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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joelkimbeck #column

#아카데미 시상식 #대세는 핑크 #레이디 가가 #1백28캐럿 다이아몬드 #샤를리즈 테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2019. 04. 18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말렉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연인 루시 보인턴과 키스를 나누는 장면(왼쪽).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줄리아 로버츠.

‘보헤미안 랩소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말렉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연인 루시 보인턴과 키스를 나누는 장면(왼쪽).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줄리아 로버츠.

지난 2월 24일,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해 낮은 시청률 탓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영화계에 더 이상 나를 대적할 빅 스타가 없다”는 말을 듣는 수모를 당한 아카데미협회와 시상식 주관 방송사 ABC는 올해 대세 코미디언 케빈 하트를 사회자로 내세워 젊은 시청자층을 끌어들이려 했지만 그가 과거 SNS에 올렸던 동성애자 차별 발언 등이 문제가 되면서 1989년 이후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시상식을 치렀다. 

그럼에도 우려와 달리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은 지난해 대비 12%나 올랐다. 이는 최근 2년간 미국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단순히 수상자를 발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영화와 관련된 알차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마련해 볼거리를 늘리고, 시상자와 수상자들이 품앗이하듯 메인 사회자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운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시청률 상승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이벤트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실제 주인공 퀸이 오프닝 무대에서 부활한 것이다. 아직 건재함을 보여준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드러머 로저 테일러와 함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해 가수 아담 램버트가 무대에 올라 퀸의 히트곡들을 차례로 부르며 영화 속 감동을 되살려냈고, 그 감동은 시상식 무대로까지 이어져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생 로랑의 블랙 턱시도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라미 말렉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보랏빛 새틴 드레스 차림의 연인 루시 보인턴과 키스를 나눈 후 연단에 오르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될 아름다운 순간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드레스 코드 컬러가 블랙이었다면, 올해는 핑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스타들이 여러 가지 톤의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수놓았다.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깜짝 게스트’였던 이유로 레드카펫에 서는 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작품상을 발표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특히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청량감을 발산하는 디자이너 엘리 사브의 한쪽 어깨를 드러낸 핑크 드레스는 좌중을 압도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열연을 펼친 동양인 배우 제마 챈은 발렌티노 쿠튀르의 목까지 프릴이 올라오는 하이넥 프릴 드레스를 선택해 떠오르는 패셔니스타의 안목을 입증했다.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눈이 부시게 밝은 수만 겹의 핑크빛 튤 드레스를 입었고, 안젤라 바셋은 림 아크라의 블러드 핑크 오프 숄더 드레스를, 영화 ‘오션스 8’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사라 폴슨은 양쪽 허리가 드러나는 핫 핑크 드레스를 선보였다.

레이디 가가의 티파니 vs. 샤를리즈 테론의 불가리

제마 챈, 레이디 가가, 핑크색으로 깔맞춤한 제이슨 모모아와 리사 보넷 커플, 샤를리즈 테론(왼쪽부터).

제마 챈, 레이디 가가, 핑크색으로 깔맞춤한 제이슨 모모아와 리사 보넷 커플, 샤를리즈 테론(왼쪽부터).

이 가운데 최고로 화제를 모은 핑크색은 드레스가 아닌 턱시도였다. 최근 영화 ‘아쿠아맨’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제이슨 모모아의 핑크색 벨벳 턱시도는 레드카펫 위에서 단연 돋보였다. 과거 미국 시트콤 ‘코스비 가족’의 딸로 큰 인기를 누렸던 배우 리사 보넷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은 제이슨 모모아는 아내 리사 보넷이 펜디 드레스를 고르자 주저 없이 같은 브랜드의 핑크색 턱시도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리사 보넷과 지난해 결혼한 제이슨 모모아의 아내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아내의 드레스에 깔맞춤한 턱시도를 맞춰 입고 올 정도라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제이슨 모모아의 턱시도는 얼마 전 세상을 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이끌었던 펜디의 마지막 레드카펫 드레스, 아니 턱시도라는 점에서도 엄청난 이슈가 됐다. 

올해 아카데미 레드카펫의 최대 관심사는 영화 ‘스타 이즈 본’을 통해 명실상부 스타 배우로 등극한 가수 레이디 가가가 어떤 드레스를 입고 등장할 것인가였다. 그간 여러 행사장에서 파격을 보여주었던 레이디 가가였기에 이번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의상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녀의 선택은 파격보다는 품격이었다. 알렉산더 맥퀸의 구조적인 블랙 드레스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롱 블랙 가죽 장갑을 매치한 것. 대신 1백28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티파니의 목걸이로 포인트를 줬다. 이 목걸이는 그 유명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착용했던 것으로, 현재 티파니의 모델인 레이디 가가의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션을 기념해 티파니 측이 특별히 금고에서 꺼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목걸이가 드레스를 죽였다(Necklace Kills the Dress)’는 호평인지 혹평인지 모를 평가가 쏟아지긴 했지만. 

이번 아카데미 레드카펫의 최후 승자를 꼽자면 샤를리즈 테론이다. 그녀는 디올의 더스티하면서도 푸른빛이 도는 드레스에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불가리의 세르펜티 컬렉션을 매치해 우아한 룩을 완성했다. 백리스 드레스에서 드러나는 탄탄한 등 근육, 지금 막 가위로 자른 듯한 칼단발 등이 의상과 어울려 여성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평가. 레이디 가가의 1백28캐럿에는 못 미치지만, 그녀 역시 전부를 합하면 75캐럿의 다이아몬드로 치장을 했다는 후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90년대에는 미국 스포츠 방송의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슈퍼볼’ 결승전 시청률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그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시청률이 반등했다고 하니 앞으로 이 추세를 이어서 이전과 같은 영화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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