. 기존엔 컬러링과 드로잉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 교재는 ‘우리 동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구술 능력을 향상시키고 종이를 오리고 붙이며 조형물을 만들어보는 등 근육운동까지 할 수 있게 발전시켰습니다.” 

실제로 선준미디어가 개발한 교재로 강서치매안심센터에서 초로기 치매환자들에게 3개월간 교육한 결과 기존 기관들에서 사용하는 간이치매검사지와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으면서 높은 만족도 조사 결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추후에는 교육 참가자들이 작성한 검사지와 교재를 의료진에게 자문 및 감수를 받아 개인별 맞춤형 결과까지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출판 시장에는 이 같은 시니어 세대의 두뇌 개발을 위한 전문 교육 교재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에 선준미디어를 찾는 곳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선준미디어는 현재 성동구 3곳의 복지시설에서 정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의 치매안심센터, 보건소, 노인전문병원 등에 교재를 납품한다. 올해 1월에는 교육자 양성 및 교육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발전시켜 나갈 (주)선준브레인센터도 설립했다. 미술치료 교육의 특성상 상담자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효과가 배가되기에 단순히 교재를 시장에 내놓는 것을 넘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교육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교재 개발과 교육자 양성 2가지를 모두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치매 예방 교육은 2가지가 함께 가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이에 앞장서 선도적인 소셜벤처 기업이 되겠다”고 전했다.

이경연 대표
“예방 교육과 주변인 관심이 치매 물리칩니다”

지난해 국내 치매 환자는 약 75만 명.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발병률은 8.2~10.8%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를 앞둔 2024년에는 그 숫자가 1백만 명, 2041년에는 2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경연 대표가 치매 관련 연구에 착수한 것도 치매를 경험한 가정사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미술을 접목한 치매 예방과 치료에 관한 연구로 2010년 논문을 발표하면서 선준미디어 설립의 초석을 다졌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지는 뇌 기능이 악화된 뒤 합병증으로 돌아가시면서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했죠.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경험이 저를 이 길로 이끌었어요.” 

치매는 여러 원인에 의한 뇌 손상으로 기억력 등 인지 기능에 장애가 나타나는 증상이다. 후천적인 질환인 만큼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이에 이 대표가 강조하는 건 ‘누구나 부담 없이 예방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술 치료를 기반으로 한 쉽고 흥미로운 교재를 만들어온 선준미디어는 앞으로 아동을 위한 워크북도 선보일 계획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뇌 건강 검사를 할 수 있게 하려고 교재를 만든 거예요. 치매 예방과 치료는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거든요. 계속 기억을 환기시켜주고 우울해하지 않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죠. 소셜벤처 기업으로서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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