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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동양그룹 사태에 휘말린 이정재 1백억 빚 탕감 미스터리

글·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4. 10. 16

한때 ‘이정재와 정우성이 사는 빌라’로 유명세를 탔던 서울 강남의 고급빌라 ‘라테라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라테라스의 시공사인 ㈜동양이, 이정재가 한 때 대표를 맡기도 했던 시행사의 빚 1백억원을 탕감해줬다는 의혹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과 사건의 내막을 알아봤다.

동양그룹 사태에 휘말린 이정재 1백억 빚 탕감 미스터리
지난 8월 21일, 검찰은 현재현(65) 전 동양그룹 회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사기성 기업어음(CP)·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무려 1조3천억원대 피해를 입힌 혐의다. 대주주 일가의 방만한 경영으로 동양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동양증권을 통해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대대적으로 판매한 것. 당시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의 위험성이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피해자들의 보상은 10년이 넘게 걸릴 수 있는 막막한 상황. 피해액 1조3천억원, 피해자 4만명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뜻밖에도 배우 이정재(41)의 이름이 등장했다. 법정관리 중인 ㈜동양이 동양그룹 대주주 일가와 영화배우 이정재가 대표로 있던 시행사 서림 C·D를 대상으로 법적대응을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법원과 ㈜동양 측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 이정재가 대표로 있었던 시행사가 서울 삼성동에 라테라스를 짓는 과정에서 시공사인 ㈜동양에 진 빚이 오너 일가의 지시로 상당 부분 탕감됐다는 것이다. 탕감액은 1백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며,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남편인 현재현 전 회장과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시행사 지원을 주도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동양 측이 소송을 검토하는 근거는 손실이 계속 나는 사업이라는 내부 경고도 무시하고 돈을 계속 퍼 준 행위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정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동양 측에 “피해 규모를 파악해 소송을 검토하라”는 의견을 제시, 이 사건은 단순한 의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소송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동양 측도 동양그룹 피해자를 위한 변제자금 마련 차원에서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동양은 동양그룹 대주주 일가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를, 이정재가 대표로 있었던 시행사에 대해서는 부인권(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재산을 숨기거나 일부 채무자에 대해 편파적으로 자금을 집행했을 경우 원상회복을 명령하는 권한) 소송을 낸다는 방침 아래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이정재 “이제 시행사 대표 아닌 입주자일 뿐”

이에 대해 이정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재의 소속사와 법률대리인은 “이정재가 ㈜동양으로부터 빚 탕감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반박의 요지는 “현재 이정재는 ㈜동양이나 라테라스 시행사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이정재의 행보에 한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는 지난 2월 ㈜동양 본사를 방문했다. 여기서 이정재는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해명하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정재 측은 본사를 방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만남의 취지가 와전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만남에서 이정재는 오히려 입주자로서 마무리 공사를 끝내줄 것을 요구했고 ㈜동양은 이에 대해 “분양을 가속화해 동양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는 것이 이정재 측의 설명. 이정재 측은 “그 이외의 다른 이야기는 일체 없었던 짧은 만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정재가 동양그룹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삼성동에 라테라스를 건설하기로 하고 시행사 대표로 나서면서였다. 언론은 앞다투어 부동산 개발가(디벨로퍼)로 변신한 이정재의 이야기와 그가 선보일 라테라스가 얼마나 고급스럽고 특별한지에 대해 보도했다. 라테라스는 ‘이정재 빌라’로 분양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이정재 측은 “2009년 말 시행업을 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같이 사업할 것을 제안받고 ㈜동양과 함께 건축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재는 부지 매입 대금 일부를 부담했으며, 부지를 사들인 시행사 서림C·D의 공동 대표(지분율 35%)를 맡았는데, 나머지 두 명의 공동 대표는 이정재의 지인들로 알려졌다. 당시 시행사 관계자는 “이정재 씨가 단순히 마케팅용 ‘얼굴 마담’이 아니라 공동 개발 주체 자격으로 참여했다”며 “평소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친구와 함께 개발사업에 전격 뛰어들게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장밋빛 출발과는 달리,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정재 측은 “공사를 시작한 2010년 초부터 ㈜동양과 디자인과 분양을 비롯한 무수한 의견 차이로 더 이상 사업을 같이 할 수 없었다”면서 “결국 2012년 11월경 ㈜동양이 지정한 신임대표에게 모든 사업권과 주식을 양도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2012년 11월경부터 라테라스에서 손을 뗐고 현재는 그저 입주민의 신분이라는 주장이다.

‘이정재 빌라’ 미분양 이유는?

문제의 핵심은 라테라스의 대규모 미분양에 있다. 총 18세대 중 12세대가 미분양이다. 그나마 분양된 여섯 세대 중 하나는 이정재 본인이, 또 하나는 그의 절친인 정우성, 그리고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입주해 있다. 박유천은 이정재와 같은 소속사 식구라는 인연이 있다. 올 초부터는 라테라스 미분양 세대 전체가 땡처리로 부동산 신탁회사에 넘어간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들렸다. ‘땡처리 부동산’이란 미분양 아파트나 건물을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매입하는 부동산으로, 신탁회사는 이를 사들여 전월세로 임대하거나 차액을 남기고 되판다. 실제로 신탁회사 관계자는 “(판매) 의뢰가 와서 물건을 살펴본 적이 있다. 내부 인테리어를 상당히 고급스럽게 했다”고 전했다.

라테라스는 사생활 보호되는 세대별 전용 엘리베이터, 자동 외부침입 경고와 지능형 영상감지 시스템이 적용된 CCTV, 강진에서도 지탱할 수 있는 면진설계 등 특별한 점이 많았다. 50% 이상이 복층으로 다양하고 유용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백만불짜리 전망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덕분에 라테라스는 2013년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 전시회’에서 ‘아름다운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분양가는 19억~55억 정도로 고가였는데, 현재 17억~40억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9월 19일 네이버 부동산 기준).

그러나 라테라스의 거래를 진행하고 있는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말은 이보다 냉정했다. “아무리 좋게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금액 대비 만족스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재 빌라’ 혹은 ‘이정재와 정우성이 사는 집’이라는 연예인 마케팅에 대해서는 “그 덕분에 문의는 많이 왔다지만 물어보는 사람만 많았을 뿐 거래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정재, 왜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나?

동양그룹 사태에 휘말린 이정재 1백억 빚 탕감 미스터리

이정재가 시행사 대표로 있을 당시 지어진 라테라스 빌라. 절반 이상이 미분양 상태다.

이정재 측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이정재는 현재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부동산 사업에 대한 관심은 비단 라테라스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정재는 그동안의 행보에서 공공연하게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왔다. 2010년 한때 스캔들이 불거졌던 임세령 대상그룹 마케팅 담당 상무와 필리핀 동반 여행에 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필리핀 방문은 임세령 상무의 외식사업부 직원과 이정재 씨의 시행사 직원 등 여럿이 함께 있었다”고 밝혔을 정도. 게다가 당시 “이정재가 임세령 상무 등과 현지 빌라 등 부동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전해졌다.

또 이정재는 2011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연면적 650㎡,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을 47억5천만원에 매입했는데, 총 매입비용의 약 80%를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공격적인 투자’로 주목 받았다. 당시 그는 이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거주중인 자신의 아파트까지 담보로 잡혀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 “건물신축 등 특별한 사업계획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 건물의 위치가 임세령 상무 소유의 빌딩 바로 맞은편이라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한 번 세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한편 이정재는 부동산 사업에 손을 뗀 뒤로는 연기에 매진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 ‘도둑들’, ‘신세계’, ‘관상’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CF모델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뉴욕아시안영화제가 열리는 링컨센터 월터 리드 씨어터에서는 이정재의 대표작인 ‘신세계’, ‘시월애’, ‘관상’ 등이 상영돼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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