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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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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 살인 청부’ 혐의 여교사와 불륜 논란, 김동성 심경 고백

EDITOR 김정훈 CBS 사회부 기자

2019. 01. 31

‘여교사의 친모 살인 청부’ 특종 보도 기자가 밝힌 사건의 내막,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사의 ‘내연남’으로 지목된 전 국가대표 선수 김동성이 직접 털어놓은 소회.

1월 17일 오전 10시 50분 서울남부지방법원 404호 법정. 짙은 녹색 수의를 입은 여성 A(31)씨가 들어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그녀는 방청석을 돌아보고 울컥해 다시 고개를 돌렸고, A씨와 잠시 시선을 마주했던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2018년 11월경 심부름센터를 검색해 청부 살인을 의뢰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며 사고사로 위장하려 했습니다. 그 작업비 명목으로 6천5백만원을 송금하며 피해자를 살인하려 했으나 남편의 신고로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검사의 모두진술에 이어 판사가 물었다. 

“피고인,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 

A씨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짧게 답했다. 



“네. 인정합니다.” 

이날 재판은 A씨가 혐의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끝났지만, 명문 중학교 여교사였던 A씨가 존속살해를 시도한 범죄자로 전락하기까지의 복잡한 사연은 통속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사기꾼으로 드러난 청부 살인업자에게 6천5백만원이나 뜯겨가면서 A씨가 살해하려 한 이는 다름 아닌 그녀의 친모였기 때문이다. 

“청부 살인 시도가 있었어. 그 대상이 어머니였던 것 같고….” 

1월 초, 처음 첩보를 듣고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다. 오랜 기간 사건 현장을 취재했지만, 어머니를 상대로 벌인 살인 청부는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그 범인이 친딸이야. 그것도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교사래.” 

여교사가 자신의 친어머니를 청부 살인하려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첩보란 게 대개 부풀려지기 일쑤여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해내는 게 우선이다. 은밀히 탐문을 벌여 최근 ‘존속살해 예비’ 사건을 다룬 곳이 서울 영등포경찰서임을 알게 됐다. 이곳과 저곳,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거쳐 퍼즐을 하나하나 끼워 맞췄다. 점차 첩보는 팩트로 확인되었다. ‘부족할 것 없는 딸의 친모 살해 시도’라는, 범죄 영화 스토리라인 같은 이 일은 사실이었다. 그 순간 궁금증이 터져나왔다. 

“왜 그랬대요?” 

“어머니랑 관계가 안 좋았나 봐.” 

“이게 어떻게 드러났지?” 

“남편이 신고했다던데….”

외도 의심하던 여교사 남편, 살인 청부 이메일 발견

살인까지도 생각하는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그보다 아내가 장모를 살해하려 한 점을 포착해 신고한 남편에게 더 관심이 갔다. 그는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됐을까? 아내를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고민은 없었을까? 그러다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남편이 아내의 이메일을 열어보다 살인청부의뢰서를 접했다는 것.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외도는 사실일까? 혹시 그 외도가 존속살해 시도의 한 원인은 아닐까?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사건이 더욱 복잡하고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뜻밖의 이름이 등장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출신 방송인, 김동성(39) 씨였다. 살인 청부 이메일을 발견한 남편이 아내의 외도 상대로 의심한 이가 바로 그였다. 

그렇다고 그에게 다짜고짜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주변을 더 훑었지만 풍문은 여전히 풍문에 머물 뿐이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간 다른 언론사에서 먼저 기사가 나갈 것 같아, 취재한 데까지만 정리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서 첫 보도를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자신의 친모를 청부 살인하려 했고, 강압적인 어머니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범행 동기’라는 내용의 기사가 나가자 파장은 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른 범행 동기가 확인되지 않아 첫 보도에서는 A씨의 진술 내용을 그대로 인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단지 그 이유로 여교사가 어머니를 살해하려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A씨의 외도 의혹, 그리고 김동성 씨와의 관계를 확인해야만 했다. A씨와 김동성 씨 사이에 있었던, 쉽게 드러나지 않을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전해 듣고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김씨가 쉽게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팩트를 취합한 뒤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에게 시인을 받아냈다.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김동성과 A씨가 각각 스케이트 코치와 수강생으로 처음 만난 건 지난해 4월이다. 당시 김씨는 가정불화설,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와의 염문설 등으로 이미 상처가 많은 상태였다. 그런 김씨에게 A씨는 큰 호감을 가졌다.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며 적극 다가왔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실제 A씨는 일반인이 마련하기 어려운 선물을 그에게 주며 환심을 샀다. 명품 시계는 물론 한국에서 쉽게 살 수 없는 수입 명차도 건넸다. 그 규모가 수억원대에 이른다. 관계가 급진전한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무렵 김동성 씨는 2004년 결혼한 부인과의 이혼도 결심하게 된다(이들은 지난해 12월 말 합의 이혼했다). 

급기야 A씨는 김씨와 함께 살 목적으로 집까지 구하러 다니면서 목돈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 재력가이던 어머니를 살해해달라는 이메일을 심부름센터에 보낸 것이다. 어머니가 사라지면 거액의 재산은 A씨의 손에 쥐어질 터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획은 김동성 씨와의 외도를 의심한 남편에게 탄로 났고, A씨는 존속살해 예비 혐의로 구속됐다. 

사건의 윤곽은 드러났지만 곧바로 보도하는 게 망설여졌다. 지극히 사적인 관계를 굳이 언론에서 낱낱이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더욱이 김동성 씨의 실명을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보도의 공익성 여부를 두고 고민하기도 했지만, ‘A씨 범죄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김씨에게 과도한 상처를 주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더 크게 자리했다. 

결국 이 사건의 범죄 동기를 분명히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지 않으면 A씨는 욕망에 사로잡혀 친모를 살해하려 한 범죄자가 아닌, 친모와의 갈등 속에 잠시 이성을 잃은 철부지로 남을 수 있었다. 더구나 범행 대상이던 어머니는 딸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냈고 A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해 엄벌도 피해갈 수 있다. 그런데도 경찰과 검찰은 범행 동기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 같아 취재 내용을 더는 묵힐 수 없었다. 

김동성 씨의 경우 부적절한 관계 속에 A씨로부터 고가의 선물을 받아왔고, 그 정황이 단순히 일방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에서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는 일반인인 아닌 공인이기에 스스로 책임지고 비판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았다. 김씨가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A씨는 어쩌면 끔찍하면서도 철없는 생각을 품지 않을 수도 있었다.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보도 이후 다시 통화가 이뤄진 김동성 씨는 너무나 속상해했다. 그러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해 괴로워했다. 그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 기자에게 좋은 감정일 리 없을 텐데도, 취재 결과와 자신의 기억을 맞춰가며 진실을 확인하려 했다. 목소리는 분노가 아닌 혼돈으로 떨리는 듯했다. 

“제가 알고 있던 A에 대한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까? 자기 어머니를 살해하려 한 여자라면, 제가 어떻게 호감을 가질 수 있었겠어요? 아직도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습니다.” 

‘쇼트트랙 국민 영웅’에서 물러난 뒤 풍파 속에 제2의 인생을 꾸려가던 김동성 씨.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은 그가 과거를 훌훌 털고 새롭게 재기하기를 바란다. 이 사건에서 더 밝혀져야 할 것은 A씨가 어머니를 살해하려던 구체적 범행 동기뿐이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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