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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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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넘어 간다~ 술술술술! 폭탄주와 숙취 해소 음료의 막장드라마

김진 기자의 먹거리 XX파일

글 ·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 | 사진 · 채널A 제공

2015. 12. 11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이 돌아왔다. 회식 자리에서 유독 사랑받는 폭탄주는 어떤 이유에서 목 넘김이 이리 좋은 것일까. 또 술보다 비싼 숙취 해소 음료를 복용해온 이들에겐 다소 충격일 수도 있는 얘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겠다.

술이 넘어 간다~ 술술술술! 폭탄주와 숙취 해소 음료의 막장드라마
# ‘간이 딱 맞는’ 폭탄주

본격적인 연말이다. 회식이며 송년회며 무수히 많은 술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12월이다. 술자리의 단연 인기 메뉴는 폭탄주. 소주와 맥주를 각자의 레시피대로 섞어 술잔을 돌리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몇 년 전 주류업체인 하이트에서는 소맥 자격증까지 만들어 발급할 정도였으니 폭탄주의 인기는 그야말로 상한가다. 폭탄주 애호가들에게 섞어 마시는 이유를 물었더니 흥미롭게도 공통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목 넘김이 좋다.” 소주는 독하고 맥주는 싱거워 이 둘을 섞었더니 묘하게도 목 넘김이 좋더라는 예찬이다. 한 애주가는 “술도 간이 맞아야 맛있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과연 이들의 폭탄주 예찬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일까. 문득 소맥 폭탄주를 과학적으로 검증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우선 소맥 폭탄주가 정말 ‘간이 잘 맞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흔히 싱겁다, 독하다고 표현하는 건 알코올의 도수와 연관이 깊다. 일반 소주의 도수는 보통 18도.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4.5도이다. 둘을 비교하면 소주에 비해 맥주가 현저히 ‘싱거운’ 편이 맞다. 그럼 이 둘을 섞었을 때 도수는 어떻게 변할까. 애주가들이 가장 즐겨 섞는 비율인 소주 3 대 맥주 7, 또 소주 2 대 맥주 8로 각각 섞어보았다. 전처리 작업을 거쳐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봤더니 3 대 7의 비율로 섞은 폭탄주의 도수는 8.65도. 2 대 8의 비율로 섞은 폭탄주는 7.3도로 측정됐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우리가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알코올 농도는 7~8도 정도입니다. 그런데 폭탄주의 알코올 농도가 딱 7 내지 8도입니다. 그래서 폭탄주를 마실 때 취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한계치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조식품연구센터 정석태 박사)

그렇다면 소주만 마셨을 때와 폭탄주로 섞어 마셨을 때, 둘 중 언제 더 빨리 취할까. 역시 필자의 주변 애주가들에게 물었더니 “독한 소주가 더 빨리 취한다”는 쪽과 “폭탄주가 목 넘김이 좋아 더 많이 마셔서 빨리 취한다”는 의견으로 분분했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이는 설명. 그래서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기획했다. 소주와 폭탄주가 알코올 도수가 다르기 때문에, 양을 달리해 같은 알코올 도수의 소주와 폭탄주를 준비했다. 소주 8잔과 폭탄주 7잔에 든 알코올 양은 각 72ml로 같았다. 1차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30분 동안 소주 8잔을 차례로 비웠다. 채혈을 통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후 1주일 뒤 다시 같은 멤버가 모였다.



이번에는 30분 동안 폭탄주 7잔을 마신 후 채혈을 통해 역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소주만 마셨을 때보다 폭탄주를 마셨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분명 같은 양의 알코올이었는데, 단지 소주와 맥주를 섞었을 뿐인 폭탄주 알코올의 체내 흡수율이 더 높은 이유가 궁금했다. 폭탄주를 7잔으로 제한해 “목넘김이 좋아서 더 많이 마시게 된다”는 설명은 통하지 않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비밀은 폭탄주의 거품에 있었다. 맥주가 소주와 만나 생성되는 거품이 알코올 흡수 작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폭탄주의 거품에는 맥주의 탄산 성분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탄산 성분이 우리의 위장을 자극하고, 이 자극으로 위장관이 조금 느슨해진다. 정확히 표현하면 위의 점막과 소장의 표면을 자극해서 위장이 순간적으로 알코올을 더 많이 흡수하는 것이다. 폭탄주의 비밀이 이 거품 속 탄산에 숨어 있었다니,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문득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 엉뚱한 생각. 술자리에선 종종 술에 약한 여성들이 주로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광경이 쉽게 목격된다. 급기야 폭탄주를 권하기보다 사이다를 주문해 섞어주는 모습이 매우 ‘매너(?)’ 있는 모습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런데 이 행동이 과연 매너 있는 행동일까? 사이다에 함유된 강력한 탄산 성분이 오히려 위 점막과 소장을 더욱 강하게 자극해 그냥 술을 마실 때보다 알코올 흡수를 촉진한다는 사실. 지난달 필자가 언급한 ‘뿅가리스웨트’보다 오히려 사이다 폭탄주가 더 금방 취하게 만드는 ‘비기’인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술자리에서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이온 음료를 술에 섞으면 오히려 술이 빨리 깨고, 사이다를 섞으면 더욱 술에 빨리 취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몰랐던 것이다.

술이 넘어 간다~ 술술술술! 폭탄주와 숙취 해소 음료의 막장드라마

1 2 소주보다 폭탄주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은 맥주의 탄산 성분이 위 점막을 자극해 순간적으로 알코올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3 실험 결과 시중에 판매 중인 숙취 해소 음료 대부분이 혈중 알코올 농도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 숙취 해소 음료와 폭탄주, 초코우유의 삼각관계

연말 술자리가 잦아지다 보니 음주 전후로 숙취 해소 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다. 종류도 가지가지인 숙취 해소 음료 중에 저마다 톡톡히 효과를 봤다는 예찬론과 나와 잘 맞는 숙취 해소 음료가 따로 있다는 궁합론까지 다양하다. 어쨌든 애주가들 사이에서 숙취 해소 음료의 의존도와 믿음은 절대적인 수준인 것 같다. 이 때문에 숙취 해소 음료의 가격도 천차만별. 술보다 훨씬 값비싼 수준의 제품까지도 등장했다. 그런데 이 비싼 숙취 해소 음료의 능력이 맹물보다 못하다면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배신감·허탈함·분노·경악. 필자가 직접 몸에 실험한 내용을 지금부터 공개하겠다. 단, 개인별로 숙취 해소 음료의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전제를 미리 말씀드린다.

숙취 해소 음료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주량이 비슷한 9명의 실험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시중에서 유명한 베스트 3 숙취 해소 음료를 미리 마시게 했다. 참가자들이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없도록 컵에 따라서 제공했다. 숙취 해소 음료가 선전한 대로 음주 30분 전, 참가자들은 모두 숙취 해소 음료 한 병을 마셨다. 이윽고 30분 후. 참가자들은 소주 한 병을 30분 동안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셨다. 물론 강소주다. 음주 후 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피를 뽑아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리고 3일 뒤. 동일한 참가자들이 다시 모였다. 이번에는 전에 마셨던 숙취 해소 음료와 동일한 양의 맹물만 제공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맹물을 보고 어이없는 듯 실소를 했지만, 음주 30분 전 맹물을 모두 마셨다. 그리고 30분 후. 음주가 시작됐다. 역시 소주 한 병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30분간 마시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음주 30분 후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채혈을 통해 혈중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를 체크했다.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고 술을 마셨을 때와, 맹물을 마시고 술을 마셨을 때 어느 쪽이 더 술에 안 취해야 하는가? 당연히 비싼 돈 주고 산 숙취 해소 음료가 능력을 발휘했을 거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도 놀라웠다. 세 그룹으로 나눈 참가자 중 A그룹의 3명 중 2명은 물을 마셨을 때와 숙취 해소 음료를 마셨을 때 혈중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가 별반 차이가 없게 나왔고, B그룹의 3명은 모두 숙취 해소 음료를 마셨을 때 오히려 물보다 혈중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가 높게 나왔다. C그룹 참가자 3명 역시 물보다 숙취 해소 음료를 마셨을 때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높게 나왔다. A그룹의 단 한 명만이 숙취 해소 음료를 마셨을 때 아세트알데히드 양이 낮게 나와 유일하게 숙취 해소 음료의 효과를 봤다. 알코올 의존증 증세를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국가 지정 병원인 다사랑 중앙병원의 정용준 원장은 이 실험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물과 숙취 해소 음료는 같은 양을 마셨을 때 알코올 흡수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또 숙취 해소 음료를 마셨다고 해서 혈중 알코올 농도를 감소시키지는 않는다.”

숙취 해소 음료가 이 실험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물론 개인별로 숙취 해소 음료의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전문가들은 흑당, 타우린, 카테킨이 들어 있는 초코우유가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선택은 독자들의 몫이다.

디자인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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