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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law

후배들 대화 도청한 직장 상사, 처벌은?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이재만

2019. 08. 24

회사 상사 A가 저를 포함한 후배들의 대화를 녹음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들끼리 나눈 대화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어서 의심하고 있던 차 회사 탕비실에서 A가 설치해놓은 녹음기를 발견했습니다. A는 실수로 녹음기를 놓고 갔다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1년 이상 후배 직원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엿들었으며 자신의 뒷담화를 한 직원들에게 인사 고과상 불이익을 주었습니다. 사내 징계 절차와 별도로 A를 형사 처벌할 수 있을까요.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에 의하면 누구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어기고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또는 이에 따라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에게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녹음하는 사람이 원래부터 그 대화에 당사자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통화를 증거로 남겨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화 상대방이 모욕, 협박 등을 하기 때문에 그 대화를 증거로 형사고소를 하려는 경우, 혹은 상대방과 구두계약을 맺으면서 나중에 발생할지 모를 분쟁을 대비하여 증거를 남기려는 경우 등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녹음을 하겠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 없이 몰래 녹음을 하더라도 법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이는 녹음자와 대화자가 일대일로 대화하는 경우는 물론, 녹음자가 다수의 대화자들 간의 대화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3인 간의 대화에 있어서 그중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에 다른 두 사람의 발언은 그 녹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녹음을 하는 사람이 두 사람 간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녹음을 하면서, 대화자 한 명의 동의를 받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또 다른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됩니다. 

아내가 남편의 불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집 전화를 도청하여 남편과 불륜녀의 통화 녹음을 증거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아내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실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에 기반해 의뢰인의 직장 상사 A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A는 회사 탕비실에 녹음기를 설치해두고 A 자신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즉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왔습니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사내 징계 절차에 따른 징계 외에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A가 회사에서 징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징계는 형사 처벌이 아니므로 형사 처벌을 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A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의한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도 지게 됩니다.

이재만 변호사의 알쓸잡법Q&A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시 정신건강홍보대사, 연탄은행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법률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셔터스톡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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