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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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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최초 중국 홈쇼핑 진출 이끄는 진도 김용연 상무

글 · 김유림 기자 | 사진 · 조영철 기자, 진도 제공

2015. 11. 17

유커들이 국내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요즘, 중국 본토에 직접 진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모피 시장을 개척한 (주)진도는 11월 중순 업계 처음으로 중국 홈쇼핑에 진출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진도 초창기 멤버로 모피 산업의 성장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김용연 상무에게 중국 진출 배경, 국내 1위 모피 업체로 성장한 비결을 들었다.

모피 최초 중국 홈쇼핑 진출 이끄는 진도 김용연 상무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넘어가는 시기, 패션 피플은 한동안 입지 않은 옷을 다시 꺼내 입을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특히 겨울을 앞두고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는 ‘사치’라 부르고, 누군가는 ‘로망’이라 부르는 모피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모피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내 모피 시장에서 단연 매출 1위를 차지하는 (주)진도는 유커 호재까지 겹치면서 전년 대비 매출 12%, 영업이익 80% 신장을 이뤘다. 또한 지난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진도는 현대백화점에서 유커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패션 브랜드일 만큼 인기가 높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진도가 중국 홈쇼핑 진출에 나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 현지에 법인을 둔 현대홈쇼핑을 통해 11월 중순부터 모피 판매를 시작하는 것. 지난 10월 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진도 본사에서 만난 김용연(57) 상무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중국 홈쇼핑 유통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른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진도는 2006년 론칭한 브랜드 ‘끌레베’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국내에서 홈쇼핑 및 온라인 유통 경험을 쌓았다. 한국 홈쇼핑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는 만큼 중국 진출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13억 인구를 대상으로 판매를 실시한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중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베이징, 상하이, 선양 등 7개 도시 백화점에 매장을 냈다가 철수한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김 상무는 이번 홈쇼핑 진출을 앞두고 마냥 들뜰 기분은 아니라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장사하기에 상당히 불리한 구조였어요. 현지 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장사가 없더라고요. 토끼털을 밍크라고 우기는데 당해낼 재간이 있습니까(웃음). 한 번 실패해봤기에 두 번째는 그전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준비했고, 홈쇼핑 경험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홈쇼핑·온라인 쇼핑몰, 쌍방향 유통 채널로 중국 접수

론칭 방송은 한국에서도 동시에 방영될 예정이다. 진도의 중국 홈쇼핑 진출을 기념하며 끌레베 동일 제품을 판매하는 것. 합리적인 패션 모피를 지향하는 끌레베는 그동안 홈쇼핑 유통을 통해 모피의 대중화를 이끌며 30~4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진출은 TV 홈쇼핑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진행된다. 롯데닷컴을 통해 알리바바 T몰, JD닷컴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것. 빠르면 올해 안에 진도의 모피 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안방에서 직접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김용연 상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중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마켓은 온라인이다. 스마트폰으로 몇 백만원 하는 명품도 사는 세상이지 않나. 중국 온라인 쇼핑몰과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배송 관련해서는 ‘롯데관’을 통해 판매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롯데닷컴과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홈쇼핑과 온라인 유통을 위해 따로 상품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K-패션 트렌드에 발맞춰가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을 고려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 그대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김태창 총괄이사는 “이미 2년 전부터 유커들의 구매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을 선보이 있다. 중국인은 한국인과 체형 차이가 크지 않고, 색깔에 대한 중국인들의 편견도 많이 사라져서 내추럴 유색 핑크 제품으로 승부를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10년 전만 해도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모피 색깔은 빨강, 파랑, 노랑 등이었지만 요즘에는 중국인들 역시 한국인들처럼 무채색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모피 최초 중국 홈쇼핑 진출 이끄는 진도 김용연 상무

20~30대 초반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젊은 감각의 진도 브랜드 ‘엘페’.

김용연 상무는 “명동에 나가보면 차림새만 봐서는 유커인지 우리나라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중국인들이 K-패션에 매료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이상 취향의 차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에서도 과거와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경제력을 갖춘 중국인들 중에는 가격에 상관없이 ‘최고’를 손에 넣으려 하는 이들이 많고, 더욱이 ‘Made in Korea’ 제품은 명품으로 쳐주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모피 판 전설 같은 이야기

1986년 진도에 입사한 김용연 상무는 샐러리맨 출신으로 유일하게 남은 초창기 멤버다. 진도는 1973년 우리나라 최초로 모피 산업을 시작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수출하며 명실공히 세계 1등 모피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진도의 역사를 다 봤다”는 그의 말처럼 김 상무는 분명 우리나라 모피 산업을 이끌어온 1세대 모피 전문가다. “진도 본사 쇼룸에 전시된 영국 스포츠카를 보고 한눈에 반해 진도 입사를 결심했다”는 그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회사를 보면서 일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지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1990년대에는 진도가 외국인들의 관광 코스였어요. 당시 세계 각 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있었고, 한국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했죠. 당시 진도 공장에는 2천여 명의 여직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제품을 만들었는데,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손재주들을 지녔었죠. 당시 생 로랑 등 명품 브랜드들의 OEM을 도맡아 하면서 전 세계로 모피를 수출했고, 면세점에서는 날마다 자루에 돈을 쓸어 담는 게 일이었어요. 하하.”

모피 최초 중국 홈쇼핑 진출 이끄는 진도 김용연 상무
화려했던 시절을 무용담까지 섞어가며 재미있게 설명하던 김 상무는 진도가 걸어온 길을 ‘도전’이라는 말로 함축했다. 러시아와 수교를 맺기 전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현지에 공장을 세웠고, 아프리카에 모피를 판 기적 같은 일도 벌어졌다.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판다’ 식의 우스갯소리인가 싶었는데, 김 상무는 “다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아는데, 분명 실화”라며 허허 웃었다.

“아프리카인이어도 유럽에서 생활하는 왕족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상류층 사람이 진도모피 카탈로그를 보고 편지로 주문서를 넣은 거죠(웃음). 당시에는 전 세계에서 온 편지가 하루에 몇 통씩 배달되었어요. 대부분은 원조를 요청하는 후진국이었지만 모피 가격을 묻고 주문하겠다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죠(웃음).”

내수시장은 1989년에 처음 열렸다. 당시 서울에 3개 매장을 오픈했는데, 첫 달 매장에서 판매된 모피는 밍크 숄 2개가 전부였다고 한다. 가격이 비쌌을 뿐만 아니라(현 시세로 8백만원가량)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어도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피는 겨울에만 입는 제품이다 보니 동절기 외에는 팔릴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손님이 오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법. 당시 김 상무는 비수기 판매책으로 ‘모피 예단’을 내놨다.

“사치와 허례허식을 조장한다며 회사로 항의가 빗발쳤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백화점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한여름인 8월에 대박 세일까지 열자 비수기와 성수기 매출이 40 대 60으로 나눠지더라고요.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히 매출이 이어지고 있어요.”

5년 전 4억원으로 시작한 끌레베 홈쇼핑 매출액이 최근에는 4백억원대로 치솟아 홈쇼핑 역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김 상무는 “방송 시간 내1분당 16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는 바람에 직원들이 택배 포장하느라 손이 다 얼었다”며 웃었다.

‘윤리적 모피’를 위한 또 다른 도전

모피 대량 공급에 성공한 브랜드는 세계에서 진도가 유일하다고 자부하는 김 상무는 진도의 강점으로 최상의 품질을 꼽았다. 그리고 제품력은 스킨(원피)에서 결정 난다고 말한다. 밍크는 물이 있고 날씨가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데, 5대호 연안의 북미와 캐나다, 핀란드, 덴마크 등 4개 경매장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진도 역시 대부분의 스킨을 이곳에서 구매한다. 모피 중 최고가를 자랑하는 ‘세이블(족제비과 동물로 검은 담비)’은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주로 들여온다.

“향후 세이블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세이블은 모피의 종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품질이 좋고, 임신 기간이 사람과 똑같이 10개월이라 희소성도 높아요.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탐이 나는 물건이기도 하죠. 현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만 세이블을 취급하는데, 1년에 50여 장 정도 판매합니다.”

세이블 판매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만큼, 올해 안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세이블 특화 매장을 별도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급화 전략은 국내뿐 아니라 향후 중국 시장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국경절을 맞아 유커를 겨냥해 광고 전단지를 만들었는데, ‘다이아몬드 같은 모피’를 ‘다이아몬드 모피’로 잘못 쓰는 바람에 다이아몬드가 달려있는 모피를 찾는 유커들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향후 홈쇼핑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을 별도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용연 상무는 모피 산업은 하향세라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과거보다 사람들의 모피 입문 시기가 빨라졌고, 파생상품도 다양해져 소비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과거에는 40~50대 돼서야 모피를 찾기 시작했다면 요즘은 20~30대부터 모피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모피의 가격대가 다양해졌다는 점이 젊은 소비자의 유입을 끌어올린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풀 스킨을 사용하는 고가 모피와 달리, 끌레베와 같이 쪽 스킨으로 만든 제품은 비교적 가격대가 낮아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 모피 의류 한 벌로 몇 해를 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모피의 교체 주기도 짧아졌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수 있는 건 모피가 더 이상 혹한기를 이겨내는 전투복 개념의 외투가 아니라 패션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에요. 요즘 모피를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 아우터와 비교해 디자인 면에서 전혀 빠지지 않아요. 심지어 반팔에, 조끼에, 모자가 달린 것들도 인기잖아요. 진도가 롱런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재빠르게 발맞춰 다양한 상품을 열심히 내놓았기 때문이에요.”

최근 모피 소비세 인하도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때를 기회 삼아 진도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진도모피와 끌레베, 우바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개념의 대리점을 모집할 계획이다. 김용연 상무는 “대형 유통점이나 쇼핑몰이 없는 지역 위주로 신개념의 대리점을 오픈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용연 상무는 앞으로 진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선진국형 모피, 윤리적인 모피’를 강조했다. 모피가 호황이던 198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피 반대 운동은 최근에는 SNS를 통해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동물 털을 사용하더라도 보다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채취한 모피를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용연 상무는 “‘동물은 죽을 때 털로 복수한다’는 말이 있다. 윤리적인 사육과 도축이 이뤄지지 않은 동물은 가죽의 품질 또한 떨어진다. 생명의 존엄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자란 동물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고, 모피를 상품으로 만들 때도 최대한 동물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도록 색깔이나 디자인 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피 최초 중국 홈쇼핑 진출 이끄는 진도 김용연 상무

1 10월 14일 ‘제2회 아시아 모피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진도모피 디자이너 박샛별이 한국 대표로 참여해 우아하면서 참신한 모피 디자인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2 합리적인 가격대를 추구하는 진도 브랜드 ‘끌레베’. 중국 홈쇼핑 ·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끌레베’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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